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유럽블로그’는 배우 김수로가 연출을 맡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끈다. ‘유럽블로그’라는 제목에서는 블로거들이 담는 소소한 여행의 감성이 전해진다. ‘여행’과 ‘훈남’이 결합된 이 공연을 찾은 관객들은 대부분이 여성관객들이었다. 작품이 얼마나 여행의 설렘을 안겨줄지 기대하며 공연장을 들어섰다.

유럽을 담은 영상이 전하는 ‘떠남’의 미학 ★★★☆

연극 ‘유럽블로그’의 감상평을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떠남의 미학’이다. 생생한 영상으로 배우들이 직접 밟은 유럽 땅을 보고 있자면 꾹꾹 억눌러왔던 방랑벽이 고개를 든다. 프랑스 파리 샤롤 드골 공항부터 에펠탑의 야경, 인터라켄의 기찻길 등의 아름다운 영상이 무대배경으로 펼쳐진다.

영상 속 배우들의 모습은 더욱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유럽 풍경에 녹아든 배우들의 미소는 여성 관객들의 가슴을 방망이질 한다. 그들은 영상 속에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고, 밤바다를 걸으며, 하늘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며 날아오른다.

배우들의 들뜬 마음은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로 그대로 묻어난다. 무대 양쪽에 자리 잡은 ‘그네’는 설렘을 북돋아주는 무대장치 중 하나다.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영상과 함께 배우들은 무대에서 그네를 탄다. 이는 관객들이 하늘을 날고 있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무대 위 밴드가 연주하는 라이브 음악 ★★★☆

연극 ‘유럽블로그’의 특별한 매력은 밴드의 존재다. 무대 위에 자리 잡은 밴드는 재즈,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잔잔하게, 때로는 코믹하게 연주한다. 보컬 없는 연주음악은 연기의 배경이 되어 감성을 자극한다. 음악이 MR이 아닌 라이브 연주로 전달될 때의 묘미는 색다르다. 라이브 음악은 상황에 따라 애드리브도 구사하는 재치를 발휘하고, 연주 중인 밴드의 모습은 음악의 풍미를 더한다.

배우들의 넘버는 이 9곡의 BGM 사이에서 빛을 발한다. 코믹하게 부르는 ‘1유로에 1,420원’과 ‘카톡쏭’이라는 애칭을 가진 ‘유럽 사이사이’는 잔잔한 배경음악들과 조화를 이루며 폭소를 자아낸다.

배우들의 열연과 재치 있는 입담 ★★☆

연극 ‘유럽블로그’는 관객들과의 소통으로 연극이 줄 수 있는 묘미를 더한다. 공연 중에는 관객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배우 김수로의 독백 장면이 펼쳐진다. 이 장면을 위해 들어가는 배우 성두섭을 향해 배우 김수로는 ‘먼저 들어가 있어, 내가 할 일이 좀 있어서’라며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이로써 배우는 관객과 자신의 관계를 더 가까이 이끈다. 또한, 무대 밖에서도 직접적으로 관객들과 소통한다. 객석을 파도치는 이탈리아의 바닷가인 양 걸으며 관객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한다. 

무대 위의 또 다른 훈훈함은 다른 배우들을 이끄는 배우 김수로의 카리스마다. 몸을 사리지 않고 ‘깨방정’ 댄스를 주도하자 담담한 연기를 이어가던 배우 성두섭도 함께 격렬한 춤을 추며 웃음을 선사했다. 배우 김수로가 다른 배우들의 어깨를 토닥이는 장면에서는 동생들에 대한 그의 애정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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