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배반당한 무희의 춤. 서글프고 처량하다. 사랑하는 이의 약혼식장 앞에 나선 무희 ‘니키아’는 음악에 자신을 맡긴 채 온몸으로 슬픔을 울어낸다. 타버릴 듯 붉고 화려한 의상 아래는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는 연심을 품은 채로.

위 사진은 인도의 무희 ‘니키아’가 자신을 뒤로하고 ‘감자티’와 약혼하는 ‘솔로르’의 약혼식장에서 춤을 추는 장면이다. 몸을 시종일관 움직이면서도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은 오직 사랑하는 ‘솔로르’ 뿐이다. ‘니키아’는 애틋한 마음을 몸으로 실어 보내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독사를 품은 ‘감자티’의 ‘꽃바구니’다. 사랑하는 이의 약혼식에서조차 춤을 춰야만 하는 무희의 숙명이 엄숙하고 짙게 다가오는 장면이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는 ‘마리우스 프티파’ 버전의 안무를 1991년 ‘유리 그리가로비치’가 볼쇼이발레단을 위해 재해석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국립발레단만을 위한 수정 작업을 거쳐 공연된다.

작품은 고대 인도를 배경으로 무희 ‘니키아’, 젊은 전사 ‘솔로르’, 공주 ‘감자티’, 승려 ‘브라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작품은 120여 명의 무용수, 200여 벌의 의상 등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발레 작품이다. 올해 공연은 국립발레단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하고 있는 만큼 이탈리아 디자이너 ‘루이자 스피나텔리’의 회화적이면서 상징적인 무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섬세한 안무가 더해져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는 4월 14일(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진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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