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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로의 절실함을 보충해야 할 때” 연극 ‘믿음의 기원’ 박해성 연출각자의 믿음 속 부족함을 함께 채워가는 ‘믿음의 긍정’

삶은 시련의 연속이다. 고통의 순간들이 연속의 바퀴로 굴러 들어올 때마다 우리는 어찌해야 할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그러다 힘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떻게 내가 그때를 견뎌냈지?’ 신기하게 여겨질 때도 많다. 어쩌면 사람들이 이런 고뇌의 시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진통제 중 하나가 ‘믿음’일지도 모른다. 사람들 각자마다 자신의 믿음을 따라가며 세상을 받아들이고 모진 풍파를 견뎌나간다. 만약 ‘믿음’이 없다면 인생은 ‘괴로움’ 그 자체일 것이다. 이러한 사람의 믿음을 통찰한 연극 ‘믿음의 기원’ 박해성 연출가를 인터뷰했다.

- 연극 ‘믿음의 기원’의 제목은 어떤 의미인가. 

3년 동안 해온 작업들이 주로 사람의 내면, 사람과 세계와의 관계를 탐구하는 일이었다. 연구하면서 각자가 어떤 세계관과 믿음을 가졌느냐에 따라 현 세계의 모든 일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믿음에 따라 세상을 받아들인다. 전쟁, 죄의식, 일상생활 등에 거쳐서 모든 일의 키워드에는 믿음이 존재한다. 믿음에 대한 키워드를 잡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가진 믿음을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크고 작은 상황 속에서 사람들의 믿음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 현상을 관찰하고 싶었다. 즉, 연극 ‘믿음의 기원’은 제목 자체가 문제의식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가 믿고 있는 믿음이 어떤 삶과 세상 속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지 보여주는 공연이다.

- 공연은 가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많은 사건과 소재 중 가족 이야기가 우리의 피부에 가장 잘 와 닿을 거란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작품은 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서로가 가진 믿음이 다름을 보여준다. 남편, 부인 딸 3명이 등장하는데 17년째 실종된 딸을 둘러싸고 이야기가 펼쳐진다. 실종된 딸을 찾으려는 남편과 남편의 이런 행동에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부인은 서로 대립한다. 연극은 세 사람이 가진 믿음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극이 전개될수록 이들의 충돌도 점차 고조된다. 

- ‘믿음’의 어떤 점을 보여주고 싶었나.

‘믿음의 긍정’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어떤 믿음도 ‘완전한 믿음’은 없다. 믿음이라고 일컬어지는 것 중 실제로 우리가 믿을만한 것은 거의 없다. 세상에는 논리와 이성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로 깔려 있다. 결국, 각자가 믿는 믿음 속에는 모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 “내 믿음은 실제고, 네 믿음은 헛것이다”는 배타적인 통념이 없어지는 게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결국, 각자의 믿음에서 부족함을 함께 채워가는 게 과제다. 연극 ‘믿음의 기원’은 서로의 절실함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 연출하는 데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연극이 일어나는 발생과정 역시 믿음에 기반을 둔다. 예를 들어 무대 위에 어떤 한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관객은 그 사람을 ‘배우’라고 받아들인다. 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의 믿음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의 믿음이 연극을 만들어 나간다는 점에 착안해서 우리 작품은 다소 비연극적인 부분들을 구성했다. 특정 등장인물들을 하나의 캐릭터로 확정할 수 있는 부분들을 제거했다. 작품에는 논리적인 뼈대만 존재하고 관객들은 자신들이 따라가고 싶은 ‘배우의 믿음’을 따라 감상하게 된다.

-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는’ 무대 연출이 독특한 것 같다.

무대 역시 관객이 보고 싶은 대로 볼 수 있도록 했다. 먼저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게끔 만들었다. 배우는 객석 중간마다 자리 잡고 있다. 어떤 사람은 배우가 자신의 등 뒤에서 얘기하는 걸 듣게 된다. 관객은 눈에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듣는 것 소리까지도 신경 쓰게 된다. 관객은 등장인물의 존재를 등 뒤에서 느낀다. 시각과는 다른 차원의 에너지로 관객이 배우를 느낄 수 있다.

-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세 사람이 함께 만나며 충돌이 벌어지는 장면을 좋아한다. 우리의 삶에서도 충돌이 일어난다. 충돌이 일어나는 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전쟁이 일어날 수도, 희생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쩌면 그 속에서 논리적 추론을 뛰어넘는 비현실적인 순간이 발생할지도 모른다. 이 장면에서 이런 중요한 한순간을 구현하는 장면이기에 애착이 간다. 

-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연극 ‘믿음의 기원’은 관객이 직접 주체가 돼서 무대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관객은 ‘무대’라는 잘 만들어놓은 전시를 감상하는 차원에서 끝내지 않는다. ‘공연의 형식’이나 ‘스타일’ 등 연극의 본질적인 완성은 관객이 무대를 어떻게 믿느냐에 최종적으로 달려 있다. 연극 ‘믿음의 기원’은 관객이 완성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관객도 연극의 일부이자 자기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배세민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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