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4.5.29 수 11:34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리뷰
언제나 선택은 그녀의 몫, 뮤지컬 ‘엘리자벳’판타지와 현실 넘나드는 ‘운명’과의 줄타기

비운의 황후 ‘엘리자벳’,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실존한다면 그녀를 두고 하는 말일까. 아름다움은 나눌 수 없다. 그래서 늘 선망을 가장한 질투가 따라붙는다. 적어도 ‘엘리자벳’에게 아름다움의 끝은 애통하지도, 장렬하지도 않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지난해 국내 초연한 후 예술의전당에서 두 번째 무대를 갖는다. 이번 공연은 옥주현, 김준수 등 초연 멤버를 캐스팅해 안정감을 다진 반면, 선 굵은 목소리로 R&B 가수의 길만 걸어 온 박효신이 뮤지컬 데뷔 신고식을 치르는 등 다소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7월 26일, 뮤지컬 ‘엘리자벳’은 많은 기대와 호기심 속에서 그 화려한 막을 올렸다. 김소현, 박효신, 박은태의 뮤지컬 ‘엘리자벳’을 만났다.
 
그녀의 죽음은 비극일까

‘씨씨’라는 귀여운 아명을 가진 ‘엘리자벳’은 가뿐한 꽃씨처럼 두 남자의 마음에 내려앉는다. 한 남자는 만인의 삶을 다스리는 황제, 다른 남자는 어두운 지하세계를 군림하는 ‘죽음’이다. ‘엘리자벳’은 우연히 만난 ‘죽음’에 강렬하게 이끌린다. 하지만 그녀가 택한 것은 삶, 그것도 황후라는 고귀한 삶이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역사적 인물인 엘리자벳 황후가 죽음에 대한 단상으로 인생의 말미를 보냈다는 기록에 착안해 판타지적 요소를 배치한다. 작품은 ‘죽음’을 ‘토드’라는 초월적 인물로 표현한다. ‘죽음’은 ‘엘리자벳’이 해방을 갈구하는 순간마다 찾아와 그녀를 흔들지만 ‘엘리자벳’은 매번 다른 선택을 한다.

‘엘리자벳’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삶과 죽음 따위의 운명이 아니라 자유의지다. 황실을 선택한 것도 그녀고, 하나뿐인 아들을 외면하는 것도 그녀다. ‘엘리자벳’은 자신을 옭아매는 황실에서 자유를 향해 울부짖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그녀의 ‘결정’이 있다. 이러한 아이러니는 정해진 운명에만 캐릭터를 가두지 않고 드라마를 이끌어 나가는 동력이 된다.
 
생동감 넘치는 배우들의 호흡

 

김소현의 ‘엘리자벳’은 팔색조라는 말이 아깝지 않았다. 김소현은 어린 시절의 ‘씨씨’부터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처연한 최후까지 캐릭터가 가지는 긴 호흡을 놓치지 않았다. 때묻지 않은 소녀의 움직임은 한없이 사랑스러웠고, 자유를 박탈당한 황후의 노래는 보이지 않는 쇠창살을 뚫을 듯했다. 힘이 있으면서도 아름다운 그의 고음처리에 ‘역시 김소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효신은 차갑고 음울한 ‘죽음’을 무리 없이 소화해 냈다. 박효신 특유의 낮고 굵은 목소리는 이질적이라기보다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극중 화자인 ‘루케니’ 역을 맡은 박은태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었다. 그의 움직임은 마치 발레를 보는 듯 가뿐했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관객과 대화하는 그의 호흡은 생명력이 가득했다.

판타지와 객관성 확보한 무대와 음악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이중 회전무대다. 회전판 안팎으로 분리된 공간은 마치 극중 이야기꾼인 ‘루케니’가 앵글 밖에서 해설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문학의 액자구성과 비슷하게 구현된 무대는 ‘루케니’의 스토리텔링에 객관성을 더한다.
 
이중 회전무대는 작품의 공간과 시간을 확장하는 기능을 한다. 배우들은 관객의 시선을 분산시키지 않으면서 마음껏 움직이고 감정을 쌓아나간다. 관객은 자연스럽게 흐르는 듯한 무대를 보며 시간의 영속성을 각인하게 된다. 이중 회전무대는 영원할 것 같은 ‘엘리자벳’의 아름다움도, 불멸할 것 같은 순간도 언젠가는 사라지리라는 것을 내재한다.

뮤지컬 ‘엘리자벳’의 음악은 고전에 실험적 요소를 가미했다. 갈등이 증폭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삐걱거리는 불협화음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매끄럽지 않게 의도된 화성은 작품 전반에 흐르는 위태로움을 절묘하게 표현했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EMK뮤지컬컴퍼니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뉴스테이지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