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누구나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우리들은 자라나면서 서서히 깨닫게 된다. 누구나 똑같이 사랑받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들은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를 가지거나, 근사한 무언가를 가진 이들에게만 눈길을 돌린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의 무심함에 상처받고 아파한다.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나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불안이 가득하다. 가족뮤지컬 ‘넌 특별하단다’의 펀은 이러한 우리의 모습을 대변하는 캐릭터다.

온 몸에 덕지덕지 붙은 ‘똥표’, 타인의 시선에 좌절하는 ‘펀’

목수 엘리가 만든 나무 사람들이 한 마을에 모여 살고 있다. 나무 사람들은 잘난 사람들에게는 별표를, 못난 사람들에게는 똥표를 붙인다. 펀은 남들이 하지 않는 궂은 청소 일을 도맡아 성실하게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건 ‘똥표 세례’ 뿐이다.

펀 역시 다른 나무 사람들에게 예쁨 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있다. 그렇지만 그가 접근하면 할수록 마을 사람들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는다. ‘더럽고 냄새나고 촌스러운 게 감히 무얼 넘봐’라며 사람들은 그를 업신여긴다.

남들에게 무시 받는 펀의 모습은 다른 나무 사람들과의 비교를 통해 효과적으로 드러난다. 나무 사람들의 대표적인 캐릭터 ‘예쁜이’, ‘장사’, ‘마술사’는 귀엽고 밝은 모습으로 자신들의 장점을 연신 뽐낸다.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은 예쁘다’는 ‘예쁜이’는 코 후비는 모습까지 보여주며 아이들의 웃음을 터뜨린다. 힘이 센 ‘장사’는 무거운 역기를 들어 올리며 신비함과 긴장감을 상승시킨다. ‘마술사’는 곤봉을 여러 도구로 변신하며 아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화려하고 깔깔대는 이들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펀의 모습은 느리고 답답하다. 그는 애벌레와 교감하는 장기를 선보이지만 돌아오는 건 ‘더럽다’는 비난뿐이다. 이 때 사용되는 애벌레가 움직이는 모습, 효과음 등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동시에 이는 펀의 순수함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타인의 시선’보다 중요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

펀은 ‘황금별 대회’에서 장기를 선보였다가 봉변만 당하고 온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절망과 좌절뿐이다.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다. 두려움에 떨며 바위 속에 숨어있는 펀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이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이 ‘비웃음의 대상’에 불과하다는 생각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러한 펀을 좌절의 구렁텅이에서 구해준 것은 바로 그를 만든 목수 엘리다. 펀은 자신의 고민을 엘리에게 털어놓기 위해 그의 집에 찾아간다. 엘리의 집에서 펀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펀이 엘리를 찾아가는 모습은 ‘그림자’, ‘인형극’ 등 다양한 효과를 넣었다. 어두워진 무대에서 목각 인형 펀의 다리를 주물러주는 모습은 아이들의 집중도를 상승시킨다. ‘넌 너라는 이유만으로 특별하고 소중하단다’는 메시지는 이러한 무대 효과로 더 큰 울림을 준다.

펀은 엘리와의 대화를 통해 나도 누군가의 소중한 바람으로 태어난 나무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틀 속에 자신을 가두었기에 그토록 절망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이제 그의 몸에는 ‘별표’도 ‘똥표’도 붙지 않는다. 타인의 칭찬과 놀림이 자신의 가치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가족뮤지컬 ‘넌 특별하단다’는 3월 3일까지 윤당아트홀에서 펼쳐진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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