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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는 곧 자유로움”, 재즈보컬리스트 ‘하이진’ 인터뷰클래식 전공자에서 재즈 아티스트로…후학 양성까지

재즈는 어려운 음악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국내에 재즈가 들어온 초창기에는  고난도의 연주가 인기를 끌었다. 지금 재즈는 CF 음악으로 쓰여도 전혀 낯설거나 어색하지 않다. 재즈가 ‘쉬워진’ 데는 그 동안 많은 아티스트들의 노력 덕분이기도 하다.

재즈보컬리스트 ‘하이진(본명 조혜진)’은 재즈를 ‘자유로움’이라고 정의한다. 그는 재즈가 좋아 먼 유학길도 마다하지 않았다. 재즈보컬리스트 ‘하이진’은 한국으로 돌아와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학과장을 맡으며 제2의 음악인생을 살고 있다. 그의 음악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재즈의 고향 미국으로 날아간 클래식 전공자

조혜진 교수는 대학시절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가 재즈보컬을 처음 들었을 때 과거 패티김, 이미배가 부르던 이국적인 가요 느낌이었다. 그는 재즈의 깊이와 묵직함에 반해 재즈보컬에 빠지게 됐다. “내게 클래식은 좋아하는 음악, 열심히 하는 음악이었다. 하지만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똑같이 연주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부담스러웠다. 처음 재즈를 듣는데 어렵고 시끄러웠다. 클래식을 하면 박자 등의 음악 요소를 잘 안 놓치는데 재즈는 달랐다.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 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조혜진 교수가 유학을 결심한 시기에는 한국의 재즈보컬 석사 커리큘럼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는 2003년도에 한국을 떠나 미국의 뉴저지 시티 유니버스티에서 수학했다. 한국인이 없는 학교로 가고 싶어 선택한 곳이었다. 조혜진 교수는 “뉴저지 시티 유니버스티의 한국인 동문은 2명 남짓”이라고 밝혔다. 그를 담당하던 학과장은 굉장히 엄격했다. 조혜진 교수를 비롯한 유학생들을 외국인이라고 봐주는 경우는 절대 없었다. 조혜진 교수는 “논문 작성은 노래 실력과는 별개다.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니 논문 통과가 되지 않았다. 12번이나 논문을 제출했다. 한국에 오기 3일 전까지 거절당했을 정도”라며 유학생활을 회상했다.

그에게 언어의 장벽은 공연할 때도 발목을 잡았다. 조혜진 교수가 맨해튼 재즈클럽에서 공연하던 시절, 그의 고민은 유창한 멘트를 소화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공연을 하는 뮤지션에게 멘트는 큰 부분을 차지한다. 자연스러운 농담을 던지면 분위기가 풀어지고 관객들의 마음 문이 열린다. 그는 영어로 멘트를 하는 게 부담스러워 무대공포증을 겪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적응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조혜진 교수는 “미국 사회를 헤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좀 더 편안하게 노래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조혜진 교수는 유학 전 백제예술대학교에서 처음으로 강사 생활을 했다. 유학을 마치면 백제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임용될 예정이었다. 그가 귀국하기 보름 전 쯤, 소니뮤직에서 음반을 내자는 제의가 들어왔다. 소니뮤직 관계자는 조혜진 교수에게 “피아노 연주도 잘하니 ‘노라 존스’나 ‘다이애나 크롤’처럼 콘셉트를 잡아 볼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다. 조혜진 교수는 이 문제로 밤을 새며 고민했다. 좋은 기회였지만 개인적으로 정리할 일도 많았고 백제예술대학교와 약속한 것도 있었다. 그는 세계 무대에 설 것이냐, 후학을 양성하며 한국 재즈에 기여할 것이냐의 기로에서 심사숙고했다. 그는 백제예술대학교와의 첫 인연을 잊지 못해 한국행을 택했다.

그에게 재즈는 ‘자유로움’이다

지금의 재즈 트렌드는 두 트랙으로 나눠진다. 정통 재즈를 고수하는 뉴욕스타일과 실험적 요소를 반영하는 유럽스타일이다. 대중적으로는 두 가지 스타일이 접목되는 양상이다. 어렵고 낯선 느낌보다 새롭고 멋지다는 인상을 준다.

재즈는 미국에서 출발한 음악이다. 재즈의 박자는 흑인의 걸음걸이를 닮았다. 이것을 ‘스윙’이라고 하는데 그네가 흔들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른 음악의 강세가 1박과 3박에 있다면 재즈는 2박과 4박에 포인트가 있다. 뒤에 따라오는 흥을 즐기는 것이다. 재즈는 1, 3박 강세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어색하고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조혜진 교수는 “재즈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신이 난다”하며 흥을 감추지 않았다.

재즈 안에서는 모든 음악이 가능하다. 조혜진 교수는 “다른 음악들은 정해진 답에 어느 정도 이르는 수준이 돼야 ‘음악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재즈는 꼭 잘해서, 테크닉이 좋아서, 뛰어나서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라며 “가요와 팝에 재즈를 입히거나 동요, 민요도 재즈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혜진 교수의 1, 2집 앨범은 전부 미국에서 작업했다. 1집은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날까지 녹음했다. 1집 작업 당시 그는 유학중이었다. 고학생의 신분으로 여러 가지를 다 해야 하니 한 큐에 모든 작업을 감행했다. 곡의 퀄리티가 안 나오면 그 트랙은 버린다는 생각으로 무섭게 작업에 전념했다. 조혜진 교수의 앨범 작업은 그의 석사 과정을 지도하던 교수진들과도 함께 했다. 그들은 스승과 제자의 벽을 넘어 클럽에서 함께 연주하는 멤버이기도 했다. 서로의 스타일을 잘 알고 다들 실력이 뛰어나 즉석에서 악보를 받고 리허설 없이 공연하는 일도 많았다.

조혜진 교수의 1집은 학구적 느낌이 강하다. 그는 1집을 만들면서 공부한 것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유학생활이 버거웠는지 1집 앨범의 색깔은 조금 어두운 편”이라고 평했다. 그의 2집은 한국 재즈신의 트렌드도 많이 반영됐다. 그의 음악적 방향은 정통 재즈에 가깝지만 2집 작업에서는 대중적인 시도에 뛰어들었다. 조혜진 교수는 “음악적인 고집보다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하이진’ 2집의 12트랙 중 6곡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스탠더드 재즈이고 나머지 6곡도 한국어 곡이다.

그간의 경험으로 후학 양성을 준비하다

조혜진 교수의 3집 준비는 학교 일에 집중하느라 잠시 미뤄졌다. 전임교수로서 교육만 하는 게 아니라 트렌드도 읽어내야 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는 등 나름대로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국내 최초의 대규모 재즈 합창단 ‘하이진재즈콰이어’를 만들었다. ‘하이진재즈콰이어’는 조혜진 교수가 몸담고 있는 백제예대 재학생과 졸업생, 교수진으로 구성됐다. ‘하이진재즈콰이어’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주말에도 하루 종일 연습한다. 대중적인 공연도 네댓 번 해서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다.

국내 재즈 합창단은 구성이 어려워 시도되지 못했다. 재즈를 하는 사람들은 각자의 개성이 강하고 대규모 인원이 모이기도 힘들다. 두세 명이 한 파트를 맡으면 조율하기 쉽지 않다. 재즈는 즉흥성이 강조되는 음악이라 사전 합의가 어렵다. 조혜진 교수는 “재즈 합창단은 큰 테두리만 맞춰놓고 나면 빅밴드 못지않은 효과를 낸다”며 “재즈는 어려운 음악이 아니다. 다채로운 방법을 시도하면 굉장한 음악적 성과가 나타난다”고 전했다.

조혜진 교수에게 많은 무대에 서면서 잊지 못할 순간들을 물었다. 그는 ‘하이진재즈콰이어’의 세종문화회관 야외공연을 첫 번째로 꼽았다. 공연을 앞두고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걱정이 많았다고 했다. 비 오는 날 야외공연은 악기를 관리하기 어려워 취소하는 일이 많다. 그는 ‘비가 와도 무조건 간다’는 일념으로 철물점에 가서 비닐을 떼어 왔다. 비가 오면 악기를 덮어서라도 공연을 진행하고 싶었다고 했다. 다행히 하늘은 맑았고 예상보다 관객들의 호응과 밀집도가 높았다.

그에게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공연은 1집 발매 공연이었다. 조혜진 교수는 “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하던 터라 ‘망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웃음) 600석 가까이 되는 공연장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막막했는데 결과는 만석이었다. 덕분에 겸손한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조혜진 교수는 교단에서 음악과 함께 인성을 가르친다. 그는 “훌륭한 뮤지션들을 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요즘 음악 시장은 한 달 단위로 바뀐다. ‘좋은 사람’의 음악은 시대를 불문하고 세상에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인성을 바탕으로 하지 않으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는 의지를 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노오란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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