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공연마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공리에 프리뷰를 마친 창작뮤지컬이 있다. 바로 뮤지컬 ‘Trace U’다. 작품은 프리뷰 전 ‘창작팩토리’ 대본공모 수상작인 작가 윤혜선의 대본에 연출가 김달중과 작곡가 박정아의 참여로 먼저 주목받았다.

2013년 2월, 본 공연 무대에 오른 뮤지컬 ‘Trace U’는 홍대 클럽 ‘드바이’를 배경으로 ‘강렬한 비트의 록 음악’과 ‘단 두 명의 남자배우가 이끌어 가는 심리극’을 접목한 작품이다. 이야기는 두 명의 인물이 꺼내놓는 ‘왜곡된 기억 조각’을 맞춰가는 퍼즐 같은 구조다. 기본 줄거리조차 관객이 어떻게 해석하고 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과 다른 또 다른 의미의 ‘관객 참여형’ 뮤지컬로 ‘재관람 관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강렬한 록 비트에 몸을 맡겨라 ★★★☆

뮤지컬 ‘Trace U’는 홍대 록밴드 클럽이 배경이다. 공연 내내 강렬한 록 음악이 무대와 객석 사이로 구석구석 흐른다. 본하 역의 배우는 격렬한 퍼포먼스와 노래로 실제 홍대 클럽 공연을 방불케 한다. 그는 객석으로 뛰쳐나와 노래하기도 하고, 관객과 손을 잡거나 대화를 하기도 한다. 시종일관 곧 폭발할 듯한 열기로 가득한 공연장은 라이브 밴드의 격정적인 연주로 더욱 달궈진다.

공연이 막이 내리면 관객과의 호흡은 더욱 뜨거워진다. 관객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록 비트에 맞춰 몸을 쉼 없이 움직인다. 프리뷰부터 객석을 채웠던 공연마니아들의 호응도 거세다. 배우들은 그에 걸맞은 뜨거운 열창과 퍼포먼스로 극장 안 공기를 가쁘게 채운다.

뮤지컬의 형식 파괴? 낯설거나 흥미롭거나 ★★★☆

뮤지컬 ‘Trace U’는 클럽 주인 우빈과 록밴드 보컬 본하의 이야기다. 본하는 자신을 맴도는 한 여자에게 사로잡혀 그녀에게 만나자는 쪽지를 건넨다. 이후 사라져버린 여자를 기다리는 본하는 공연을 망쳐버리기 일쑤다. 클럽 주인이자 그와 가까운 사이인 우빈은 그에게 여자를 기다리지 말라고 한다.

작품의 시놉시스만 듣는다면 이 뮤지컬이 유달리 독특하게 느껴지진 않는다. 하지만 뮤지컬 ‘Trace U’는 기존의 뮤지컬과 차별화된 형식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작품만의 독특한 뉘앙스를 만들어 낸다.

뮤지컬 ‘Trace U’는 불편하고 낯설지만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관객은 작품의 제목에 드러난 ‘Trace’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 속 드러나는 ‘여자와 본하’, ‘본하와 우빈’, ‘여자와 우빈’의 관계는 모두 관객에게 ‘추적’의 대상이다. 동일한 사건 속에 놓인 우빈과 본하는 서로 다른 기억을 꺼내놓는다. 한 폭의 추상화가 완성돼 가는 과정을 보는 것처럼 두 인물의 ‘왜곡된 기억의 조각’은 뭉뚱그려 표현된다. 모자이크 같은 두 사람의 기억 조각들을 토대로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것이 바로 이 작품의 묘미다.

김달중 연출가는 “기존의 뮤지컬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표현방법을 사용했다.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과정, 음악적인 방식이 독특하다. 이러한 새로운 콘셉트를 바탕으로 관객들은 적극적으로 작품을 해석하게 된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기억을 직접 맞춰나간다. 관객들이 주인공의 기억을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공연의 내용은 달라진다. 작품이 무책임하게 관객에게만 모든 것을 맡기지는 않는다. ‘기억의 모자이크’는 어디에 어떻게 가져다 놔도 이야기는 흘러간다”고 말했다.

작품은 전체 공연 시간의 5분의 2 정도가 클럽 콘서트 장면으로 이뤄진다. 특히, 초반부는 극의 중심이 ‘이야기’가 아닌 ‘음악’에 놓여있어 처음 관람하는 관객은 이야기의 갈피를 잡기가 어려워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 뮤지컬은 ‘불친절함’과 ‘낯설음’을 긍정하는 적극적인 관객형이라면 해석하는 재미가 가득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즐길 수 있다. 재관람 관객이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반면 ‘무대’ 자체의 완성도가 주는 즐거움을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낯선 형식과 이해가 어려운 불편한 작품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각기 다른 매력의 페어들을 보는 재미 ★★★★

뮤지컬 ‘Trace U’는 실력과 매력을 고루 갖춘 배우들이 함께해 화제를 모았다. 최재웅, 이율, 이창용, 김대현 등은 ‘뮤지컬을 좀 본다’하는 이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배우들이다. 여기에 윤소호, 송승원 등 신선한 매력을 뿜어내는 신예들의 합류도 주목할 만하다.

작품의 페어는 ‘최재웅-윤소호’, ‘이창용-이율’, ‘김대현-손승원’으로 나뉜다. 본 공연 무대는 프리뷰 무대에 섰던 ‘최재웅-윤소호’와 ‘이창용-이율’ 외에도 새로운 페어인 ‘김대현-손승원’이 함께해 더욱 풍성한 무대를 꾸미고 있다.

배우들은 “기본적인 해석은 같지만 각 팀의 배우들에게 새로운 표현방법을 요구했다”는 김달중 연출의 말에 따라 각기 다른 연기 표현법을 통해 페어만의 매력을 드러낸다. 페어 마다 다른 관람 포인트는 재관람 관객을 불러 모으는 뮤지컬 ‘Trace U’의 또 다른 매력이기도 하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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