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괴감’, ‘우울감’, ‘무기력함’ 등은 어른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까? 아이들도 작아지는 자신의 모습이 미울 때가 있다.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파티에 초대 받지 못했을 때, 받아쓰기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꾸중을 들었을 때 아이들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는 제목 그대로의 메시지를 전하며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일깨워 주고 있다. 작품은 작년 11월부터 압구정 윤당아트홀 무대에 올랐다.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올해 9월 1일까지 연장공연에 돌입했다. 고된 일상에 지쳐 힐링이 필요했던 어느 날, 이미 어른이 돼 버린 모습이 쑥스러웠지만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와 만났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가족’ 뮤지컬

아담한 소극장에 들어서자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부터 제법 키가 큰 초등학생들이 모였다.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는 나무로 만든 사람들의 터전인 ‘나무 마을’에서 펼쳐졌다. 배우들은 ‘나뭇결 생생’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어린이 관객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은 노래와 춤에 즉각 반응하지만 배우가 대사를 치는 장면에서 산만해지기 쉽다.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는 아이들의 속성을 파악해 다양한 방법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작품의 처음부터 등장하는 악사는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쓰고 무대 앞쪽 구석 자리를 지킨다. 각종 타악기, 관악기를 연주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를 돕는다. 아이들에게 지루할 수 있는 장면에서 빛을 발하는 일등 공신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담한 무대는 많은 장치를 채우는 것 대신 조명과 영상, 그림자 효과를 사용해 입체감을 더한다. 무대에는 극중 캐릭터의 내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두 가지의 소품만 자리한다.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의상은 어린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한다.

‘펀’은 목수 ‘엘리’를 만나는 장면에서 작은 인형으로 변신한다. 배우들은 인형 ‘펀’을 조종하면서 인물의 내면을 대변한다. ‘엘리’는 나무 사람 ‘펀’을 만든 조각가로 어머니와 자식 같은 관계다. ‘엘리’는 “내가 너를 가장 아름답게 만들었단다”라고 말하며 ‘펀’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인형이 된 ‘펀’이 ‘엘리’의 품에 안기는 장면은 둘의 만남을 좀 더 극적으로 표현한다.

오래오래 기억될 ‘특별한’ 메시지

‘펀’은 부정적 의미인 ‘똥표’가 덕지덕지 붙은 옷을 입고 무대에 등장한다. ‘나무 마을’ 사람들은 칭찬의 의미인 ‘별표’를 받기 위해 언제나 아우성이다. 실수투성이 ‘펀’도 ‘별표’를 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이내 자신의 보잘 것 없는 모습에 절망하고 만다. ‘펀’은 친구 ‘루’를 통해 자신을 만든 목수 ‘엘리’를 만난다. 그 후 ‘똥표’, ‘별표’에 상관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해서 ‘자존감’과 ‘타인의 시선’을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아이들은 때때로 어른보다 더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변을 관찰한다. 많은 언어가 오가지 않아도 아이들은 상대방의 기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다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조금 서툴 뿐이다.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의 배우들은 어린이 관객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연기한다. ‘펀’이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 자신에게 모진 소리를 쏟아내자 객석에서 “울지 마”, “불쌍해” 등 즉각적인 반응이 들렸다. 목수 ‘엘리’가 ‘펀’을 안아주며 “넌 특별하단다”라고 속삭이자 관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숨죽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부모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뮤지컬 ‘넌 특별하단다’에는 ‘치유’가 있다. 주인공 ‘펀’은 주변의 평가에 일희일비하는 우리 아이들의 표상이다. 외모, 성적, 교우관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들은 ‘펀’처럼 축 늘어진 어깨를 하고 혼잣말만 중얼거린다. 작품은 아이들이 ‘펀’에게 투영되는 자신들의 모습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

노오란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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