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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트루웨스트’ 장지우-박은석, 이렇게 치열한 형제들①

 

연극 ‘트루웨스트’는 극단적으로 다른 두 형제의 ‘치열한’ 싸움을 통해 인간의 이중성, 현대 사회 가족 간의 갈등, 물질문명의 폐해 등을 다루는 블랙코미디다. 미국 극작가 ‘샘 셰퍼드’의 대표작으로 1980년대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2010년 초연 후 2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랐다.

작품은 무법자 형 ‘리’와 잘 나가는 할리우드 시나리오 작가 동생 ‘오스틴’ 사이에 벌어지는 ‘난투극’을 치열하게 그려낸다. 극단적으로 다른 성격의 두 형제는 실제로 서로를 물어뜯기도 하고, 목을 조르기도 하며 ‘리얼하고 치열한’ 싸움을 이어간다. 공연 시작과 함께 격전지로 돌변하는 무대는 2003년 영국 공연에서는 관객의 부상 위험 때문에 3열까지의 좌석을 없앴을 정도로 격렬하다.

이렇게 치열한 두 형제의 ‘리얼 난투극’은 장지우, 박은석을 만나 한층 더 뜨거워졌다. 젊은 두 배우는 한 회 한 회 ‘열정’과 ‘사력’을 다해 무대에 오르는 중이다. 달궈지고 식으며 몸을 단단히 하는 쇳덩이처럼 하루하루 무대에서 자신들의 성장을 다져나가고 있다. “공연 횟수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워 매회 목숨 걸고 한다”는 장지우와 “무대 위에서는 나 자신을 버린다”는 박은석, ‘오스틴’과 ‘리’ 만큼이나 치열한 84년생 동갑내기 두 배우가 만들어가는 연극 ‘트루웨스트’는 어떤 작품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연극 ‘트루웨스트’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것, 영광”

- 먼저 이 작품에 출연하신 소감에 대해서 듣고 싶어요.

박은석(이하 박) :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욕심이 났었어요. 한국 초연은 못 봤어요. 하지만 미국의 ‘샘 셰퍼드’라는 작가가 쓴 워낙 유명한 작품이잖아요. 서울예대 다니던 시절에 남학생들이 장면 발표에서 많이 했던 작품이에요. 남자 배우들은 하고 싶어 하는 공연이죠. 쉽지 않은 기회에 좋은 역할을 맡게 된 것 같아요.

장지우(이하 장) : 연극 ‘트루웨스트’에 대해선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작품이 갖고 있는 성향 등 자세한 것에 대해서는 몰랐었어요. 오디션 공고가 났을 때 한번 봐야겠다는 생각은 했었죠. 개인적으로 2인극에 대한 목표가 있었어요. ‘사울’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두 형제에 대한 이야기잖아요. 그런 기회가 생각보다 일찍 왔고,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작품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연극 ‘트루웨스트’를 하게 된 건 정말 영광이에요.

-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어떠셨어요?

박 : 처음 대본을 봤을 때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게 ‘리’의 캐릭터였어요. 지금도 그래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거나 집에 돌아갈 때도 항상 ‘리’가 먼저 생각나요. ‘형은 왜 그럴까’, ‘형은 왜 나한테 왜 이럴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스틴’에 대한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었어요. 사실 저는 ‘오스틴’ 보다 성향이 ‘리’와 비슷하거든요. 근데 생긴 게 이렇다 보니까.(웃음)

장 : 저는 역할 자체가 부담스러웠어요. ‘리’ 역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처음 ‘리’를 봤을 땐 정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이사이의 감정선을 잘 모르겠더라고요. 두 달 연습하는 동안 정말 많이 헤맸어요. 연습 들어가기 전에 미리 대본을 받게 됐는데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제 나름대로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들어갔었어요. 그게 화근이 됐죠. 연출님께서 ‘너 안에 있는 리를 찾으라’고 하시더라고요. 장지우가 ‘리’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서 들어가지 말라고, 너에게 ‘리’의 성향이 분명히 있을 테니 그걸 찾아서 극대화 시키라고 하셨어요. 감이 안 잡혔었는데 무대를 하면서 많이 찾게 된 것 같아요.

- 지금은 두 분 다 많이 찾으셨나요? (웃음)

박 : 그렇게 생각하고 싶습니다.(웃음)

- 초연 출연진이 센 편이었어요. 오만석, 이건명, 조정석, 홍경인, 배성우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었죠. 초연 출연진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장 : 아무래도 있었죠. 이 작품이 마니아층이 많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분명히 비교의 대상이 될 거잖아요. 부담감은 있었지만 ‘트루웨스트’의 맏형들이 잘 이끌어줬어요. ‘우리 식으로 가자’고요. 이번 공연은 드라마적으로 이해하기 쉽게끔 풀어보자고 했기 때문에 초연과는 성향이 다를 것 같아요.

이 작품이 연기적인 성향도 중요하지만 ‘블랙코미디’잖아요. 어떤 장면의 이면을 연기하더라도 관객이 웃을 수 있는 부분은 잘 승화시켜 보자는 의도가 있었죠. 똑같이 대본을 놓고 분석하고 연습했지만 세 팀 모두 다 달라요.(이동하-김종구, 홍우진-정문성, 박은석-장지우) 그래서 팀별로 보는 재미가 있는 것 같고요.

박 : 선배님들에게 대한 부담감은 있었죠. 근데 부담보다 영광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잘하시는 선배님들이 밟고 간 절차를 제가 하게 된 거잖아요. 연극 ‘트루웨스트’는 분석하는 것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공연이에요. 그래서 선배님들이 하신 초연 영상도 보고, 외국 공연도 많이 보면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렸죠. 그런데 정말 해석이 다 다르더라고요. 어떤 작품은 굉장히 가벼운 코미디로, 어떤 작품은 굉장히 무거운 정극으로 가기도 해요. 저희 공연은 지금 그 중간선을 찾은 것 같아요.

‘리’와‘오스틴’을 찾아가는 과정

- 연습 기간은 어땠는지 궁금해요.

장 : 이 친구는 굉장히 수월했을 거예요. 원래 성격이 ‘오스틴’ 같은 면이 있거든요. 은석이가 뉴욕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데, 정서적으로 이런 부분을 잘 이해해요. 그리고 똑똑하고, 캐치도 빨라요. 반면에 저는 조금 시간이 필요한 스타일이에요. 인물에 다가가기까지요. 이번 공연은 압박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더 많이 헤맸어요. 지금은 많이 정리된 상태지만요.(웃음) 저만의 ‘리’를 긍정적으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박 : 전 연습기간에 ‘옥탑방 고양이’를 계속하고 있어서 좀 바쁜 편이었어요.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열정이 있으니까 연극 ‘트루웨스트’ 연습하는 게 ‘아, 힘들다’가 아니라 ‘공연 빨리 끝내고 가야지’ 그런 마음이었죠.

- 연습하실 때 ‘리’와 ‘오스틴’이란 인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박 : 같은 집에서 태어났지만 두 형제가 정말 달라요. 그런데 저는 이런 상황이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어요. 저희 집안이 그렇거든요. 형은 어릴 때부터 모범생이었고 부모님께 폐를 끼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저는 사고를 치는 편이었고요.(웃음) 그런 비슷한 사례가 ‘리’와 ‘오스틴’이라고 생각해요.

‘오스틴’과 ‘리’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이 달랐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같은 집에서 태어났으니까 ‘아픔’은 똑같은 거죠. ‘리’가 그런 아픔을 절도, 폭력 등의 ‘무법자 마인드’로 이겨냈다면, ‘오스틴’은 지킬 것 다 지키면서 ‘여우’처럼 상황을 극복한 거죠. 방식이 달랐을 뿐 ‘오스틴’과 ‘리’의 시작은 같아요. ‘오스틴’이 부와 명예를 통해서 자신의 상처, 약점들을 다 커버해 놨는데 그걸 형인 ‘리’가 건드리니까 폭발한 거고요.

장 : 대본을 볼 때마다 힘들었어요. 공연 초반 ‘리’가 ‘오스틴’을 괴롭히는 장면이 있어요. 관심받고 싶어서요. 그런 부분이 1차적이라면 2차적으로는 ‘리’가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보여야 하거든요. 그게 참 어려웠고, ‘멘붕’이 왔어요. 어느 정도 감정을 갖고 이걸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리’라는 캐릭터에 대해 아직 계속 찾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요. 생각할 때마다 달라져요. ‘리’의 성격은 타고난 거라고 생각해요. 아버지의 본질적인 성격을 ‘리’가 가장 많이 받은 것 같고요.

저희가 공통적으로 분석했던 건 ‘아버지’가 군인이었다는 점이에요. 실제로 원작자 ‘샘 셰퍼드’의 아버지가 군인 출신이었고, 이 작품이 자신의 가정사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군인이었던 아버지가 직업 때문에 후유증을 앓았고, 거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 거죠. ‘리’는 아버지가 휘두르는 폭력에서 늘 첫 번째 피해자였을 거예요. 이런 부분이 겹쳐지다 보니까 본능적으로 집을 나가게 된 거죠. 하지만 돌아오기에는 동생과 엄마를 볼 낯이 없는 거고요.

- ‘리’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으세요?

장 : 외로움을 많이 타는 편이에요. 연극 ‘트루웨스트’를 하면서 ‘리’가 들어오다 보니까 더 외로움을 많이 타게 된 것 같아요.(웃음) 저는 형제가 삼 남매인데, 굉장히 돈독해요. 물건이 하나 있으면 ‘너 이거 필요해?’하고 물어봐요. ‘필요하다’고 하면 주저 없이 ‘너 가져’ 하거든요. 그래서 두 형제의 다툼을 이해는 하지만 깊이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아요.

 

 

 

②편에서 계속

정지혜 기자_사진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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