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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가 궁금하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김도빈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로 첫 외부 작품 도전해

최근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캐스팅을 공개했다. ‘공연 좀 본다’하는 사람들은 다 알만한 캐스팅을 훑어내려 가니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띄었다. ‘김도빈’. 이름 아래로는 ‘윤동주, 달을 쏘다’, ‘로미오와 줄리엣’, ‘바람의 나라’와 같은 튼실한 출연작이 이어졌다. 그것이 모두 서울예술단 작품이라는 것을 깨닫자, 그제야 이름 하나가 스쳤다. ‘김형기’. 최근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쾌남 ‘송몽규’를 연기했던 그 배우였다. 호방한 애국 청년에서 공황장애와 언어장애를 동시에 겪는 ‘요나스’로의 변신, 슬슬 호기심이 오르기 시작했다.

김도빈과의 인터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웃음이 터지기 시작했다. 어디에 이야기 주머니라도 숨겨둔 것인지 쉴 새 없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진지와 위트를 오갔지만, 결코 가볍지도 않았다. 그가 ‘요나스’를 떠올릴 땐 절로 몸이 움츠러들며 눈빛이 색을 잃었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꺼내놓을 땐 영락없는 소년처럼 두 눈이 반짝였다. 그 간격과 진폭이 넓어 질문 거리도 자꾸만 늘어갔다. 계속 궁금해지는 배우, 김도빈과 함께 그와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김도빈으로 서는 첫 무대

- ‘김형기’에서 ‘김도빈’으로 이름을 바꿨어요.

‘형기’라는 이름이 잘 안 들어오더라고요. 조형기 선생님도 계시고요.(웃음) 활동하면서 이름이 각인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를 들어, 김무열. 멋있잖아요.(그는 배우 김무열과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차에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 서윤미 연출님이 ‘이름 한 번 바꿔 보는 거 어때?’ 그러셨어요. 이왕이면 작품 들어가기 전에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어머니와 함께 작명소에서 바꿨어요.

- 뮤지컬 ‘블랙메리포핀스’가 외부에서 하는 첫 작품이에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가요?

서울예술단 ‘윤동주, 달을 쏘다’를 끝내고 쉬고 있었어요. 새벽에 집에 들어가는데,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 있었어요. ‘서윤미 연출입니다. 시간 나실 때 연락주세요’ 라고요. 옆에 있던 친구가 ‘그거 사기야!’ 했었어요.(웃음) 다음 날 연락을 드렸더니 ‘공연 같이 할 수 있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전 ‘저요? 왜요?’ 그랬죠.(웃음) 이유를 물으니 ‘윤동주, 달을 쏘다’를 보고 연락 주셨대요. 전 예술단에 들어가고 나서 한 번도 오디션을 안 봤어요. 아직 저 스스로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한 편으로는 언젠가 누가 날 찾지 않을까 했는데,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했어요.

- 캐스팅 이유를 물어보셨어요?

첫 만남에 저를 가만히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셨어요. ‘요나스’를 해야 되는데 제 이미지가 너무 ‘오빠 같다’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할 수 있다’고 무조건 그랬어요.(웃음) ‘송몽규’에서 어떻게 ‘요나스’의 모습을 보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나중에 여쭤보니 저에게 살짝 엿보이는 다른 모습을 부각시켜주고 싶었다고 하셨어요.

- 함께하는 배우들은 어떤가요? 대부분 처음 만나는 배우일 텐데.

첫 미팅 때 예술단 연습 때문에 조금 늦었어요. 근데 (이)경수 형이 있더라고요. 학교 직속 선배였거든요. 사계로 떠날 때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마리아’를 부르고 간 게 기억나요. 돌아왔는데 정말 소리가 꽉 찼더라고요. 성량이 정말 최고예요. (김)재범이 형은 ‘대학로의 왕자님’이잖아요. 처음엔 말이 없다고 해서 그런 줄로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말이 점점 많아지세요.(웃음) 연기할 때는 또 달라져요. 제 또래 중에 이렇게 ‘연기 잘한다’고 생각한  배우는 오랜만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깔끔한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박)한근이 형은 노래를 록 스타일로 하는데 정말 잘해요. 노래 스타일부터 연기까지 세 명의 ‘한스’가 정말 다 달라요.

- 같은 ‘요나스’를 연기하는 최성원 배우는 어떠세요?

성원이는… 어마어마한 아이예요.(웃음) 정말 재밌어요. 센스도 넘치고요. 성원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달라질 정도예요. 외부 시스템을 경험하면서 아쉬웠던 게 공연이 시작되면 더블 캐스트와는 만날 수가 없다는 것이었어요. 서울예술단은 공연이 끝나고도 늘 같이 있거든요. 식구니까. 근데 이 작품은 공연이 시작되면 성원이를 볼 일이 없겠더라고요. 그게 굉장히 서운하고 아쉬웠어요. 그제는 ‘이제 너랑 나랑 끝인 거야?’라고 묻기도 했어요.(웃음)

- ‘요나스’는 언어장애에 공황장애를 겪는 인물이잖아요. 어떻게 풀어내실지 궁금해요.

저는 연기할 때 인물의 전사(前事)를 생각하고 풀어가는 타입은 아니에요. 글씨도 잘 못써서 대본에 뭘 써놔도 잘 못 알아봐요.(웃음) 그래서 먼저 외형을 만들고 계속 덧입히는 편이에요. 어릴 때 ‘요나스’의 모습은 제 어린 시절에서 찾고 있어요. 지금은 솔직하고 밝은 성격이지만, 어릴 땐 상당히 소심했거든요. 엄마가 화장실에서 빨래하면 문지방에 앉아서 그걸 구경하고 있었대요. ‘나가 놀아라’ 그러면 ‘무서워’ 하면서 안 가고 옆에 있고요. 그런 어린 시절을 많이 생각해요.

공황장애나 언어장애 같은 경우는 직접 병원에 가서 체험해 보려고도 했는데, 무섭더라고요.(웃음) 영화나 영상을 많이 찾아보고 있어요. ‘요나스’의 자세나 순간순간 기억이 떠오를 때의 액션은 거울을 보면서 계속 연구 중이에요. 다행스럽게도 연출님이 칭찬을 많이 해주세요. 연출의 디렉션을 바로바로 바꿔서 온다고요.(웃음) 방금도 (박)영수와 그 이야기를 하다 왔어요. 인터뷰 끝나면 연습이 있는데 준비한 걸 어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 ‘요나스’를 연기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제일 처음에는 ‘안 귀엽다’가 걱정이었어요. 계속 ‘오빠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첫 리딩 때 ‘혀엉~’하면서 대사를 했는데 서윤미 연출님이 기겁하셨어요. 술 취한 아저씨 같다고. 지금은 어릴 때 모습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웃음)

또 다른 걱정도 있어요. 영상으로 공연을 봤는데 초연 배우분들이 정말 잘하셨더라고요.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서윤미 식의 그로테스크함인 것 같아요. 오묘한 분위기나 현재에서 과거로 넘어갈 때 느낌 같은 것들이요. 연출님은 그걸 ‘슥삭’이라고 표현하시거든요. 배우들이 똑같이 일어나고, 발을 올려도 똑같이 올리고요. 그런 부분을 맞추는 게 조금 어려웠어요.

단소 신동, 배우가 되다

 - 안양예고, 서울예대를 졸업했어요.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어머니, 아버지가 서울예대 선배님들이세요. 지금은 아니지만 두 분 다 연극을 하셨어요. 아버지는 봉산탈춤 이수자시고요. 어렸을 땐 대금을 하려고 했었어요. 원래 대금을 하기 전에 단소를 먼저 불거든요. 그래서 단소를 꽤 오래 불었어요. 그러다가 전국 콩쿨을 나가서 1등을 했죠. ‘단소 신동’이라 불렸어요.(웃음) 국악고등학교를 가려고 했는데, 필기시험에 떨어진 거예요. 그러다 예술 계통을 계속 하고 싶어서 안양예고에 가게 된 거죠. 그때 처음 연기를 시작했어요.

- 서울예술단 이전에 연극 활동도 꽤 한 걸로 알고 있어요.

2006년에 대학을 졸업했어요. 서울예대 89학번 이기도 선배님께서 만드신 극단 인혁에서 3년간 있었어요. 데뷔작은 ‘이상한 동양화’라는 작품이에요. 그 작품에서 노숙자 역할로 무대에 섰죠.

그때 또 재밌는 이야기가 있어요.(웃음) 노숙자 역이니까 노숙을 해보기로 한 거예요. 지하철 사물함에 가진 물건을 다 넣고, 열쇠는 고민하다가 양말에 넣었어요. 그리고 노숙자분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죠. 정말 많은 인간군상이 있더라고요. 그중 한 분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서울역 큰 계단에서 비닐봉지와 가방에 냄비를 달고 덜그럭덜그럭 거리면서 내려오시길래 인사를 드렸어요. 보자마자 ‘막걸리 마실래?’ 하시더라고요. 그 자리에 바로 앉아서 마셨죠. 먹다 남은 막걸리를 따라주시는데, 냄비에는 눌러 붙은 음식물 찌꺼기가 그대로 있었어요. 사실 전 술도 잘 못 먹는 데 주신 걸 받아 마셨어요. 연극하는 사람이라고 했더니, 본인도 대학원에 다닌다고 하시더라고요. ‘객(客) 대학원’이래요. 이 세상이 내 대학원이라고. 그때 정말 느꼈어요. 경험해보는 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된다는 걸요.

- 연극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하셨잖아요. 서울예술단은 어떻게 접하게 된 건지?

극단에서 3년 있었어요. 정말 많이 배웠죠. 학교 다닐 땐 뮤지컬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음악을 좋아해서 뮤지컬넘버를 많이 듣긴 했지만요. 그때 소극장 뮤지컬을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무작정 오디션을 봤어요. 뮤지컬 ‘지하철 1호선’ 같은 작품들의 오디션을 봤는데, 최종에서 꼭 떨어지더라고요. 제가 중학교 때 처음 본 뮤지컬이 ‘지하철 1호선’이어서 정말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제야 노래를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인생에 중요한 분을 만났죠. 조선아 음악감독님에게 그룹 레슨을 받게 된 거예요. 선생님께서 서울예술단 디렉터로 10년 정도 계셨었거든요. 오디션이 있으니 한번 보라고 하셔서 아무것도 모르고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처음에는 연수단원으로 들어갔고, 석 달 뒤에 열린 정단원 오디션에서 운 좋게 붙었죠.

- 서울예술단은 기량을 골고루 갖춰야 하잖아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힘들었죠. 욕도 많이 먹고. 지금도 제가 막내라 욕 많이 먹어요.(웃음) 근데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외부 작품하면서 느껴요. 서울예술단은 무용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동작도 항상 봐주시거든요.

 

“서울예술단, 함께 가고 싶다”

- 외부에서 작품 활동하는 건 어떠세요? 서울예술단과의 조율도 필요할 것 같은데.

서울예술단의 정기작품은 해야 해요. 작품에 영향만 끼치지 않는다면 예술감독님께서 편의를 봐주시는 편이에요. 사실 저는 서울예술단 활동을 하면서 외부 활동을 하는 게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해보니까 충분히 가능한 것 같아요. 나와 보니까 많은 배우들이 두세 작품씩 하고 있더라고요. 이렇게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죠. 하지만 저는 아직까지 한 번에 여러 작품 하는 건 무리인 것 같아요.(웃음)

- 서울예술단에 함께 있는 박영수 배우도 뮤지컬 ‘쓰릴미’에 출연 중이에요. 함께 외부 활동을 하게 됐는데 어떠세요?

영수가 서울예술단에선 저보다 선배고, 학교에서는 저보다 후배예요. 제가 01학번이고, 영수가 05학번이었으니까요. 학교에서는 저한테 말도 못 거는 그런 학번이었죠.(웃음) 영수는 뭘 해도 예쁜 친구예요. 얼마 전 어떤 기사에서 영수에게 ‘맑다’고 했는데, 정말 딱 그거예요. 그리고 동료에게 자기 것을 모두 주려고 하는 아이고요. 정말 둘도 없는 동료죠. 영수는 잘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많은 배우를 봐왔지만 연습을 그렇게 열심히 하는 친구는 없었어요. 정말 쉬지도 않고 옆 사람이 짜증날 정도로 계속 연습해요. 근데 밉지 않고요.(웃음)

- 외부 작품을 통해 이제 더 많은 관객이 김도빈이란 배우를 알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 배우로서 가고 싶은 방향성이 있다면?

서울예술단이라는 단체가 예전에는 우리나라 뮤지컬계의 선두주자였어요. 그 당시에는 이렇게 큰 공연을 하는 단체가 많지 않았고요. 저는 서울예술단이 한국 공연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해요. 지금 영수와 제가 외부 작품을 하고 있잖아요. 이런 활동을 하면서 관객분들에게 서울예술단에도 많은 관심을 갖게 해드리고 싶어요. 서울예술단도 좋은 작품 많이 하거든요. 그렇게 같이 가고 싶어요.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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