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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래하면서 전기가 온 작품은 처음”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임혜영초연 후 다시 ‘루시 마네뜨’ 역으로 재연 무대 올라

‘예쁜’ 배우 임혜영이 달라지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을까. 가녀린 외형과 고운 목소리의 그녀는 데뷔 이후 한동안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 ‘로미오와 줄리엣’, ‘지킬앤하이드’ 등 전형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극중 인물의 삶이 내 삶이라면 어떨까하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는 그녀는 2010년 뮤지컬 ‘미스사이공’의 무대에 오르며 ‘살아있는 연기의 맛’을 보기 시작했다. 이후 임혜영은 2012년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초연과 2013년 뮤지컬 ‘레베카’ 등 탄탄한 작품성을 갖춘 무대에 오르며 배우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그녀가 최근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재연 무대에 도전을 선언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과 뮤지컬은 ‘프랑스 혁명’을 소재로 런던과 파리를 오가며 펼쳐지는 한 남자의 숭고한 사랑과 혁명의 광기를 담는다. 미국에서는 청소년 필독서로 손꼽히는 소설이다. 이번 공연에서 임혜영은 염세적인 변호사 ‘시드니 칼튼’(이하 칼튼)과 프랑스 사회에 신물을 느끼는 귀족 ‘찰스 다네이’(다네이)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여인 ‘루시 마네뜨’(이하 루시)를 연기한다. 그녀는 ‘찰스 다네이’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면서도, ‘시드니 칼튼’의 염세적 삶을 안타까워하는 아름다운 여인 ‘루시’를 섬세하게 그려낼 예정이다. 어제보다 오늘 더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배우 임혜영을 6월 7일 오전 종로5가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초연과 재연 그 사이에서

- 뮤지컬 ‘레베카’가 얼마 전 막을 내렸다. 관객과 언론의 평가도 좋았고, 여성 팬도 많이 생긴 것으로 안다.


다행이다.(웃음) 뮤지컬 ‘레베카’가 어려운 작품이다. ‘나’라는 인물이 자칫 ‘무색무취’일 수 있는 역할이어서 표현하기 어려웠다. 실제 상황이었다면 정말 힘든 상황에 놓인 인물인데, 감정을 분출할 수가 없었다. 뮤지컬 ‘레베카’의 팀 분위기가 좋아서 잘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최근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공연을 앞두고 있다.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도 오르게 됐는데.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인문학적인 작품이다. 노래는 적고 대사는 많다. 초연 때 많이 힘들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관객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삶에 대입할 수 있는 좋은 가사와 대사가 정말 많다. 극중 놓치기 아까운 부분이 많아서 홍보할 기회가 생기면 ‘책을 한 번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있다. 단편적으로 보면 사랑을 위해 희생하는 ‘시드니 칼튼’ 역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알고 봐야 더 좋은 공연이다.


- 뮤지컬 ‘레베카’로 상승세에 올랐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재연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


큰일 났다.(웃음)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하면서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그전에는 공연할 때 주로 장면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무대에 오르면서 ‘실제 상황이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거의 하지 않았다.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통해 스스로에게 그런 물음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더 단단해진 것 같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예를 들어, ‘루시’는 드레스를 자주 입는다. 드레스를 입으면 풍성함 때문

에 팔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팔이 모아지고 전형적인 공주의 팔 쓰임새가 나온다. 이런 세밀한 부분들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예전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 6월 18일 개막을 앞두고 있다. 연습은 어떤가?


연출가 ‘제임스 바버’(이하 바버)를 만나면서 또 다른 재미가 생겼다. ‘바버’가 갖고 있는 생각이 나를 많이 자극했다. 그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고 있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가 한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관객을 궁금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는 관객을 궁금하게 만든다. 관객에게 감정을 다 알려주지 않으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바버’는 눈빛을 굉장히 중요시하는데, 때로는 어떤 행동이나 대사보다 어떤 눈빛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다.


- ‘루시’는 만사에 염세적인 ‘칼튼’도 반하게 할 만큼 따뜻한 심성을 가진 여성이다. 초연 당시 모든 이에게 친절한 ‘루시’ 캐릭터에 대해 ‘어장관리녀’라고 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웃음)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함께 출연하는 ‘칼튼’ 역의 윤형렬 배우가 나보다 한 살 어리다. 지난해와 달라진 것도 없는 데 요즘은 형렬이가 가끔 귀여울 때가 있다. 얼마 전 형렬이에게 어릴 때 먹던 ‘꼬마 곰 젤리’ 같이 생겼다고 놀린 적이 있다. 이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혜영이는 형렬이가 귀엽나 봐’ 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어장관리’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차이인 것 같다.(웃음)


- 재연이라 ‘루시’ 역을 더 많이 들여다보게 됐을 것 같다.

극중 ‘칼튼’이 ‘루시’를 ‘예쁜 인형일 뿐’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전형적인 ‘예쁜’ 캐릭터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식상한 표현 말고 다른 것 없을까 하며 계속 찾는 중이다. ‘바버’가 ‘루시’는 작품에서 ‘빛’ 같은 존재라고 했다.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면서 계속 웃어보기도 하고, 닭살을 떨어보기도 하고, 참아보기도 한다. 그런 것들을 과하지 않게 적절히 표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 ‘루시’를 연기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칼튼’과 ‘다네이’를 대하는 ‘루시’의 모습이다. 올해는 ‘루시’가 사랑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친구에게 하는 행동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보여주고 싶다. 대본에는 그 차이점을 표현할 수 없는 가사와 대사가 거의 없다. 요즘은 실제로 대본에 칸을 쳐놓고 ‘칼튼’, ‘다네이’를 구분해 보기도 한다. 어렵다. 


- 그런 부분에 대해 더블캐스팅된 최현주 배우와 상의해 본 적은 없나.


현주 언니와 나는 정말 다르다. 그래서 일부러 그런 점을 상의하려 하지 않았다. 나는 싫다 좋다가 잘 드러나는 편이다. 내가 숨긴다고 해도 다들 안다. 그런데 현주 언니는 아니다. 남에게 화를 내 본 적 있냐고 물어봤더니 거의 없다고 하더라. 정말 천상 여자다.(웃음)


인간 임혜영이 ‘그렇게 살고 싶게’ 하는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의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초연 때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재연에서 그 부분을 채우고 싶었다. 재밌고 좋은 작품만 하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지 않나. 뮤지컬 ‘레베카’도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혼자 일주일 정도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몸이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초인적인 힘이 생기더라. 거기서 더 많은 걸 찾았고 배웠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도 그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 보고 싶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는 인간 임혜영이 ‘그렇게 살고 싶은’ 부분이 있다. 이제는 너무나도 소중해진 ‘숭고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 때만 해도 헤어지자는 얘기를 문자로 하면 ‘예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요즘은 문자로만 해도 ‘좋은 유치원 나온 아이’라고 한다더라.(웃음) 그만큼 요즘 사람들에게 사랑의 의미가 많이 가벼워진 것 같다. 


작품의 후반부에 ‘칼튼’과 ‘다네이’가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있다. ‘루시’와 ‘다네이’ 사이에 딸이 하나 있는데 그 아이가 성장하면서 ‘아프지 않도록, 슬픔을 못 느끼도록’ 기도하는 장면이다. 가사가 정말 기가 막힌다. 그 장면에서 항상 많이 운다.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나고, 이제는 내가 이런 사랑을 베풀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어르신 분들도 즐기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드라마와 음악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다. 부르기 어려운 음악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정말 어렵다. 배우들도 서로 많이 이야기한다. 체력이 좋은 신영숙 배우도 초연 때는 힘들어했다. 매일 도시락을 싸오고, 살을 일부러 찌우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래도 지금은 초연보다 많이 나아졌다. 이제 이 작품의 노래할 수 있는 근육이 어느 정도 생긴 것이다. 개인적으로 노래를 하고 몸에 전기가 온 건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가 처음이다.


- ‘루시’가 부르는 넘버 중 ‘Without a word’는 부르기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정말 세계 최고인 것 같다.(웃음) ‘바버’도 인정했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할 때도 캐스팅 교체까지 할 정도로 여배우가 많이 힘들어했다더라.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를 하면서 노래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혼란스러웠다. 가슴에 차오르는 슬픈 감정을 그대로 노래하면 관객에게 전달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노래가 망가지기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노래를 못하는 아이가 된 것 같아 괴로웠다. 이 작품으로 우선 노래는 편안해야 하고, 감정은 소리를 통해 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넘어지고 깨지며 많이 배운 작품이라 의미가 크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비오엠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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