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의 손을 잡는 남자의 손길이 조심스럽다. 그런 남자를 바라보는 여인의 표정에는 설렘과 기대감이 떠오른다. 그런 둘 사이에는 새빨간 장미가 있고, 나머지는 어두운 배경일 뿐이다. 둘은 어떤 역경을 헤치고 이렇게 서로를 마주볼 수 있는 순간에 다다랐을까. 맨발로 남자의 앞에 선 여인의 마음과 그녀에게 쏟아지는 남자의 마음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위 사진은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프레스콜 현장에서 어느 날 갑자기 벽을 뚫는 능력이 생긴 주인공 듀티율과 그가 사랑하는 여인 이사벨이 위기를 극복하고 결국 마주보며 사랑을 확인하는 장면이다.

2006년 2월 국내 처음 소개돼 큰 화제를 몰고 왔던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몽마르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벽을 뚫는 남자의 유쾌 발랄한 사랑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은 프랑스의 국민작가이자 20세기 대표 단편소설가 중의 하나로 꼽히는 마르셀 에메의 동명의 소설(Le passé-muraille)을 원작으로 한다. ‘몽마르뜨 언덕의 사랑예찬’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이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한 재미와 발랄한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슴 찡한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아왔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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