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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프로덕션 대표 이현규, 수장의 자리에서 말하는 고독의 파편[인터뷰] 연극 ‘드레싱’ 연출을 맡은 대표 이현규

연극 ‘드레싱’은 파파프로덕션 대표 이현규가 연출한 작품이다. 파파프로덕션은 15년 동안 18,000회를 공연한 국민연극 ‘라이어’의 제작사다. 이 외에 뮤지컬 ‘영웅을 기다리며’, ‘미스터마우스’, 연극 ‘우먼인블랙’ 등 수많은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이현규 대표는 연극 ‘라이어’와 같은 코미디만을 제작하지 않는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공연을 만드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이현규 대표가 연출한 연극 ‘드레싱’은 독특한 주제와 소재를 다룬다. 작품에서 상처입고 마음을 닫은 인물이 혼자만의 공간에서 ‘단백질 인형’과 사랑을 나눈다. 무대 세트 없이 담백하게 하얀 공간을 배경으로 등장인물의 고독과 상처, 마음의 벽이 오롯이 떠오른다. 그는 어떻게 제작사 대표의 자리에 있으면서 상처를 안고 방 안에 갇혀 사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게 됐을까.

이현규 대표에게 4월 24일 인터뷰를 요청하자 ‘서면 인터뷰로 진행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가 보낸 글 속에는 이현규 대표 내면의 진실이 묻어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히키코모리’라고 지칭했다. 그것은 연극 ‘드레싱’에서 엿보았던 고독의 파편이었다.

- 현재 대학로에는 가벼운 주제로 대중적인 작품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연극 ‘드레싱’은 색다른 주제와 소재를 다룬다. 이 작품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

연극 ‘드레싱’은 2008년 파파창작희곡공모 당선작이다. 당선작은 워크샵을 거쳐 연극 ‘리얼러브’라는 이름으로 2010년 공연됐다. 연극 ‘드레싱’은 연극 ‘리얼러브’를 업그레이드 시킨 작품이다.

나는 이 희곡을 자세히 보면서 누구에게나 있는 보편적인 외로움, 상처, 나만의 공간과 치유의 방식을 생각해 봤다. 이 상상에 극적 형식을 입히고 미니멀리즘한 공간과 텅 빈 무대, 마임 등을 입혀 연극으로 구체화했다. 이 희곡의 외형보다는 본질이 먼저 와 닿았고, 이를 극적으로 잘 표현하고자 했다. 현재를 사는 우리들의 외로움과 상처, 그 치유에 대한 시선, 그리고 소재와 형식이 매력적이었다.

- 연극 ‘리얼러브’가 연극 ‘드레싱’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하다.

무대를 섬세하게 활용하고 등장인물의 극적 개연성을 높이고자 했다.

연극 ‘리얼러브’의 무대는 장식, 색, 무대의 단조차 없는 텅 빈 블랙무대였다. 블랙박스인 극장공간에 조명만 사용해 배우들의 극적 감정표현과 몰입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연극 ‘드레싱’에서는 연극 ‘리얼러브’의 감정표현과 몰입도를 유지하면서도 섬세한 표현 방법을 고민했다. 드라마적인 완성도를 더 찾고자 과거 신을 추가해 극적 개연성을 높였다. 인물이 입체화 되었다. 무대에는 색감을 입히고, 커튼의 활용으로 드러내지 않는 감정과 정서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그들의 ‘방’이라는 공간도 조금 더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미술적으로 봤을 때 연극 ‘리얼러브’가 드로잉이었다면 연극 ‘드레싱’은 드로잉에 섬세한 색을 입히는 작업이었다. 드라마와 극적표현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두었으며 이는 관객의 정서적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작업이었다.
 
- 연극 ‘드레싱’의 무대배경, 소도구, 의상 모두 흰색인 것이 인상적이었다.

흰색은 상처입기 쉬운 색이다.

- 무대 사방에 설치된 거울은 어떤 의도였나.

분열을 표현하고 싶었다. 과거의 조각들과 과거 속 자아들이 분리돼 거울의 조각 하나하나에 모두 반사된다. 이 모든 조각들 속에서 빠져나오기 힘든 등장인물의 깊은 편린에 대한 표현이었다.

욕심 같아서는 객석의 관객들도 거울 속에 비치게 하고 싶었다. 무대 위 인물의 이야기에서 관객 자신을 발견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하려면 관객석 주위까지 모두 다 거울을 설치해야 했다. 극장 안 사방을 거울로 둘러싸면 위험해서 욕심을 버렸다.

-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배우를 캐스팅했나?

순수함이었다. 순진함이나, 능숙함이 아닌 순수함을 가진 배우를 찾았다.

-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인가.

이 작품에서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현대인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은 채 깊어지고, 책임과 요구는 점점 무거워진다. 거대한 사회의 틈바구니 속에서 지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은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리고 혼자 아파한다. 작품은 이런 사람들에게 주는 이야기다. 연극 ‘드레싱’은 ‘그래도 해답은 사람이다’ 라고 전한다.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와 치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작품의 이야기에서 개인적으로 공감되는 경험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현대인들이라면 작품의 이야기에 대해 조금씩은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 ‘히키코모리’라는 사회현상이 대두되고 있는데, 내 모습이 이와 같다. ‘히키코모리’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뜻으로,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나는 혼자 있을 때가 가장 편하다. 이는 어릴 때부터 이어져 온 습성이다. 나는 20년 동안 연극계에서 쉼 없이 작품을 제작하고 부러움과 눈총을 받는 큰 회사의 대표다. 그럼에도 아직 내 얼굴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작은 연극계 내의 관계자들 중 많은 수가 파파프로덕션 대표가 누군지 모른다.(웃음) 나는 전형적인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한다.

- 연극 ‘드레싱’에는 사람과 꼭 닮은 단백질 인형이 등장한다. 이 소재 때문에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층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단백질 인형’에 대한 거부감이 이는 관객들은 특정 연령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해 객관화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들일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니 현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나는 바퀴벌레가 소름 돋도록 싫었다. 하지만 가족들 때문에 내가 잡다보니 별 것 아닌 것이 됐다. 나와 다른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부딪혀보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지고, 지금 내가 싫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달라진다.

‘단백질 인형’이 단순한 위무용품이 아니라 꽃이나 강아지를 좋아하듯, 무언가에 기대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으로 봐줬으면 한다. ‘단백질 인형’은 ‘공기인형’이라는 배두나 주연의 일본 영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등장했다. 타인을 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있는 그대로 봐주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기도 하고, ‘외로움’이나 ‘기대고 싶은 욕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사진_파파프로덕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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