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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것은 싫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작곡가 원미솔오랜만에 ‘작곡가’로 관객 만나

‘뮤지컬’에서 ‘음악’은 건축물의 ‘대들보’ 같은 존재다. 건축물이 대들보가 없으면 자재들의 중량을 견뎌낼 수 없듯 뮤지컬도 마찬가지다. 음악이라는 중심이 바로 서 있지 않으면 드라마와 연기가 아무리 뛰어나도 어딘가 부실하게 느껴진다. 이렇게 뮤지컬의 기초 공사를 하는 역할이 바로 ‘작곡가’다.


원미솔은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으로 수많은 작품을 함께해 왔다. 그녀는 뮤지컬 ‘뮤직 인 마이 하트’, ‘천사의 발톱’ 등의 음악을 작곡했고,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햄릿’, ‘그리스’, ‘몬테크리스토’ 등 이름만 대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작품들의 음악감독을 맡아 왔다. 그런 그녀가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을 통해 오랜만에 ‘작곡가’라는 이름으로 돌아왔다. 원미솔은 이번 공연에서도 특유의 톡톡 튀는 감성과 찰진 선율들로 ‘드라마 속에 묻어나는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작곡에 있어 “고루한 건 싫다”고 말하는 원미솔 음악감독과 함께 5월 16일 늦은 오후,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정말 감사한 작업”

- 최근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음악감독과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곡 작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처음 계획대로라면 스케줄이 겹치지 않았을 것이다. 대관 등 여러 문제가 얽히면서 두 작품을 함께하게 됐다.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는 이미 했던 작품이라 너무 많은 산을 오르는 과정은 아니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미리 의뢰를 받아 곡을 쓰고 있었다. 목숨만 부지할 정도로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 곡 작업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작곡을 다 했다고 작곡가의 역할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음악 자체가 일렉음을 사용한 새로운 톤이 많다. 사극 장르라 국악기를 배제할 수도 없었다. 때문에 부득이 하게 MR(녹음 반주)로 가게 됐다. 음악 수가 많아서 조각조각 나누어 녹음해야 하고, 플랜도 복잡하다. 작곡가로 녹음에 참여하고 바느질하느라 바쁘게 지낸다.


-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제작사가 두 곳인데 모두 친분이 있다. 특히, 쇼플레이 대표와 오랜 시간 친구로 지냈다. 쇼플레이 대표가 뮤지컬 ‘락오브에이지’를 같이 할 때 ‘미솔아, 재밌는 거 하자. 너도 곡 좀 써야 하지 않겠냐’고 했었다. 그 약속이 지금 실현된 것이다.
 

- 그동안 음악감독으로는 자주 봤지만, 작곡가로는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다.
 

곡을 아예 안 쓴 것은 아니었다. 연극은 계속 해마다 했고, 어린이 뮤지컬이나 소극장 뮤지컬도 꾸준히 했다. 지금껏 계속 음악을 했기 때문에 이번 작품으로 더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오랜만에 곡 쓰는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본다.(웃음) 성인 뮤지컬로 따지자면 정말 오랜만이다.
 

이번 작업이 소중한 이유는 함께하는 스태프들이 다 친구이기 때문이다. 연출가, 작가, 안무가 모두 일과 상관없이 베스트 프렌드다. 각자 연출가와 음악감독, 안무가와 작가, 연출가와 작가 등으로 따로 작업을 많이 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 같은 조합을 만드는 것이 소원이었다. 호흡이 정말 잘 맞다. 코드도 잘 맞고, 작업하는 법도 다들 잘 안다. 사실 창작 작업을 하다 보면 마음 상하지 않고 작업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 친구들은 그런 것이 필요 없다. 접점이 빗나갔을 때는 서로 놀리기도 하고, 치열하게 토론하기도 한다. 정말 감사한 작업이고, 작품이 꼭 잘 됐으면 좋겠다.

-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연습 시작 당시에 박인선 작가와 함께 ‘내시’와 ‘상궁’ 의복을 차려입고 함께하는 이들에게 절을 올리는 이벤트를 했었다.


내가 작곡가와 음악감독을 함께하듯 박인선 작가도 연출가와 작가 활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는 둘 다 작곡가와 작가로만 참여하게 됐다. 텍스트만 제공하는 사람으로 참여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래서 ‘잘 부탁드린다’는 마음으로 ‘내시’와 ‘상궁’ 의복을 입고 와서 인사를 한 것이다. 우리가 이만큼 했는데 여러분이 더 잘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의미였다.

- 음악감독을 할 때와 작곡가를 할 때의 차이가 있다면?
 

작곡가는 창작자고, 음악감독은 리크리에이티브다. 작곡가는 텍스트를 만드는 사람이고, 음악감독은 그 텍스트를 현실화하는 사람이다. 한국은 라이선스 작품이 많다 보니 음악감독의 역할이 큰 편이다. 작곡가는 한 작품의 기획을 잡는 사람이기 때문에 정말 힘들다. 하지만 그만큼의 희열이 있다. 음악감독은 정확하게 말하자면 조율자다. ‘음악적 소통이 폭넓은 사람’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고루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 뮤지컬에서 음악은 정말 큰 부분이다. 한 작품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는 부담은 없었나.
 

부담감, 있다.(웃음) 하지만 부담감보다 설렘이 더 크다. 그 점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원래 성격 자체가 ‘남이 날 어떻게 볼까’ 보다 ‘내 음악이 얼마나 나아졌을까’에 대한 관심이 더 큰 편이다. 오해받거나, 비판받을 수 있지만 지금 걱정해서 무엇하겠나. 나중에 두들겨 맞으면 된다. 긍정의 병이랄까.(웃음) 성공과 실패에 좌우되지 않으려고 하고, 굴곡을 굴곡이라 생각한다. 좌우명이 ‘별일 없다, 별일 아니다’다.


- 이번 공연의 음악 장르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들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음악의 특징은 무엇인가?
 

처음 음악을 작곡할 때 ‘고루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뻔한 것은 싫다. 코믹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어야 한다. 이번 공연의 음악 장르가 다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음악이 많아서다. 음악이 작품의 전체 리듬을 관장할 정도로 극 전반에 계속 흐른다. 관객을 웃겼다, 울렸다, 잔잔했다, 들었다 놨다를 하려면 음악이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인생에 희로애락이 있듯 장면과 리듬에도 희로애락이 있다.

이번 공연에서 작곡, 연출, 작가, 안무가 통일한 것이 ‘리듬’이다. 서로의 분야가 합쳐지려면 리듬이 필요하다. 작곡이 뛰어가는 리듬인데 안무가 누워있다거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한 점을 회의에서 맞춰나갔다.
 

- 곡 작업할 때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었나.
 

자료를 많이 모으는 편이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을 하기로 했다면 그 느낌에 맞는 악기의 톤을 모으고 찾는다. 그것들을 모아 ‘이 곡에는 이런 악기를 쓰면 좋겠다’하고 배치한다. 이후에 점점 압축해가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하는 것은 아니다. 머릿속에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 다음 직접 비트를 만들어 보고 흥얼거려 본다. 그다음에 골라놨던 톤을 사용해보고 녹음해 보면서 곡을 만든다.

-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그래도 애착이 가는 곡이 있을 것 같다.


2막 오프닝을 여는 ‘해를 품은 가짜 달’이라는 노래가 있다. 연우는 죽었고, 백성들은 비탄에 빠져 있다. 이훤은 왕이 됐지만 힘이 없다. 이 때 흐르는 음악 장르가 스패니쉬다. 완전히 장르적으로 풀기보다 살짝 느낌만 줬다. 예를 들어, 음악은 스패니쉬인데 ‘에헤이’라는 추임새가 등장한다. 주로 창에서 많이 하는 것들이다. ‘에헤이’가 영어로 하면 ‘헤이’지 않나. 그러한 말들로 퓨전을 시도했다. ‘태평성대’ 장면에서는 ‘에헤이’를 소울로 한다. 
 

- 작곡할 때 가장 많이 신경 썼거나 지키려고 한 부분이 있나.


세련미다. 내 곡이 세련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가짐은 세련되려고 노력한다.(웃음) 개인적으로 고루한 걸 싫어한다.
 

-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순정만화 같은 작품이다. 관객이 뮤지컬을 통해 소설이나 드라마와는 또 다른 감동을 안고 가셨으면 좋겠다. 대중이 사랑했던 원작의 감성이 실제 눈앞에서 펼쳐지고, 노래로 불렀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을 관객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마케팅컴퍼니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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