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에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일본 남자의 눈빛은 당당하고 곧다. 영락없이 바르고 건실한 청년의 얼굴이다. 아래쪽의 한국 남자의 눈빛은 메마르고 한이 서려있다. 무언가를 빼앗겼을까. 위쪽의 일본 여자는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다. 네 명의 한일 젊은이들의 만남에는 무엇이 있을까.

작품의 제목인 ‘나에게 불의 전차를’의 글자는 붉은 색으로 타오른다. 반면 등장인물들은 흑백이다. ‘불의 전차를 나에게 다오. 물러서지 않고, 헛되게 하지 않으리라’라는 포스터의 문구는 뜨거운 불의 전차를 안고 굳게 걸어가리라는 그들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타오르는 불의 전차를 끌어안고 목숨 걸어 투쟁하리라는 암시를 전한다.

포스터 아래쪽의 한국남자는 일본인으로부터 박해 받고, 같은 한국인에게조차 천민처럼 취급 받는 남사당패의 꼭두쇠다. 그는 멸시받으면서도 전통 기예로 당시 한국인에게 위로가 되어 준다. 가운데의 일본남자는 한국의 문화와 민속 백자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양국의 관계에 마음 아파하는 청년 교사다. 이들은 민족, 정치, 전쟁을 넘어서 진정한 교류를 이루어낸다.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2008년 ‘야끼니꾸 드래곤’으로 일본의 각종 연극 상을 휩쓸며 한, 일 연극계를 강타한 연출가 정의신의 작품이다. 작년 11월7일부터 12월 1일까지의 동경 아카사카 ACT Theater에서의 초연에서는 전회매진의 기록과 함께 전원 기립박수를 받아 이목을 끌었다. 100년 전, 일제말기의 한국을 배경으로 양국 간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정의신 연출은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남사당은 유랑 예인들의 집단으로 농악, 버나, 곡예, 줄타기, 탈춤, 인형극 등 다방면에 걸쳐 풍부한 재주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을 돌아다니며 풍요를 기원했으나 그 대가로 비루한 잠자리와 음식만을 제공받는 미천한 신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 중 누군가가 죽는다 해도 그저 돌을 쌓아 그 죽음을 애도했을 뿐이라고 한다. 이 버림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름 없이 살아간 예인들의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길가의 돌과 같은 그들의 영혼에 이 작품이 한 순간이라도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꼭두쇠 역에는 처음으로 무대연기에 도전하는 배우 ‘차승원’이, 일본인 교사 역에는 ‘초난강’으로 잘 알려져 있는 아이돌 그룹 출신 일본 배우 ‘쿠사나기 츠요시’이 연기한다. 이외에 투명한 연기와 외모로 한국에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히로스에 료코’와 일본이 자랑하는 연기파배우 ‘카가와 테루유키’, 무대와 방송, 영화를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정통파 연기자 ‘김응수’가 무대에 선다.

연극 ‘나에게 불의 전차를’은 1월 30일부터 2월 3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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