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가 무대에 올랐다. 이 작품은 2012년 제1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 예그린 앙코르에서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바 있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2011년 CJ Creative minds’, ‘2012년 창작뮤지컬육성지원사업’으로 뽑히기도 한 작품이다. 지난 해 12월 실시된 ‘2013년 가장 기대되는 창작뮤지컬’ 설문조사에서는 1위를 차지하며 관객과 평론의 기대를 모았다.

아래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관람한 기자 2인이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Up↑&Down↓’은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의 장, 단점을 스스럼없이 토해냄으로써 작품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 인상적이었던 무대연출

UP↑ 소극장의 한계를 극복한 무대 연출

작품은 소극장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무인도에서 서로 여러 명이 동시에 도망치고 잡으러 다니는 장면에서 넓은 무대가 필요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엎었다. 등장인물들은 움직임으로 장면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한 팀이 움직이고, 다른 한 팀은 움직임을 ‘멈춤’으로써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한 그림을 그려낸다.

총알이 빗발치고 폭탄이 터지는 전쟁 통도 마찬가지다. 배우들의 움직임과 사운드를 통해 무대보다 큰 장면을 보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낸다. 함께 고민하고 발전했던 연습의 시간이 엿보이는 장면이다.

DOWN↓ 아쉬웠던 음향 효과

소극장의 묘미는 음향 효과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배우들의 대사 소리가 작아 전달이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고, 노래는 가끔 답답하게 들릴 때가 있다. 그에 반해 여자 배우의 하이톤 보컬은 지나치게 선명하다. 라이브이니만큼 매 공연마다 기술적인 조정이 다르겠지만, 음향 조절의 불균형은 극의 몰입을 떨어뜨린다.

- ‘나’ 개개인을 들여다보게 하는 진솔한 스토리와 연기

UP↑ 신선한 소재, 진솔한 메시지

사람은 누구나 개인의 역사 속에서 한 가지씩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살아간다. 스스로 트라우마라고 인식하지 못할 뿐, 아픈 기억은 상처로 남아 삶을 파고든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에서는 ‘트라우마’라는 소재를 전쟁이라는 배경을 통해 극적으로 그려냈다. 가족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세상에 마음을 닫아버린 ‘류순호’는 타인들의 도움을 통해 서서히 마음을 연다. ‘류순호’를 돕는 다른 캐릭터들도 각자 그들이 가진 아픔의 기억들을 꺼내며 함께 치유의 과정을 거친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이 치유의 과정을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렸다. 아파하는 모습도, 이겨나가는 과정도 밝고 사랑스럽다. 군복을 입은 병사가 꽃으로 치장하고 사랑스럽게 노래한다. 뻣뻣하고 무뚝뚝하던 군인들이 해맑은 눈동자로 ‘부탁합니다!’를 애교스럽게 외친다.

위트와 유머를 통해 관객들은 ‘치유’라는 진솔한 메시지를 전달 받는다. 함께 마음 아파하고 함께 웃으며 극 속에서 하나가 된다. 치유의 중심에 서 있는 등장인물들의 ‘여신’은 관객들로 하여금 관객들만의 ‘여신’을 떠올리게 한다.

UP↑ 사랑스런 캐릭터와 감칠맛 나는 연기

‘트라우마’와 ‘치유과정’이란 소재는 내면의 움직임을 보여주어야 한다. 따라서 배우들의 표현력이 중요하다. 극중 인물들은 이 과정을 감칠맛 나게 그린다. ‘류순호’는 형의 죽음으로 겪게 되는 공황상태를 사시나무 떨 듯 전율하며 온 몸으로 열연한다. 그리고 그가 여신님을 만나는 과정은 엄마미소가 지어지도록 맑고 사랑스럽다.

여신은 짧은 시간동안 같은 모습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는 매 번 무대에 나올 때 마다 완전히 다른 색깔의 굵직한 선을 하나씩 남기고 들어간다. 완연히 다른 버전의 목소리, 어투, 몸짓은 다음에 나타날 색다른 그를 기다리게 만든다.

‘신석구’의 연기도 맛깔스럽다. ‘신석구’는 솔직 담백하고 유쾌하다. 극 중간 중간에 터뜨리는 그의 위트는 여성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의 시원한 성량도 자꾸만 듣고 싶어진다.

DOWN↓ 신선한 소재를 살리지 못한 긴 호흡

아쉬운 것은 극에 몰입하는 도중 흐름이 끊기는 순간들이 있다는 것이다. 극에 공감하고 마음을 열었을 때 한 걸음 더 다가서도록 잡아끌지 못하고 멈춰 버린다. 각 캐릭터들은 고향에 두고 온 각자의 ‘여신’들을 회상한다. 각 등장인물들 모두를 깊이 있게 다뤄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한 것은 좋은 시도였다. 하지만 그 호흡이 조금 길다.

또 한 가지는 초입부분이다. 작품은 등장인물간의 갈등으로 시작해 그들 관계가 따뜻함으로 변화하는 반전을 보여준다. 이 반전의 효과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초입부분에 서로를 공격하는 장면을 다소 길게 그렸다. 이 부분에서 스토리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관람하는 관객들은 의아함과 함께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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