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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하고 무서운 캐릭터지만 사실은 귀엽답니다”[인터뷰] 뮤지컬 ‘그날들’ 강태을 배우

배우 강태을은 뮤지컬 배우 10년 차다. 뮤지컬 ‘헤드윅’, ‘돈주앙’, ‘렌트’, ‘몬테크리스토’ 등 뮤지컬을 잘 모르는 이들도 들어봤을 굵직한 공연들에 참여했다. 올해는 배우 유준상, 오만석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뮤지컬 ‘그날들’의 주연으로 등장했다. 그가 맡은 역은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아픈 기억에 아파하며 살아가는 경호관이다. 그는 강한 외모로 카리스마를 지키면서도 친구를 잃어버린 상실감을 짙은 감성으로 잘 표현한다.

지난 4월 25일,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 카페 TOTE에서 강태을 배우를 만났다. 그는 갓 데뷔한 신인처럼 반짝이는 눈으로 나타나 그의 행복을 카페 내에 흩뿌렸다. 봄이 정말 좋다며 비가 오면 비를 바라보고, 더운 날에는 더위를 즐기고 싶다는 그의 민트향 같은 감성이 싱그러웠다. 그의 포도알처럼 투명한 순수함이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었을까. 그는 첫 질문에서 “뮤지컬 ‘그날들’과 함께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마냥 좋아서 무대에서 내려오며 춤도 춘다니까요”라고 말했다.

- 뮤지컬 ‘그날들’은 투자도 많이 했고 화려한 출연진, 연출진이 만든 큰 작품이에요. 하지만 창작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위험부담이 있을 것 같아요. 강태을 배우는 뮤지컬 ‘그날들’을 어떻게 평가하세요?

제가 이제까지 했던 창작 뮤지컬 중에서도 정말 많은 시도와 고민, 수정을 거듭한 작품이에요. 연습시간을 오전 열 시부터 오후 열한 시까지 진행한 것은 처음이었어요. 장면은 없어졌다 생겼다 하고, 매일 매일이 달랐어요. 그만큼의 노력이 무대에서 드러나서 좋아요.

전체적인 구성도 지금과는 달랐어요. 연습 초반에는 정학의 캐릭터에 너무 몰려 있어서 무영의 캐릭터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죠. 원래 정학이 부르는 몇 곡이 무영의 노래로 바뀌었어요. 정학의 장면도 잘라내고 무영의 장면으로 바뀌었고요.

뮤지컬 ‘그날들’은 관객들이 지금까지 봤던 화려한 뮤지컬과 다른 느낌이에요. 대부분의 뮤지컬은 마지막에 화려하게 끝나잖아요. 이 작품에서는 아련한 느낌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연출님에게 고백한 적이 있어요. “1년 내내 뮤지컬 ‘그날들’만 하고 싶다”고요. 제가 올해 뮤지컬 배우 10년 차인데, 처음으로 무대에 서는 행복을 느껴요. 배우에게 무대에 서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듣기만 했지 실제로 느낀 것은 처음이에요. 신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오면서 춤도 춘다니까요.(웃음)

- 어떤 점이 강태을 배우를 행복하게 하나요?

마냥 좋아요. 적절한 긴장감과 풀어짐이 균형을 이루는 느낌이에요. 물론 그 동안 한 작품들 모두 열심히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행복하게 공연하는 것은 처음이에요.

- 다른 배우들과 연출진은 뭐라고 하세요? 강태을 배우가 느끼는 행복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인지 궁금하네요.

유준상, 오만석 배우는 정말 바쁜 스케줄에도 연습실에 오면 늘 즐거워해요.

지난주는 주 10회의 공연을 했어요. 원래 주 8회 공연인데, 새로운 배우가 2명 들어오면서 2회를 더 해야 했거든요. 앙상블 팀은 꽉 채워 주 10회를 무대에 선거죠. 그럼에도 앙상블 팀은 항상 에너지가 넘쳐요. 연출님과 대표님도 정말 좋으신지 매주 일요일마다 회식해요. 대표님이 배우들과 같이 있고 싶어서 매주 핑계를 대신대요. ‘첫 공연 했으니까 회식하자, 유준상 배우 공연했으니까 회식하자, 고생했으니까 회식하자’라고요.

-  뮤지컬 ‘그날들’이 공연장 대관 문제로 공연을 올리지 못할 뻔했어요. 시련이 닥치면 단합이 더 잘되는 법이잖아요.

공연장 대관 문제가 생긴 날 공연장에 연습을 갔어요. 용역 분들이 공연장을 막고 못 들어가게 했죠. 다른 공연장에 가서 런쓰루(공식연습)를 한 번 돌았어요. 그런 상황에서도 배우들이 정말 열심히 해서 예뻐 보였어요.

다음 날 문제가 해결돼 극장을 들어가는데 마침 무대에 태극기가 걸려있었어요. 배우들 모두 눈물이 왈칵 쏟아졌죠. 다시 연습할 수 있다는 생각, 작품을 지켜냈다는 사명감이 합쳐지면서 울컥했어요. 극장에 먼지가 정말 많았어요. 그 먼지 속에서 기침 감기에 걸려 배우들 목 상태가 말이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배우들은 아침 일찍 병원 다녀와서 연습하는 저력을 보여줬어요. 생각해보니 매주 회식 할 만합니다.(웃음) 삼겹살로 싹 밀어냈죠.

- 뮤지컬 ‘그날들’에서 맡은 정학은 어떤 캐릭터예요?

20대의 정학은 순수하고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사람이에요. ‘이 책을 다 읽어라’ 라고 하면 문장 하나까지 다 이해하고 싶어서 한 장을 넘기기 어려워하는 친구죠. 무영은 완전히 반대의 캐릭터예요. 요약해서 중요한 부분만 읽고서 선생님의 질문에 모두 대답할 수 있는 똑똑한 친구예요. 무영이 정학을 먼저 좋아해 줬어요. 정학의 성실한 면에 무영이 매력을 느껴요. 

이런저런 사건을 겪고 40대가 되면서 정학은 변해요. 규칙을 칼 같이 지키는 독사같이 무서운 사람이 되죠.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아버지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살다 보니 일에 치여 빡빡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아버지의 모습과 닮았어요.

- 딱딱한 캐릭터 때문에 무대 위에서는 무서운 인상이라고 느꼈어요. 강태을 배우를 실제로 보니 크고 맑은 눈망울에 부드러운 인상이에요. 정학의 캐릭터를 위해 달리 노력한 점이 있으세요?

딱히 노력한 부분은 없어요. 외모가 강한 이미지라 이제까지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했어요. 실제로 나는 애교도 많고 귀여워요.(웃음) 어릴 때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어요. 짝꿍이랑 손잡으라고 하면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지는 아이였거든요. 무대에 서면서 달라졌죠.

‘허당’이기도 해요. 제가 ‘허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몇 있어요. 저희 연출님은 한 번에 알아보셨어요. ‘너 허당이구나?’하고요.(웃음) 앞으로는 강한 역할보다는 저와 닮은 역할을 많이 하고 싶어요.

정학의 두 가지 모습 모두 저와 닮았어요. 정학은 20대에는 순수하고 어리숙하고, 40대에는 딱딱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등장하잖아요. 20대의 정학은 저와 많이 닮았고, 40대의 정학은 저의 겉모습과 닮았어요.

- 뮤지컬 배우 10년 차로서 상대역인 김정화, 지창욱 배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지창욱 배우는 무영과 잘 어울리는 심성을 갖고 있어요. 까불기도 하면서 얼핏 천재성이 보여요. 제가 10년 차에서 나오는 노련함을 가지고 있다면, 지창욱 배우는 스펀지 같아요. 순간적으로 몰입하면 강한 에너지를 뿜어내요. 죽은 무영이 다시 나타나는 장면을 연습하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감성을 처음 느끼게 해 준 것이 지창욱 배우였어요. 무영의 모습에 완전히 몰입한 거죠. 오히려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김정화 배우는 우선 예쁘죠.(웃음) 김정화 배우가 고전하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대극장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대극장은 모니터도 잘 안 되고 에너지도 크게 만들어내야 해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가 봐요.

그럼에도 김정화 배우는 늘 밝고 긍정적이에요. 연습 때 김정화 배우가 맡은 그녀 역의 연습 일정은 고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하루 종일 기다리기만 하고 연습을 못하고 돌아갈 때가 종종 있었죠.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화 배우는 밝은 얼굴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먼저 다가와서 인사해요. 길가면 누구나 알아보는 유명인이잖아요. 그런 모습이 있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 배우 강태을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분은 누구예요?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저희 아버님이세요. 아버지도 원래 연기자셨어요. 연극 연출과 현대무용도 하시고, 지금은 서울예술대학 연기과 교수님이세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 연기하는 것을 보고 자랐어요. 저는 중고등학교 때까지 제가 연기자가 될 줄은 몰랐어요. 고등학교 때는 가수가 되고 싶었죠. 아버지가 ‘연기를 먼저 하라’고 길을 틀어주셨어요. 그래서 지금 제가 뮤지컬을 하고 있지 않나 해요. 입학하고 연기를 공부했고, 제대하고 학교로 돌아갔을 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만났어요. 내가 좋아하는 연기와 노래를 다 할 수 있는 장르가 있어 확 꽂혔죠.

- 언젠가 가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세요?

가수의 꿈은 버리지 않았어요. 40대가 되면 친구들과 함께 기념 앨범을 내고 싶어요. 추억과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 될 겁니다. 추억은 우리가 평생 마음에 품고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해요. 15년 된 친구들을 만나면 아직도 고등학교 때를 회상해요. 그렇게 추억 담긴 노래를 만들고 싶어요.

- 여가시간에는 주로 뭘 하세요?

지금은 봄을 즐기고 있어요. 요즘 제가 미쳤나 봐요. 몰랐던 것들이 보여요. 계절과일, 계절음식, 꽃, 그런 것들을 모르고 지냈거든요. 올해의 봄과 내년의 봄이 또 다르니까, 지금의 봄을 즐기고 싶어요.

-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는 말로 들리네요.

다시 오지 않을 날들이니까요.

이소연 기자_사진 박민희 기자, 이다엔터테인먼트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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