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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희망이 되고 싶다”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자 박시종백석 시인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새롭게 풀이한 무용 작품 선보여

‘서울무용제 대상 수상’은 국내 모든 ‘무용가들의 꿈’이라 불린다. 전국의 실력파 무용가들 틈에서 자신의 역량과 존재감을 알릴 수 있음은 물론, 향후 무용계 활동에 중요한 필모그라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수상도 어렵다. 서류 심사부터 무대에 오르기까지 까다로운 심사 절차를 통과하는 것만 해도 큰 관문이다. ‘서울무용제’의 총감독으로 활동 중인 정혜진은 “이 무용제의 대상은 안무와 구성뿐 아니라 무대 전체를 보고 관객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과 센스를 가진 이들에게만 주어진다”고 말했다.

유달리 치열했던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은 박시종무용단의 ‘나와 나타샤와 시인’을 안무한 박시종에게 돌아갔다. 수상 내내 울먹임을 멈추지 못한 그녀는 인터뷰를 위해 자리를 잡고도 여전히 감정이 다 추슬러지지 않은 듯 젖은 눈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표정은 더없이 들뜨고 행복한 얼굴이었다.

“‘서울무용제’는 무용가의 자존심”

‘서울무용제’는 경연 형식으로 벌어지는 국내 유일의 무용 페스티벌이다. 경연 형식을 통해 더욱더 높은 질의 작품 개발을 선보여 국내 창작 무용의 활성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올해 ‘서울무용제’는 국내 최정상급의 무용수와 안무가들이 함께해 유난히 뜨거운 경쟁이 펼쳐졌다.

무대 위에서 못다 한 수상 소감에 대해 묻자 박시종은 “‘서울무용제’는 무용가로서의 자존심”이라고 운을 뗐다. “우리나라 최고의 무용제에서 수상한다는 것은 정말 영예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하고 경연을 했지만 설렘과 떨림이 가슴 속에 가장 많이 자리했던 무대였다. 오늘 이 상은 나와 지역에 있는 무용가들에게 용기와 격려가 될 것 같다. 무엇보다 내가 어릴 적부터 가르쳤던 학생들과 15년 만에 의기투합해서 만든 작품이라 정말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앞으로 성실한 무용가로, 건강한 무용가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10년간 몸담았던 프로 단체를 퇴사하고 이뤄낸 성과에 감회가 새로운 듯 박시종의 입에서는 연신 허심탄회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녀는 “직업 단체에 10여 년간 근무했었다. 15년 전 조안무로 ‘서울무용제’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간절히 원하면 이뤄진다는 말을 반신반의하며 믿어왔는데…. 이렇게 큰 결실을 얻게 될지는 몰랐다. 청주에 있는 시립무용단을 퇴사하며 ‘서울무용제’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서울무용제’를 향한 그녀의 간절한 바람은 ‘제33회 서울무용제’ 대상이라는 타이틀을 얻어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서울무용제의 서류심사를 통과해 무대에 올라 대상을 수상하기까지 어려움도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박시종 역시 경연대상부문에 참여한 작품들을 모두 보았기 때문에 대상 수상은 더욱 기적처럼 느껴졌다. 

“참여한 다른 팀들의 작품을 모두 봤다. 수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팀들이 정말 잘해서 감히 예상하지는 못했다. 다들 정말 열심히 했고, 그게 마음에 느껴질 정도였다. 오늘 마지막 순간까지 먼저 부르는 순서에 우리 단체가 있기를 얼마나 간절히 원했는지 모른다.(웃음) 하지만 단원들의 저력에 대한 믿음은 있었다. 박시종무용단의 무용수들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나와 함께 작업해온 사람들이다. 해마다 여러 가지 공연으로 함께 활동을 해왔고, 무용가로서 사회적 역할까지 고민하면서 여기까지 온 친구들이다”

문학적 시어를 움직임으로 옮겨
‘나와 나타샤와 시인’…“한국무용가로 되돌아오는 계기 된 작품”

‘박시종무용단’이 선보인 ‘나와 나타샤와 시인’은 백석 시인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모티브로 한다. 아름다운 시어들을 움직임으로 불러일으키는 안무는 음악과 조명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과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박시종은 이번 작품을 풀어내며 “진부하지 않으면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움직임 개발”에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 참신하면서도 아름다운 동작은 박시종과 단원들의 끊임없는 논의를 통해 탄생했다. 참여한 이들의 정성이 그야말로 ‘한땀한땀’ 들어간 작품이다.

그녀는 이번 작품에 대해 “‘나와 나타샤와 시인’은 근현대시에서 가장 손꼽히는 시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시는 대본가를 통해 먼저 만났다. 시와 나의 정서가 아주 잘 맞았다. 개인적으로 작품이 풍경화로 관객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까지도 문학적인 작품을 많이 해왔다. 이번 축제에서는 ‘흰 당나귀’를 통해서 이 작품을 풀어낸 것이다. ‘나귀’의 눈으로 백여 년 전의 이야기를 꺼내 본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게 될 것인지에 대해 묻자 그녀는 잠시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는 듯하더니 말을 꺼냈다. “그동안 안무가, 작가로서 수많을 활동을 했다. 이 작품은 무용가 박시종에게 어떤 정점을 찍어줄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프로 단체에 있으면서 장르 간의 모호한 경계를 많이 넘나들었다. 이 작품은 나를 다시 한국무용가로서 돌아오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스스로에게도 정말 공부가 되는 공연이었다”고 답했다.

박시종은 큰 경연을 마무리하고 다시 12월 5일 펼쳐질 도네이션 공연을 위해 다시 또 다른 연습에 착수한 상태다. 그녀는 “큰 경연을 끝내서 쉬고 싶은 마음보다 기대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것에 힘입어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우선 12월 5일 공연을 잘 마무리해야 올해를 잘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나를 통해 한국 무용가들이 용기를 얻을 수 있는 희망이 되고 싶다”고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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