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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시대, 따뜻함 주는 이야기 만들고 싶어” 연극 ‘그 집 여자’ 이난영 작가 인터뷰악순환되는 가정폭력 문제 다뤄

회색의 병실, 온몸이 멍투성이의 여자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그 옆자리에는 당신이 앉아있다. 당신은 그를 보면서 “왜 저 여자는 저렇게 맞은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누군가 맞은 모습만 봐도 가슴이 철렁이는데, 실제로 당신이 폭력의 피해자가 된다면 그야말로 끔찍할 것이다.

연극 ‘그 집 여자’는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두 여자의 이야기를 담는다. 나아가 그러한 폭력을 당한 여자들을 철저히 외면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담는다. 작품은 2월 15일부터 24일까지 바탕골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연극 ‘그 집 여자’를 집필한 이난영 작가를 인터뷰했다.   

- 연극 ‘그 집 여자’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재작년에 병원에서 가족의 병간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옆 침대에 계셨던 분이 가정폭력 피해자였다. 그분을 통해서 가정폭력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우리가 매체에서 멀리서 접하던 가정폭력의 모습과 실제로 그런 현장을 접한 느낌은 완벽하게 다르다. 가까이서 가정폭력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이게 남 이야기가 아니구나. 좀 더 연구하고 이 이야기를 써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 가정폭력 이야기를 가까이서 접하면서 깨닫게 된 점이 있다면.

멀리서 가정폭력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체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피해자들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았지?’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가까이서 가정폭력 이야기를 접하며 약한 여자가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현실을 절감했다. 실제 피해자들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렇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돌아오는 것이 없어서 포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정폭력 문제는 제삼자의 도움이 절실하다. 피해자의 얘기를 들어보니까 도움을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했다. 그 피해자는 체념한 상황이었다. ‘도와 달라고 해봤자 어차피 소용없는 일이다’고 말씀하셨다.

- 가정폭력을 숨기기에 급급한 우리나라 사회 현실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얼마 전 가정폭력 범죄는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은 줄고 있다는 신문 기사를 봤다. 현재 우리나라 가정폭력 처벌 수위는 1%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가족 문제를 사생활 침해로 간주하기 때문에 폭력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적다. 외국은 가정폭력에 여러 가지 제약을 두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폭력을 당한 여성을 다시 가해자에게 돌려보내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여기에는 가정을 보호해야 한다는 윤리적 관점이 들어 있다. 폭력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좀 더 격리시키고 분리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제2차, 3차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 매 맞는 아내 이야기, 어떠한 방식으로 각색했는가. 

아무래도 연극이다 보니까 실제 가정폭력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연극 ‘그 집 여자’는 폭력이 가장 중요한 소재지만 폭력이 되풀이되는 악순환을 이야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들이 가정폭력을 당하고도 쉬쉬하고 감추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가 외부에 드러났을 때 집 안의 수치라고 여긴다. 무엇보다 폭력을 당하는 분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점은 가정의 붕괴다. 내가 맞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내 아이에게 아빠가 없는 것은 두렵다. 두려워하기 때문에 참고 계속 폭력을 당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2인의 여성 캐릭터들을 대본에서 어떻게 부각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시어머니와 ‘나’는 모두 피해자라고 설정했다. 연극은 가해자는 빠져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들끼리 서로 다투는 모습을 담는다. 보호받지 못한 약자들이 자신들 나름대로 폭력에 벗어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그렇지만 이들의 노력은 오히려 상황을 최악으로 만든다. 이러한 현실에 대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면 피해자들이 원래 가지고 있는 착한 인간성을 보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

그동안 사회적인 이슈가 된 소재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써왔다. 요즘 세상을 ‘힐링의 시대’라고 한다. 모든 사람이 상처를 치유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 연극 ‘그 집 여자’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가정폭력은 남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피해자에 대한 편견을 접고 좀 더 관심을 가져준다면 법의 위력이 발휘되지 않아도 가정폭력이 아주 조금씩은 줄 수 있지 않을까.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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