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The Promise’는 2013년 6.25 전쟁 정전 60주년을 맞아 국방부와 육군본부, (사) 한국뮤지컬협회가 공동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현역 장병 배우들이 출연해 극중 캐릭터들에 생생함을 더한다. 뮤지컬 ‘The Promise’는 국방부제작 뮤지컬의 세 번째 작품이다. 세 작품은 전쟁이라는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다. 이번 공연은 전쟁 속 병사 개개인의 사연에 초점을 맞추어 스토리를 풀어냈다.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장치로 볼거리를 제공하고 절도 있는 군무로 화려함을 더했다.

아래는 뮤지컬 ‘The Promise’를 관람한 기자 2인이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Up↑&Down↓’은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의 장, 단점을 스스럼없이 토해냄으로써 작품의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했다.

- 돋보이는 무대장치

UP↑ 눈길을 사로잡는 웅장한 스케일의 무대장치

이 작품은 국방부에서 4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진행했다. 또한, 이 뮤지컬을 진두지휘하는 이지나 연출은 뮤지컬 ‘광화문연가’, ‘서편제’ 등을 연출한 베테랑 연출가다. 서숙진 무대디자이너, 구윤영 조명디자이너 등은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스텝진이 참여한다. 국방부의 과감한 투자에 더한 이들의 협업은 과연 눈부셨다.

무대 장치는 화려하고 스케일은 웅장하다. 섬세한 조명은 무대 장치를 더욱 빛낸다.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나무들은 조명효과를 통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한다. 극적인 전쟁장면에서는 어두운 조명으로 병사들의 내면을 대변하고, 아름다운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초록빛 조명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화사하게 장식한다.

악극단 스타출신인 장달호 일병(윤학)은 과거를 회상하며 ‘삼천리 극장’에서 노래를 부른다. 전쟁터였던 무대는 화려한 조명과 함께 극장으로 순식간에 변신한다. 음울한 전쟁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리고 왔던 관객들에게 ‘삼천리극장’은 장면은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짝이는 조명은 분홍빛 무대의상과 어우러져 신명나는 ‘무대 한 판’을 그려낸다.

무대의 이중 구조도 한 몫을 했다. 전일도 하사(박선우)가 아들(정태우)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무대 앞쪽에서는 전일도가 노래하고, 아들(정태우)는 무대 뒤 쪽에서 아버지를 생각하며 노래한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을 무대구조를 통해 미학적으로 그려냈다. 이는 그들이 함께 듀엣으로 부르는 노래로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 배우들의 열연 돋보여

UP↑ 수많은 배우들의 투혼이 만들어 낸 명장면

무대 장치만이 이 작품의 화려함을 담당하고 있지는 않다. 인천상륙작전 장면은 마흔 명에 달하는 배우와 수십 명의 스태프가 만들어낸 명장면이다. 보컬 없이 음악과 안무로만 그려지는 군무는 터질 듯 무대를 채운다. 많은 남성 무용수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그려내는 큰 그림을 보고 있자면 그들이 투자했을 연습시간과 노력이 눈앞에 그려진다. 

UP↑ 진부한 주제를 다채롭게 만드는 배우들의 힘

개개인의 사연을 정서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관건이다. 극의 중심에서 흐름을 이끌어가는 김무열은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강상진이라는 캐릭터는 전투에 능한 ‘군인’이면서 사랑하는 여인을 가슴에 품고 있는 ‘순정남’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캐릭터를 갖고 있다. 전장에서는 격렬함을 표현하면서 사랑하는 여자가 죽는 순간에는 가슴 찢어지는 비통함을 그려내야 한다. 김무열은 무대 위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져야하는 이 감정의 전환을 능숙하게 소화해 낸다.

이특의 연기도 볼거리다. ‘군대’라는 집단이 그려내는 이미지는 무겁고 가라앉기 쉽다. 여기에서 이특은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맡아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시종일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그가 맡은 미스김은 감정 표현을 절제하는 남자들 사이에서 통곡을 하기도 하고 까르르 웃기도 하며 감정의 흐름을 주도한다.

DOWN↓ 연기자 출신들의 아쉬운 넘버 소화력

연기자 출신이 많아 맛깔나는 연기를 선보인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뮤지컬 전문 배우가 아니다 보니 보컬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부분은 아쉽다.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는 배우들의 경우 수년간의 훈련과 경험을 통해 무대에 선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전쟁 시 격렬한 동작을 수반하는 몸싸움 장면이 있어 호흡이 흐트러지기 쉽다. 많은 작품을 통해 내공을 쌓은 김무열은 완벽하게 넘버들을 소화했지만, 지현우, 정태우의 보컬은 아쉬움을 남긴다.

- ‘국방부 뮤지컬’ 주제의 한계를 벗어나려 애쓰다

UP↑ ‘국방부 제작 뮤지컬’의 주제를 극복하려는 노력

국방부에서 제작한 작품들은 일관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자는 것이다. 뮤지컬 ‘The Promise’에서는 이 주제를 개개인의 병사들을 조명하는 서정적인 스토리로 그려냈다. 뮤지컬 ‘The Promise’의 작가 서윤미는 “진정한 영웅은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왜 싸워야 하는 지도 모르는 채 당장 내 눈앞에서 죽어가는 누군가들을 지키기 위해 죽어간 수많은 이름들. 이 극은 그들을 위해 만들어진 극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가 서윤미는 “국방부 관계자 분들이 힘을 보태 주시고, 이지나 연출님이 들어오셔서 함께 설득해주신 끝에 이 ”작은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The Promise’로 시놉이 확정된 후…”라며 위대한 영웅이 아닌 일반 병사들을 사연을 풀어냈다는 것을 강조했다.

뮤지컬 ‘The Promise’의 주제가 ‘작은 이야기’로 만들어 질 수 있었던 것이 간단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기획초기 6·25 전쟁 당시 최선봉에서 서울 탈환을 이끌었던 백선엽(92) 장군을 주인공으로 계획되었다. 하지만 생존인물을 무대에 올리려는 계획에 논란이 제기되면서 뮤지컬 내용이 전면 수정되었다.

DOWN↓ 다른 시각으로 조명하려는 노력에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주제

주제에 있어 ‘국방부 제작 뮤지컬’이라는 한계를 넘어서려 노력했다고 해도 역시 아쉬움은 가시지 않는다. 작품이 조명하고 있는 것은 전쟁에서 죽어간 숭고한 영혼들이다. 이들을 기리다보니 ‘전쟁’에 대한 국방부의 메시지는 확고하다. 이는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전쟁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풀어내 준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력은 관객들의 마음을 데웠지만, 작품이 주는 마지막 메시지를 받고 객석을 뜨는 관객들에게 알 수 없는 허전함을 남긴다.

이소연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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