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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용히 다가와 마음을 두드리는 맑은 영혼, “받아들임을 통한 소통을 꾀하다”뮤지컬 ‘군수선거’ 이기섭 배우

뮤지컬 ‘군수선거’를 보면 따스함이 마음속으로 파고들어 절로 엄마미소가 지어진다. 작품은 소외된 이웃들이 작은 마을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마을 주민 중 한 남자는 사람들과 눈 맞춤도 하지 못하고, 다른 인물들이 왁자지껄 얘기를 나눌 때 고개를 숙이고 종이 위에 무언가를 끄적거린다. 그는 선하고 맑기만 한 동네바보다. 하지만 그는 관객에게 소리 없이 조용히 다가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순수하고 맑은 영혼, ‘득만’을 연기한 이기섭 배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 자폐아를 그대로 표현해내는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자신의 역할에 대해 소개해 달라.

자폐를 앓고 있는 ‘득만’이라는 역할이다. 그에게는 아픈 어머니가 있고 동네 다방에서 일하는 이양이라는 아가씨를 많이 좋아한다. 물론 혼자서 짝사랑하고 있다. ‘득만’은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하기보다 이양 옆에서 묵묵히 위로가 되는 존재다.

- 자연스러운 자폐 연기를 하기 위해 가까운 거리에서의 관찰이 필요했을 것 같다.

처음 시나리오 상에는 ‘덕만’의 캐릭터가 구체적이지 않았다. 연구하고 관찰하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연기를 위한 공부 방법은 작품마다 다르다. 이 역할은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관찰 대상을 찾아갔다. 사촌동생이 사회봉사로 자폐아를 지도하는 일을 한다. 충남 당진까지 찾아가서 그들과 함께 하며 관찰했다. 실질적으로 그곳의 아이들과 깊이 소통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들이 하는 행동, 특징, 생각하는 바를 지켜보고, 하고 싶은 행동이 무엇인지를 알아내려 애썼다. 대화를 통해 그들을 이해하는 것은 힘들었기에 다른 매체를 통해 공부하기도 했다.

- 그들의 모습에서 지금 연기를 하는데 모티브가 된 것이 있나.

‘서번트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이 증후군은 한 방향으로 편집성을 가져 특정한 한 가지에 집착하는 증상을 보인다. 영화나 다큐멘터리에서는 이런 증상을 가진 자폐아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흔하지는 않다고 들었다.

뮤지컬 ‘군수선거’의 ‘덕만’은 그림 그리는 것에 집착한다. 영국에 BBC 다큐멘터리에서 자폐를 가진 흑인 화가가 출연한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는 한 번 본 것만으로 정확하게 묘사를 해서 그림을 그려낸다. 그를 모티브로 해 ‘덕만’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 역할을 해내는데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덕만’이 일반인 주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자폐의 특성은 들은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반향어’를 사용하면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대사를 통한 소통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방식을 적용하기가 힘들었다. 

- 마을 주민들과의 소통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나는 작품을 ‘표현하는 것’ 보다 ‘이해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모든 작품에 이런 방식으로 임하는 편이다. 표현을 잘하는 배우들은 많다. 하지만 이해라는 것은 다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상황이나 관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표현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 ‘덕만’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 싶었나?

‘소통’에 대한 이해다. 일반인들은 말을 많이 함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는 소통을 하지 못한다. 또한, 스마트 폰과 SNS를 이용하며 빠르고 편리해졌지만 실제로 마음과 마음이 닿는 소통은 줄어간다. ‘덕만’은 따라하는 말 뿐 자신의 말을 거의 하지 않으면서도 소통을 하고 있다. 그는 곁에 있는 것만으로 사람들과 마음을 나눈다.

 

- 다음엔 어떤 역할을 해보고 싶나?

지금까지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해왔다. 딱히 마음에 정해놓은 어떤 역할은 없다. 단지, 앞으로도 가벼운 역할보다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끌어내고 감동을 주는 역을 해보고 싶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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