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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보이지 않는 힘을 거슬러, 이지양 ‘Stationary Nonstationary’ 展갤러리 AG, 안국약품 직원 초청해 전시 체험 프로그램

우리는 땅을 딛고 살아간다. 중력의 지배를 받지 않으면서 온전히 설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언제나 힘의 방향은 위에서 아래를 향한다. 우리의 사고 체계도 중력의 법칙과 닮아 있다.

사진작가 이지양은 ‘당연한 것들’에 도전장을 내미는 아티스트다. 그는 ‘Stationary Nonstationary’라는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안국약품 본사 갤러리 AG에서 8월 28일까지 개최된다. 말복 더위의 기세가 등등하던 8월 12일, 갤러리 AG가 안국약품 직원들을 초대해 전시 참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유니폼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사진 속 모델들은 경찰, 소방관, 약사, 학생, 편의점 직원, 우체국 직원 등 다양했다. 그들은 울거나 웃는 것 대신 익숙하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바짝 올라간 어깨와 어색한 차렷 자세를 취한 양팔은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게 했다. 작품이 낯설어 보이는 이유는 중력을 거슬렀기 때문이었다.

이지양 작가는 지난해 안국약품갤러리(갤러리 AG) 신진작가 공모에 당선돼 이번 전시를 열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특별한 방법으로 작업했다. 작가 이지양은 작업 방법에 대해 “모델들을 철봉에 거꾸로 매달아서 사진을 찍었다. 중력을 거스를 때 나타나는 인물의 모습이나 표정을 통해 보이지 않는 힘을 시각화하는 전시”라며 “유니폼을 입은 모델들은 개인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단체성이 부각된다. 이것 역시 외부적인 힘에 의해 규정되는 모습을 포착한 것”이라고 전했다.

갤러리 AG 이현주 큐레이터는 “오늘 기획된 전시 참여 프로그램은 일단 안국약품 직원들에게만 신청 접수를 받았다. 다음 달 부터는 일반인들과 지역 주민들도 초청해 전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전시장의 문턱을 낮추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8월 12일 오후 6시를 넘기자 안국약품 직원들이 갤러리 AG로 들어왔다. 초대받은 직원들은 ‘보는 전시’를 넘어 ‘참여하는 전시’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으로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지양 작가가 직원들에게 간단한 작품 소개 및 기획의도, 전시 참여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하고 첫 번째 체험 순서가 이어졌다.

첫 번째 순서로 직원들이 사진 속 모델들처럼 철봉에 거꾸로 매달리는 체험을 했다. 직원들이 물구나무를 서듯 철봉에 매달리자 얼굴은 붉어지고 어깨는 밑으로 내려왔다. 얼굴 근육도 다르게 움직여서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직원들은 동료의 낯선 얼굴을 보며 재미있어 했다. 처음에 체험을 망설이던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지양 작가는 거꾸로 매달린 직원들의 모습을 한 장 한 장 폴라로이드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장에 마련된 도시락으로 식사를 마치고 두 번째 체험이 진행됐다. 직원들이 짝을 지어 오른손잡이는 왼손으로, 왼손잡이는 오른손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그리는 순서였다. 직원들은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익숙하지 않은 손놀림을 하려니 애를 먹은 모양이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처럼 서로의 얼굴을 보며 깔깔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음 순서는 눈을 감고 상대방의 얼굴 그리기였다. 자기가 사용하던 손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만만치 않았다. 종이 속 눈, 코, 입의 위치는 제각각이었지만 눈을 떠 보니 꽤 멋진 그림이 완성됐다.

마지막 체험은 빗자루, 마대 등의 끄트머리에 크레용을 달아 벽에 그림을 그리는 순서였다. 그림의 소재는 ‘나를 억압하는 것들’로, 직접 손을 사용해 그림을 그릴 때보다 힘든 작업이었다. 어떤 이는 집과 차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은 억압의 주체를 ‘자신’으로 그려냈다.

모든 순서를 마치자 직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안국약품 영업지원팀 허세영씨는 전시 체험 프로그램에 대해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다 보니까 내가 생각했던 두려움, 힘든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자신’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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