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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음악으로 기억되고 싶다”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노선락 작곡가아카펠라만으로 채워지는 무대, 사람이 만들어내는 소리의 감동

인간이 만들어 내는 몸짓과 소리만으로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뮤지컬이 있다. 바로 창작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가 그 주인공이다. 작품은 인간의 몸을 통해 그려낼 수 있는 다양한 소리, 몸짓, 형태로 무대, 음악, 이야기를 채운다.

작곡가 노선락은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의 음악을 작곡했다. 국내에서 시도된 적이 거의 없었던 형태의 뮤지컬이기에 그의 어려움은 더욱 컸다.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었다”고 말한 노선락은 고심 끝에 ‘배우의 연기와 소리,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진 음악’을 탄생시키는 데 성공했다. 때 묻지 않은 ‘소리’의 아름다운 울림을 들려주고 있는 작곡가 노선락과 함께 2013년 3월 31일까지 무대 오르는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창작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가 2005년 초연한 후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작곡가이자 작사가로서 느끼는 소감이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소감에 대해서 한 말씀 전한다면?

벌써 그렇게 오래됐나요? 작품을 만든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작곡가로서 작품이 생명력을 가지고 오랫동안 무대에 올라가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바뀌고 공연장이 바뀔 때마다 새롭게 느껴져요, 생명력을 가진 작품을 한다는 것이 무척 기쁩니다.

- 이 작품은 아카펠라로만 구성된 극입니다. 거기다 배우들이 신체를 사용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많은 신경을 썼을 것 같아요. 가장 주의했던 점이 있다면?

쉽지 않은 작업이긴 했습니다. ‘모든 소리는 배우의 입을 통해서만 나오는 것’이 콘셉트였기 때문에 음악과 연기가 완전히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안 됐어요. 그래서 초연부터 꽤나 오랫동안 직접 음악감독을 했었습니다. 움직임이 배우들에겐 음악이고, 음악은 곧 움직임이었어요. 그리고 그다음은 하모니였는데요. 자기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뤄야만 아카펠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여 듣자’고 강조했습니다.

- 창작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선택하지 않았고 간택된 것 같은데요(웃음). 예술감독인 민준호 씨와는 학교 때 수업을 같이 들었습니다. 그때 지나가는 말로 아카펠라로 된 공연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와서 아카펠라 뮤지컬을 하려고 하는데 작곡을 해줄 수 있겠냐고 하더군요. 제가 오랫동안 아카펠라 팀을 하면서 노래도 부르고 곡도 쓰고 있었거든요. 민준호 씨의 제안이 상당히 솔깃했습니다. 단순히 아카펠라 콘서트가 아닌 뮤지컬을 한다는 것이 저한테도 큰 도전이 될 것 같았거든요.

- 아카펠라 작곡은 일반 작곡과는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카펠라는 일반 합창곡과 많이 다릅니다. 한 성부 한 성부가 살아 움직여야 돼요. 한 파트가 일반적인 음역과 기교를 갖는 것이 아니라 노래하는 사람의 개인기를 담을 수 있어야 하거든요. 보통의 성악곡을 만들 듯이 접근하면 밋밋하고 개성 없는 노래가 만들어집니다. 맞춤형이라고 할까요. 기성복보다는 아닌 수제 양복이 몸에 잘 맞는 것처럼 작품과 배우에 맞게 쓰여야 합니다. 

- 본인이 작곡하신 음악이라 난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 작품의 음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면요.(웃음)

어려운 질문인데요.(웃음). 매력은 남이 알아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시기로는 ‘음악이 억지스럽지 않다’였습니다. 음악이 쉬운 것 들리지만 노래를 부르는 배우들에겐 꽤나 어렵습니다. ‘극과 함께 말처럼 자연스럽게 음악이 흘러간다’도 매력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쑥스럽네요.(웃음)

- 작곡과 작사를 함께한 걸로 알고 있어요.

누구나 그렇겠지만 전 작품에 있어 작사 부분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작곡하는 방법이 작곡가마다 달라요. 작곡을 먼저 하고 나중에 작사를 붙이는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먼저 노랫말에 영감을 받아 작곡을 시작합니다. 그 말에 가장 적절한 음이 무엇일까 고민하는 거죠. 말이 가지고 있는 뉘앙스나 분위기에 따라 음악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거든요. 작사할 때 보통은 시나 에세이에서 많은 영감을 얻습니다. 잘 안될 때는 그림을 보기도 하고요.

- 작곡과 작사를 한 사람이 했기 때문에 곡과 가사의 밀도나 친밀도가 더욱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네, 맞아요. 싱어송라이터의 장점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예전에 작품을 보러온 친척이 제 노래 중에 ‘눈물의 빈대떡’이라는 노래를 듣고는 ‘이건 우리 집 빈대떡 레시피다. 그래서 이건 노선락 밖에 쓸 수 없다’고 한 적이 있어 가족 모두 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작곡은 두말할 것 없이 작곡가의 생각이잖아요. 그런데 가사라는 1차적인 부분까지 작곡가가 쓴다면 정말 완전히 그 사람 생각의 결정체가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편파적인 노랫말과 엇비슷한 음악들을 양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작업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에서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곡이 있나요?

마지막 ‘연이와 야생소년 노래’요. 사실 지금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거울 공주 평강이야기’의 노래는 처음 무대에 올라갈 때 모든 노래가 다 있지는 않았습니다. 작품을 계속 올리면서 수정, 보완했거든요. 제일 마지막에 만든 노래가 ‘연이와 야생소년의 노래’예요. 제가 이 부분은 꼭 노래로 만들고 싶다고 우겨서 만들었어요. 쓰면서 ‘죽어가는 야생소년이 무슨 말을 할까?’ ‘이 비극적인 부분을 어떻게 노래로 만들 수 있을까?’ 등등 고민이 많았습니다. 가사를 쓰려고 대본을 봐도 야생소년이 할 수 있는 말이 거의 없었어요. ‘가’, ‘와’, ‘네’, ‘아니’, ‘평강’ 등 문장도 아닌 이러한 단어로만 말할 수 있는 야생소년에게 어떤 멜로디를 만들어야 할까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어려웠지만 이 노래와 함께 관객석에서 훌쩍이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노래로 만들길 잘했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오시는 많은 분들께 한 말씀 전하신다면?

어떤 TV프로그램에서 ‘착한 식당’을 소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인공조미료를 듬뿍 넣은 유명 맛집이 좋은 식당이 아니고, 원재료에 충실히 정성스럽게 조리하여 맛을 내는 집이 ‘착한 식당’으로 선정되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 집 대부분은 테이블도 몇 개 없는 작은 음식점이었습니다. 소박한 음식이지만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소울 푸드’처럼 단출한 음악이지만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이 있는 그런 음악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착한 음악’으로 말입니다. 너무 큰 욕심일까요?(웃음)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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