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한 뒤 2004년 한국 초연 무대에 올랐다. 한국 공연은 조승우, 류정한, 김우형, 홍광호,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아왔다. 작품은 지난해 전국 11개 지역의 투어공연을 마친 뒤 서울공연을 요청하는 관객의 성원으로 5주간의 특별 공연을 펼치게 됐다.

2013년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기존 캐스팅에서 벗어나 신선한 얼굴들을 캐스팅했다. 윤영석, 양준모 등의 새로운 지킬들은 전작에서 이미 입증한 연기력과 노래 실력으로 캐스팅 초반부터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공연에서 합류한 신의정, 이지혜 등의 캐스팅도 오랫동안 공연되어 온 작품에 새로운 에너지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스릴러와 로맨스의 조합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동명의 원작엔 보이지 않는 루시와 엠마라는 두 여인이 등장한다. 작품은 새롭게 창조된 두 캐릭터를 통해 ‘스릴러’란 장르와 ‘인간의 이중성’이란 주제 의식 위에 ‘로맨스’라는 매력적인 외투를 입힌다.

지킬과 엠마는 약혼한 사이다. 지킬은 우연히 fp드랫에서 만난 거리의 여인 루시를 통해 자신 안의 또 다른 욕망과 마주한다. 루시의 등장은 지킬이 ‘선과 악’을 분리하는 실험의 계기로 작용하고, 실험의 대가로 태어난 하이드는 지킬의 숨겨져 있던 욕망을 대변하듯 루시를 독점하려 한다. 하지만 지킬은 루시를 지키려함과 동시에 자신이 사랑하는 엠마에게 미안함과 애틋한 마음을 놓지 않는다. 루시 역시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유일한 남자 지킬을 사랑하면서도 자신 안의 욕망을 일깨우는 하이드를 거부하지 못한다.

‘인간의 이중성’ 위에 절묘하게 입혀진 ‘로맨스’는 아무도 살지 않는 대저택의 스산함처럼 매력적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무언가 날 덮칠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히지만, 멈출 수는 없다. 극 중 등장하는 이들의 사랑도 마찬가지다. 위태롭고 무섭지만 어쩔 수 없이 이끌리고 마는 것이다. 원작과 차별화되는 뮤지컬 속 인물들은 이야기를 한층 입체적이고 매혹적으로 만들었다.

‘인간의 이중성’ 주제, 배우와 음악으로 증폭되다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는 한 인물에게서 드러나는 뚜렷한 ‘선과 악’의 대비를 통해 인간 내면에 잠재된 ‘이중성’을 말한다. 뮤지컬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를 새롭게 부여해 ‘선과 악의 경계’에 선 인물을 더 입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다.

‘인간의 이중성’이란 주제는 ‘음악’과 ‘배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은 중독성이 강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멜로디 라인이 매력적이다. 너무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에서 불러 금지곡 리스트에 올랐다는 ‘지금 이 순간’부터 ‘Someone Like You’, ‘Once Upon a Dream’ 등의 음악은 대중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뮤지컬넘버들은 작품의 결정적인 순간을 더욱 결정적으로 만들고,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감정을 선율로 전한다. 특히, 지킬이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하이드와 대면하는 ‘Confrontation’은 소름이 돋을 만큼 ‘무대와 배우와 음악’이 하나 되는 순간이다.

‘선과 악’의 가운데서 길을 잃은 ‘지킬’은 새롭게 합류한 배우 양준모를 만나 더욱 확장됐다. 양준모는 내면에 신념과 분노를 동시에 품고 있는 의사 ‘지킬’로, 때로는 짐승 같은 잔혹함과 자비 따위 내던진 냉혹함을 지닌 ‘하이드’로 순식간에 변신했다. 그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시원시원한 노래는 물론, ‘지킬’과 ‘하이드’가 혼재된 한 사람 안의 두 자아를 혼신을 다해 연기했다. 특히, ‘하이드’가 위선자를 처단하는 ‘Alive’ 장면은 공연을 보는 관객까지 공포심에 휩싸이게 만들 정도로 강력했다.

정지혜 기자 사진_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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