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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트루웨스트’ 장지우-박은석, 이렇게 치열한 형제들②

현재 배우 장지우와 박은석은 지금까지 만나 온 고비 중 가장 높은 ‘트루웨스트’라는 산을 넘고 있는 중이다. 미국의 극작가 ‘샘 셰퍼드’가 쓴 연극 ‘트루웨스트’는 대사 하나, 눈짓 하나, 한순간 흐트러진 집중력 때문에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는 밀도 높은 극이다. 해외에선 명배우들이 연이어 출연했고, 국내 초연 역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하며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선배들이 쌓아온 족적이 부담으로 작용할 법도 하건만 두 배우는 괘념치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리’와 ‘오스틴’이란 길을 묵묵히 가고 있다. 한발 떼기도 두려운 높다란 비탈길과 몰아치는 눈보라, 계속되는 고된 산행. 그 속에서 두 사람은 서로 신뢰하고 의지하며 되려 즐거운 마음으로 오늘도 ‘트루웨스트’의 정상을 향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함께해서 외롭지 않은 고된 산행

-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드릴게요. 두 배우 모두 참 잘생기셨잖아요.

장 : 그렇습니다. (일동 웃음)
박 : 이건 꼭 넣어주세요!

- (웃음) 그런 면에서 본인이 갖고 있던 이미지를 깨야 했다는 점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장 : 저는 그런 면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굉장히 힘들었어요.
박 : 두 달 동안 많이 늙었어요.(웃음)
장 : 진짜 많이 늙었어요. 생각했던 것처럼 잘 안되기도 하고요.(한숨)

- 유연수 연출님이 이번 출연진에게 많이 뭐라고 하셨다던데.

박 : 이 친구는 연출님이 부르시는 ‘지우야’만 들어도 힘들어했어요.(웃음)

장 : 물론 지금은 정말 좋고 행복해요. 이틀이나 삼일에 한 번씩 공연하는데 정말 공연하는 게 아까울 정도예요. 굉장히 소중해요. 모두가 모든 에너지를 초집중하고 있고요. 필사적으로 목숨 걸고 해야죠.

박 : 저는 포스터 사진을 보면 머리를 내리고 있어요. ‘오스틴’이 한 가정의 아버지인 인물인데 너무 20대 같아서 머리 스타일부터 올렸어요. 그리고 공연하면서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인상이 날카로워졌어요. 얼마 전 우연히 후기를 봤는데 굉장히 시니컬하다고 날카롭다고 하더라고요. 원래 저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거든요. 그런 면에서 캐릭터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무대에서 저를 버리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거예요. 그래야 무대에서 그 인물로 있을 수 있어요. 사실 무대에서 외모는 신경 쓰지도 않아요. 정말 그때만큼은 상관하지 않아요. 끝나고 나서 ‘내가 과했나?’하는 생각을 하거나 묻기도 하지만 그때만큼은 그 순간에 집중해요.

- 지금은 크로스 페어 공연이 진행 중이지만 본 페어가 있었잖아요. ‘김종구-이동하’, ‘정문성-홍우진’, ‘장지우-박은석’ 이렇게요. 아무래도 두 분이서 가장 많이 호흡을 맞춰보셨을 것 같은데 무대에선 어떠세요?

박 : 지우한테 놀란 부분이 있어요. 지우가 연습기간에 굉장히 힘들어했거든요. (장 : 안 풀리니까~) 하하. 사실 무대 위에 올라가서 상대가 힘들어하면 파트너인 저에게도 영향이 많이 오게 되거든요. 그런데 지우가 막상 무대 위에 올라가니까 힘들어 하는 것 없이 정말 ‘딱’ 믿고 가버리더라고요.

: 살아야 하니까요. (웃음)

박 : 저는 그게 참 좋았어요.

장 : 은석이나 (류)지훈이 형에게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사실 첫 공연 때 ‘아차’했었어요. 도망갈 곳이 없더라고요. 정말 ‘박은석’을 믿어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요. 집중이 깨지는 순간 저희는 눈빛만 봐도 알잖아요. 첫 공연 때 내가 은석이를 사랑해야만 하고, 믿어야만 하는 구나를 깨달은 거죠.

- 얼마 전부터 크로스 페어가 공연을 시작했어요.

박 : 연극 ‘트루웨스트’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성향이 다 달라요. 정문성 배우의 ‘리’는 굉장히 애드리브가 많아요.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요. 그런 긴장감과 살아있는 느낌이 좋은 것 같아요. 크로스 페어를 하다 보면 지우의 ‘리’와는 또 다르게 오는 표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제가 미처 느끼지 못했던 ‘오스틴’의 입장을 알게 되기도 하고요.

크로스 페어면 호흡이 안 맞을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역량이 있는 배우들을 올려놓으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 같아요. 여러 조합을 볼 수 있는 게 ‘트루웨스트’의 매력이기도 하고요.

장 : 저는 그런 면에서는 수월했어요. 은석이는 문성이 형이랑 처음 만나서 처음 맞춰보는 거였고, 저는 (이)동하 형과 (김)주일이가 함께했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거든요. 동하 형과는 4년 전에 ‘그리스’를 같이했고, 주일이는 ‘옥탑방 고양이’를 같이 했고요. 저, 동하 형, 주일이, 은석이는 조연출과 함께 공식적인 연습이 끝나면 다른 연습실에서 또 연습을 했었어요. 새벽 3시~4시까지요. 그래서 크로스 페어 첫 공연 올라갔을 때도 어려움 없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실수도 안 했고요.

 

무법자 ‘리’와 잘나가는 할리우드 작가 ‘오스틴’, 나는 어느 쪽일까?

- ‘리’와 ‘오스틴’ 두 캐릭터가 초반부 아주 극단적으로 달라요. 보면서 과연 나는 어느 쪽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연기를 하는 두 분은 어느 쪽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박 : 저는 성향이 ‘리’와 비슷해요.(웃음) 아니면 제가 ‘리’의 정서를 더 이해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저는 어떤 일이 생기면 ‘오스틴’처럼 꾹 참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장 : 저는 평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리’와 안 맞았던 부분이 있었죠. 인간 장지우는 약속된 상황 혹은 어떤 틀 안에서 가는 걸 좋아해요. 저는 본능적인 상황이 와도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면서 누르는 편이거든요.

- 두 분이 역할을 바꿔 연기하는 것도 참 재밌을 것 같아요.

박 : 저는 정말 진짜 그렇게 해보고 싶어요. 보는 재미도 있잖아요. 이만한 애가 오스틴하고.(웃음)
장 : 저도 그런 생각해 봤어요. 연극 ‘트루웨스트’는 블랙코미디잖아요. 역할이 바뀌어서 제가 ‘오스틴’을 한다면 문성이 형이 ‘리’를 하는 거죠.(일동 웃음) 제가 상대적으로 키가 조금 더 크니까 그 자체로도 재밌을 것 같아요.

- 얼마 전에 연극 ‘모범생들’이 특별 공연처럼 배우들이 각자 역할을 바꿔서 한 적이 있었잖아요.

: (동석한 관계자를 향해) 한 번 해주세요. 특별공연으로 하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전 2~3년 후에 돌아와서 꼭 ‘리’를 해보고 싶어요. 이 작품은 저와 평생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에피소드들!

- 연극 ‘트루웨스트’에 치고받는 장면이 많잖아요. 치열하게 진행되기도 하고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장 : 은석이가 어느 날 주먹으로 저를 진짜 때리더라고요. (일동 웃음)
박 : 진짜 때렸어요. 제대로 ‘빡’ 맞은 거죠.(웃음) 정말 미안했어요.
장 : 사고 이후에 다른 감정의 대사가 있잖아요. 순간적으로 감정이 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때 제가 관객의 등을 잠시 지고 입 모양으로 은석이에게 그랬어요. ‘괜찮아’하고.

: 배려가 정말 많아요.
장 : 제가 ‘멘붕’이 왔을 때 은석이가 많이 구해준 적도 많아요.

- 주로 ‘멘붕’이 오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장 : 공연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는 ‘집중의 문제’였던 것 같아요. ‘리’가 공연 초반에 흔들어놔야 하는데 대사상으로는 웃긴 장면이 많이 없어요. 그걸 텍스트 안에서 제가 갖고 놀아야 하는 거죠. 제가 풍부하게 바탕을 깔아줘야 후반부에 ‘오스틴’이 ‘리’의 행동을 똑같이 했을 때 웃음이 터지거든요.
 

박 : 그래서 항상 얘기했어요. 내가 살려면 네가 살아야 하고, 네가 살려면 내가 살아야 한다고요.

- ‘오스틴’은 ‘리’에게 받은 상처가 없나요? 멱살을 자주 잡히잖아요.(웃음)

박 : 워낙 배려를 많이 해줘서 그런 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제가 ‘리’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정말 세게 졸라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지우 목에 한동안 피가 고여 있어요. 항상 커튼콜 사진을 보면 뻘겋게 돼 있어요. 피멍 들 때도 있고요. 이제는 어느 정도 요령을 찾은 것 같아요.(웃음)

장 : 저 에피소드 하나 생각났어요.(웃음) 연극 ‘트루웨스트’에 나오는 원목 등받이 의자 있잖아요. ‘리’가 맥주를 마시고 ‘모하비 사막’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등받이가 정말 와르르 무너져 버린 거예요. 생각해 보세요. 이 큰 사람이 뒤로 넘어갔으니 다들 얼마나 놀랐겠어요. 관객이 놀라는 소리가 다 들렸어요. 순간 ‘야, 내가 치우라고 몇 번 말했냐~!’ 하고 애드리브를 했는데 은석이가 또 ‘형이 언제 그랬냐’며 받아치더라고요. 우리 공연을 여러 번 보신 분이 동생을 데리고 와서 봤는데 동생 분은 그게 정말 작품의 한 장면인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다행이었어요.

박 : 그때 사고 나는 소리를 듣고 지훈이 형이 딱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어요. 부러진 걸 갖다 주니까 형이 받아서 치워주시더라고요. 팀워크가 잘 맞은 거죠. 문성이 형과 할 때는 전화하는 장면에서 전화 끈이 뚝 떨어진 적도 있어요.(그는 아찔한 상황을 회상하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장 : 문성이 형이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정말 이 전화기로 전화할 자신이 없다’고.(일동 웃음) 객석이 빵 터졌죠.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품은 연극 ‘트루웨스트’

- 연극 ‘트루웨스트’가 초연에 비해 많이 친절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의구심을 가지면서 나오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장지우, 박은석 배우가 이해하는 이 작품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장 : 결국은 ‘두 형제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그것을 벗어날 순 없거든요. 사랑 애(愛). 그리고 소통이죠.

박 : 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원초적 본능, 인간이 가진 이중성, 사회가 가정에 미친 영향,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형제의 갈등 등의 주제가 있을 거예요. 아마 원시 시대였으면 ‘리’와 ‘오스틴’은 잘 살았겠죠. 사냥도 같이 나가고, 소 잡는 법을 ‘리’가 ‘오스틴’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은 더 복잡한 것들이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잖아요. 그 외에도 형제애, 가족, 결핍 등 수많은 주제가 굉장히 많아요. 끝이 없어요.

장 : 이 작품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관객분들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부분도 많아요. ‘리’가 현대인들이 하지 못하는 걸 대신해 주잖아요. 극을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을 놓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그리고 이 작품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먹먹하면서도 재밌고, 가슴이 아린 부분이 있어요. 제가 프로그램 북에 ‘공연을 보고 집으로 돌아가실 때 사랑하는 이에게 전화 한 통 해주는 건 어떨까’ 하고 썼었어요. 공연하다 보면 정말 ‘그 삶을 산 것 같은 공연’을 할 때가 있어요. 요즘엔 계속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 ‘리’가 나가려고 할 때 ‘오스틴’의 표정을 보면 울컥해요.

박 : 저도 그래요. 이 작품이 끝나면 참 슬플 것 같아요.

배우 장지우와 박은석에게 연극 ‘트루웨스트’가 남긴 것

- 아직 공연 중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연극 ‘트루웨스트’가 향후 자신에게 어떤 작품으로 남을 것 같으세요?

장 : 저는 작품을 하면서 은석이에게 계속 그랬어요. ‘은석아, 나는 이 작품이 에베레스트 산인 것 같아. 내 인생을 뒤집어 놓을 수 있는 큰 산 같다’고요. 그 정도로 정말 힘들었어요.

: 저는 그 산을 넘으면 또 다른 산이 있다고 말해줬죠. (웃음)
장 : 에베레스트보다 높은 산이 있나?
: 산은 분명히 있어. 에베레스트보단 낮겠지만.

장 : 연극 ‘트루웨스트’가 5월 5일까지 공연인데 회차로 보면 얼마 안 남았어요. 벌써부터 미치겠어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박 : 연기를 하다 보면 캐릭터들을 만나잖아요. 저는 평상시에 과거를 잘 뒤돌아보는 형의 사람은 아니에요. 항상 현재부터 미래를 보죠. 근데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이 뒤돌아보게 됐어요. 그래서 이 작품이 소중한 것 같아요. 나 ‘박은석’을 뒤돌아보고, 우리 가족과 옛 시절을 뒤돌아보고. 제가 살아가는 명분이 확실해지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평생 간다고 한 거거든요. 또 언제고 다시 돌아와서 ‘리’를 하고 싶고요.

-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장 : 공연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장지우’라는 이름을 잊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가슴 아플 때 같이 아프셨으면 좋겠고, 저에게 매료되셨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해서 감정에 충실하고, 파트너에 충실해서 속 시원한 작품 보여 드리고 싶어요.

: 저를 ‘옥탑방 고양이’에서 보신 분들은 ‘트루웨스트’를 보러 오시고, ‘트루웨스트’에서 보신 분들은 ‘옥탑방 고양이’를 보러 오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공연을 보시는 분들이 ‘이경민’에 충실한, ‘오스틴’에 충실한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이 사람이 내가 봤던 이 사람이야?” 할 정도의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어요. 제가 어떤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제 이름이 들어가 있으면 믿고 봐 주실 수 있는 신뢰감을 선사하고 싶고요.

- 마지막으로 질문입니다. 연극 ‘트루웨스트’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박 : 저는 ‘말’이요. 타는 ‘말’도 되고, 저희 하는 ‘말’도 되고요. 이 작품이 서부극이고 말로 이어가는 극이잖아요. ‘말’ 때문에 서로 부딪히고 사랑하고 헤어지고요.

장 : 음. 저는 연극 ‘트루웨스트’는 참을 인(忍)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이 작품을 보는 관객도 모두 참고 있어요. ‘뭘까’하면서요. ‘리’도 동생이니까 그 정도로 참는 거예요. ‘오스틴’은 말할 것도 없고요. 관객, 오스틴, 리, 엄마, 싸울 모두 참으면서 지켜보는 거죠. 그게 이 작품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정지혜 기자_사진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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