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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살 연기 쉽지 않았죠” 뮤지컬 ‘해를 품은 달’ 배우 김다현

배우 김다현은 지난해부터 무척 바쁜 시간을 보냈다. 군대 전역 후 연극 ‘연애시대’로 복귀를 알린 그는 연극 ‘M.butterfly’, 뮤지컬 ‘서편제’, ‘라카지’, ‘쌍화별곡’,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락 오브 에이지’, ‘아르센루팡’ 등에 연이어 출연했다. 숨 돌릴 틈 없는 바쁜 시간들이었다. 처음 도전하는 작품도 많았고, 관객의 기대가 쏟아진 작품도 많았다. 매 작품이 그에겐 치열한 도전이었다. 험난한 여정에 지칠 법도 하건만 그는 담담한 얼굴로 다시 신발 끈을 동여맸다. 또 다른 도전인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절절한 사랑 속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다.

‘해를 품은 달’은 동명의 소설과 드라마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는 최고 시청률 42% 이상을 기록하며 국민적인 인기를 누렸다. 한참 연습에 매진 중인 뮤지컬은 소설, 드라마와 다른 무대만의 매력으로 관객과 만날 준비에 한창이다. “원작에 대한 부담보다 이 작품이 뮤지컬로 만들어졌을 때 어떤 모습일지가 궁금했다”고 말하는 김다현과 함께 지난 5월 8일 오전 국립극장의 한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 고정관념 깨고 봐 달라”

인터뷰 장소에 말쑥한 정장차림으로 나타난 김다현은 조심스럽지만 여유 있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불쑥 ‘요즘 바빠서 힘들지 않느냐’고 안부를 묻자 “요즘 다 바쁜 것 같아요. 작품도 많고요. 여러 곳에서 함께 작품 하자고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라는 겸손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그는 “물론 체력적으로 힘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땐 팬 분들이 보양식을 잘 챙겨주세요. 감사하죠. 그리고 관객과 만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치유되는 것도 있고요”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최근 뮤지컬 ‘해를 품은 달’ 연습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개막을 한 달 앞둔 터라 연습할 것도, 고민할 것도 많다. “‘해를 품은 달’은 원작 소설이 2권 분량이고, 드라마가 20부작 정도예요. 그 많은 분량을 2시간 20분에 풀어내야 해요. 그 때문에 스토리가 축약되는 경우도 있어요. 사실 배우도 연기하면서 ‘이 부분은 조금 더하고 싶다’는 장면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부분을 다 하면 세 시간이 넘어가요. 연기할 때 ‘이전 상황의 끝’과 ‘다음 상황의 시작’ 부분을 잘 풀어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공연은 ‘뮤지컬’인 만큼 음악에 대해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다현은 원미솔 작곡가의 음악에 대해 “상당히 좋습니다”라며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어 “장르가 사극이라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 색깔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은 틀을 깼어요. 조금 더 대중적이고 팝스러워요”라고 말했다.

뮤지컬 ‘해를 품은 달’의 음악은 다양한 장르적 색채가 어우러진다. 스패니쉬, 재즈, 힙합 등 사극 장르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음악들이 얼개를 이룬다. “처음 음악을 들었을 때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요. 처음에는 ‘이게 가능해?’라는 생각이었는데, 장면을 연결해 보니까 가능하더라고요. 무대에서 배우가 캐릭터와 하나가 됐을 때 상당히 잘 어울리는 곡들이 나왔어요. 고정관념을 깨고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창작뮤지컬, ‘시행착오’ 있어야 좋은 작품 나온다”

김다현은 얼마 전 창작뮤지컬 ‘아르센 루팡’을 끝냈다. 창작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도 그가 연이어 창작뮤지컬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먼저 제의를 받았는데, 이제 ‘왕 역할을 하는구나’ 싶었어요.(웃음) ‘이훤’이라는 인물이 매력 있는 캐릭터라 도전해 보고 싶기도 했고요. 제가 어떻게 이 역할을 해석하고 표현할지 스스로도 궁금했어요. 그래서 선택하게 된 것 같아요.”

그는 뮤지컬 ‘아르센루팡’, ‘해를 품은 달’ 외에도 뮤지컬 ‘라디오스타’, ‘쌍화별곡’, ‘서편제’ 등의 창작뮤지컬에 출연해 왔다. 그에게 창작뮤지컬에 대한 생각을 묻자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듯 잠시 허공을 응시했다. 신중한 모습이었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그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대한민국처럼 뮤지컬이 많이 제작되는 곳이 많지 않아요”라며 입을 열었다.

“많은 작품이 만들어지지만 살아남는 작품은 많지 않아요. 라이선스 작품들은 오랜 시간 시행착오를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잖아요. 창작뮤지컬도 그런 시행착오가 있어야 앞으로 오 년 뒤, 십 년 뒤 더 훌륭한 작품이 나올 거라고 생각해요. 요즘은 한국뮤지컬의 시장성도 많이 넓어졌어요. 일본으로 역수출하기도 하고요. 좋은 작품이 나오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대한민국의 배우로서 그 과정을 함께 밟아나가고 있는 거고요.”

 

“그도 왕이기 전에 인간이다”


‘해를 품은 달’ 속 ‘이훤’은 왕이다. 세자 시절 ‘연우’를 만나 사랑하게 빠지지만, 주변의 음모에 의해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한다. 그는 시간이 흘러 왕이 되어서도 여전히 ‘연우’를 잊지 못한 채 그리워한다. 한 여자만을 향한 지고지순한 ‘왕’의 사랑은 애절하다 못해 절박하게까지 느껴진다. 약 한 달여간의 공연 기간이 남은 지금, 김다현이 만들어가고 있는 ‘이훤’은 어떤 인물일까.

“‘왕의 사랑’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이훤’도 왕이기 전에 인간이잖아요.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왕’이라는 운명 속에서 그가 어떻게 사랑을 찾아가는지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김다현에게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주목할 만한 장면이 있냐고 묻자 “저희 명장면 몇 개 있어요”라며 씨익 웃었다. “1막에서 약간의 판타지 느낌의 장면이 있어요. ‘이훤’과 ‘연우’가 처음 만나는 장면인데 참 ‘사랑’이라는 감정이 잘 그려졌어요. 이 장면에서 멋있어 보이는 것들을 많이 하는데 이땐 아이돌로 변신하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이훤’의 닭살 장면도 명장면이에요. 실제로 곡 제목도 ‘훤의 닭살’이예요. ‘이렇게 가도 되나’ 할 정도로 걱정했는데 충분히 가능하겠더라고요.”

그는 뮤지컬 ‘해를 품은 달’에서 열다섯 살 소년인 세자와 어른으로 성장한 왕을 모두 연기한다. 김다현은 “근엄한 왕은 자신있다”고 말한 뒤 “사실 열다섯 살 연기를 서른 중반의 남자 배우가 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이건 또 다른 도전이에요. 어떻게 하면 열다섯 살의 풋풋한 느낌을 낼 수 있을지…. 고민 중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묵직한 그의 말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배역에 대한 고민이 묻어났다. 
 

본인이 ‘이훤’이라면 ‘사랑’과 ‘왕의 신분’ 중 어떤 것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단번에 “둘 다 잡아야죠”라고 말했다. ‘어렵지 않겠느냐’고 반문하자 김다현은 “이왕 어려울 것이라면 더 어려운 길을 택하겠다”는 ‘상남자’다운 대답을 건넸다. 늘 도전하고 깨치며 나아가는 ‘그’다운 대답이었다.

“제 인생에서 항상 놓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도전’이에요. ‘도전’은 인간 김다현의 방향성과 목표거든요. 제가 뮤지컬을 하고 있고, 주인공을 맡고 있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더 발전하고 나아가려는 거죠. 그러한 인간 김다현, 배우 김다현의 ‘도전’은 제가 지치지 않는 한 계속될 것 같아요.”

끝으로 그에게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 물었다. 그는 진지하고 신중한 모습으로 천천히 말을 이었다.“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그렇지만 제 별명이 ‘꽃다현’이예요. 이 별명으로 10년째 불리고 있는데, 이게 앞으로 10년이 지나서도 가능할지 정말 궁금해요. 서른이 됐을 땐 이 별명이 부담스럽고 그만 불렸으면 했어요.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앞으로 폭넓은 연기를 보여 드리면서 배우로서의 ‘도전’도 계속하려고 해요. ‘꽃’이라 해서 단순히 겉모습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 깊은 향기를 내는 배우가 됐으면 합니다.”
 

 

 

 

정지혜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_연습실촬영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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