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보여주는 행복’을 좇는다. 페이스북에 올린 내 일상에 남들이 ‘좋아요’를 많이 눌러주면 나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착각한다. 자식이 좋은 학교에 다니고 남편이 이름난 대기업에서 일하면 내 삶은 ‘부러워 보이는 인생’이 된다.

아동극 ‘넌 특별하단다’는 이런 경쟁사회의 병폐를 지양한다. 작품은 남들이 던지는 비난 혹은 하대를 ‘똥표’라 칭하고, 칭찬이나 부러움을 ‘별표’로 표현해 친구들에게 던진다. 무대에서 언제나 ‘똥표’만을 받는 등장인물 ‘펀’은 매 순간이 불행하다. 궂은일은 도맡아 하고, 비난과 놀림의 진흙탕 위에서 질퍽거린다. 초라하게 엎드려 오열하는 ‘펀’을 보며 어른들은 생각에 잠긴다. ‘내 아이가 혹시 학교에서 저런 취급을 받지 않을까?’

아이의 건강한 자존감을 쌓아주는 작품

‘펀’이 행복을 찾는 방법은 화려한 변신이 아니다. 갑자기 예뻐지지도 않고, 똑똑해지지도 않는다. ‘펀’은 자신을 만들어 준 목수 엘리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받고, 남들의 시선이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품을 보며 어른들은 내 아이에게 ‘남들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가르치고 있는지 되돌아본다.

아동극 ‘넌 특별하단다’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볼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는 아이에게 남을 의식하지 않는 행복을 줘야겠다고 다짐한다. 아이는 부족한 점 때문에 놀림 받고 혼나던 자신을 떠올리며 글썽인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와 부모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따스해진다. 아이의 ‘엄마, 나도 특별한 사람이지?’라는 질문에 부모는 가슴이 아리며 채찍질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아직 관계와 사회라는 개념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아이들은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한다. 심리학자 피아제(Piaget)에 따르면, 만 4세에서 7세의 유아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한다. 시각적으로 자신이 보는 관점과 다른 사람이 보는 관점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자기중심적 사고’가 7세 이상의 아동들에게는 사회적 관계에 적용된다. 예를 들어, 아이는 엄마 아빠의 부부싸움이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주변의 모든 부정적인 일들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다고 생각하면 아이의 자존감은 낮아진다. 이럴 때 ‘나쁜 일들은 너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너는 너라는 존재만으로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줘야 한다. 

이 작품 메시지는 너무 어린아이들에게 다소 어렵다. 대사의 속도감이나 문장의 다채로움을 고려했을 때 한글을 완전히 익힌 6~7세 이상의 아동이 보기에 적절하다. 아이가 최근 학교에서 주눅이 들거나 자신감을 잃었다면, 아동극 ‘넌 특별하단다’는 더없이 좋은 치유 약이 될 것이다.

관람 후에 더 따스해지는 감동

한 번의 공연 관람으로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기억을 되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동극 ‘넌 특별하단다’에서는 다양한 볼거리로 아이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딸랑딸랑 소리 나는 악기로 음향효과를 대신하고, 등장인물들은 원색의 알록달록한 옷과 사랑스러운 분장으로 몰입을 이끈다.

등장인물 중 마술사는 아이들의 눈을 휘둥그레 뜨게 하는 마술을 선보인다. 막대기의 색이 순식간에 바뀌고, 딱딱한 막대기가 천으로 변신한다. 나무사람인 ‘펀’은 인형이 되어 팔다리가 움직이는 인형극을 펼친다. ‘펀’이 목수인 엘리를 찾아 산을 오르는 장면에서는 그림자극이 등장한다. 작은 소품들도 볼거리다. 마술사의 수정 구슬에서는 파란 빛이 나고, 해와 달은 나무에 달려있다. 나무의 손잡이를 돌리면 끼릭끼릭 소리를 내며 해가 떠오른다.

동화책을 읽으며 ‘여기서 수정 구슬이 반짝거렸지?’라고 기억을 되살려보자. 아이는 기억에 풍선을 달아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희망 가득한 이야기를 반복해 읽을 때 엄마와 아이는 무한한 사랑을 함께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아동극 ‘넌 특별하단다’는 강남 윤당아트홀 1관에서 9월 1일까지 공연된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