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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처절한 삶보다 죽음이 달콤해 보일 때, 뮤지컬 ‘칵테일’ 정영 본부장‘자살’을 소재로 경쾌하게 풀어내

 

여기저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공부에 억눌린 초등학생, 파산한 가장, 외롭고 병든 노인들 모두 죽음의 절벽에 내몰려있다. 그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일까. 매 순간이 고통으로 가득 한 사람들에게 죽음은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자살은 생의 끔찍한 고통을 끝내버릴 수 있는 쉬운 선택이다.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자살직전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나 죽고 싶으니 도와줘’가 아니라 ‘나 여기 있어, 관심 가져줘’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순간 필요한 것은 ‘실낱같은 희망’이다. 어떤 이의 한 마디가, 어떤 이의 손짓 한 번이 자살하려는 사람을 살릴 수 있다. 뮤지컬 ‘칵테일’은 칵테일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실낱같은 희망’을 던진다. 아픈 이들에게 마지막 토닥임을 던지는 뮤지컬 ‘칵테일’의 정영 본부장을 5월 10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흙빛 가슴에 흘려 넣는 오색빛깔 칵테일

 

‘자살’은 뮤지컬에서 흔치 않은 소재다. 왜 하필이면 이 소재를 선택했을까. 뮤지컬 ‘칵테일’ 정영 본부장은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싶었다. 뮤지컬 ‘칵테일’은 자살 절벽에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칵테일 바’가 중심이 된다. 관객은 아픈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보며 함께 위로받는다”고 작품의 취지를 설명했다.

 

‘자살’이라는 소재는 자칫하면 공연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에게 무거움만 안긴다. 정영 본부장은 “지나치게 어둡지 않게 다루기 위해 ‘칵테일 바’라는 소재를 선택했다. 작품에서 음료는 사람을 치유하는 매개체다. 등장인물은 저마다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아픔을 극적으로 풀어간다”고 전했다.

 

정영 본부장에게 경쾌한 이미지를 위해 사용한 장치가 있는지 물었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가볍고 경쾌하다. 테마곡은 ‘사랑’을 노래한다. 칵테일은 여러 가지 음료를 섞어 만든 술이다. 짝사랑, 미움, 인생 속에 있는 사랑을 모두 섞어 칵테일로 만든다. 등장하는 바텐더들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칵테일 쇼를 선보인다. 관객들이 현란한 움직임을 보며 잠시라도 즐거운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스토리에도 코믹한 요소들을 넣었다. 무대에는 에로배우 출신의 인물 ‘오소라’가 등장한다. ‘오소라’는 가슴이 너무 커서 사람들이 얼굴은 기억하지 못하고 가슴만 기억한다. 연기파 배우를 꿈꾸던 그녀는 에로 배우로 전락한다. 이는 ‘오소라’에게는 슬픈 일이다. 하지만 관객에게는 코믹 포인트가 된다.”

 

아픔의 잔해까지 쓰다듬어

 

뮤지컬 ‘칵테일’은 즐겁다. 하지만 단순히 발랄함만 전한다고 해서 관객을 치유할 수는 없다. 작품은 자살이 유족들에게, 죽은 사람 본인에게 어떤 뒷이야기를 남기는지 생생하게 그린다. “칵테일 바의 사장인 ‘화성’은 이미 죽은 ‘그녀’를 그리워한다. 혼자 남아 생을 이어가야 하는 ‘화성’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화성’의 이야기는 죽은 사람 뒤에 남은 사람들의 고통을 그린다. 관객에게 ‘남은 사람들이 이렇게 힘드니 죽으려는 생각조차 말아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작품은 남은 사람들만의 말을 전하지 않는다. 죽은 ‘그녀’는 영혼이 되어 ‘화성’의 앞에 나타난다. ‘그녀’는 영혼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관객은 가슴을 치며 후회하는 ‘그녀’의 모습을 가슴 속 깊이 담아간다.

 

정영 본부장은 이 작품을 사지에 내몰린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관객들이 아픈 사람들을 이해하도록 연출했다. 정영 본부장은 “사소한 일로 인해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가 볼 때는 별것 아닌 일이다.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이 ‘같은 사건이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폭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관객들에게 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소연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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