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를 직접 만나는 특별한 만찬 자리에 함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윤당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예수와 직접 대면해 저녁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는 참신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원작인 데이비드 그레고리의 소설은 출간 당시 ‘뉴욕타임즈’와 ‘아마존’의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30만 부 이상을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가깝고도 먼, 예수 그리스도와 기독교에 대한 이야기

Up↑ 종교와 믿음, 사랑을 회복하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기독교에 대한 반감과 궁금증을 거침없이 무대 위에 펼쳐놓는다. 기독교와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반감과 의심을 품고 있던 남궁선은 예수의 말에 끊임없이 반박한다. 이에 대한 핸섬한 예수 그리스도의 논리적인 답변은 귀와 눈을 사로잡는 는 예수 특유의 카리스마가 더해져 종교와 믿음에 대한 강한 회복력을 가진다.

작품은 굳이 텍스트 내에 기독교와 비기독교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나 가질 법한 기독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비기독교인 관객이 기독교에 대해 갖고 있던 선입견을 일부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작품은 종교적 입장을 떠나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관계회복에 대한 갈망을 채워준다.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임을 확인하고 싶은 현대인에게는 가족 간의 단단한 믿음과 사랑을 상기하는 대목이 따뜻한 위로가 된다.

Down↓ 비기독교인에게 여전히 남아 있는 물음표

하지만 여전히 비기독교인에게는 물음표가 남는다. 논리적으로 나아가는 듯하던 예수의 답변이 믿음 없이는 안 되는 ‘오, 하나님!’의 결론으로 나아가는 점은 비기독교인 관객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남궁선의 질문에 논리적으로 관객을 설득해 가던 예수의 답변도 어느새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으로 통일된다. 머리로 이해하다 가슴으로 느끼려니 역시 ‘종교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껄끄러운 감상이 남기도 한다.

- 재치 있는 무대 연출 속 향긋한 서양정서의 맛

Up↑ 대화에 따라 움직이는 두 남자의 테이블

저녁식사를 나누며 대화를 이어가는 두 남자의 테이블이 대화의 흐름이 따라 변형되는 연출이 돋보인다.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화제 전환과 분위기 전환의 효과를 가져온 재치 있는 무대 연출이라는 평가다. 두 남자가 앉은 테이블은 처음의 마주보는 상태였다가 메뉴가 바뀔 때마다 짧은 암전 속에서 새롭게 변형된 형태로 세팅된다. 테이블이 벌어지고 어긋나고 다시 합쳐지는 동안 남궁선의 불만과 지적은 예수의 수용과 설명으로 점차 해소되며 합일점으로 나아간다. 움직이는 테이블의 형태가 지적에서 수용과 반박으로 나아가는 대화를 더욱 역동적이고 흥미롭게 만든다.

Down↓ 초대장과 저녁 만찬, 괴리감 있는 서양정서의 맛

연출 면에서 아쉬운 점을 찾자면, 해외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재현한 데서 오는 서양정서의 맛이다. 어느 날 가정으로 날아 온 만찬 초대장이나, 와인을 나누며 시작하는 두 남자의 식사에서 서양정서의 맛이 물씬 느껴진다. 주인공이 기독교에 불신을 얻게 되는 과정이나 일반적인 가정사의 에피소드들도 어딘가 미국에서 성장한 미국인 같은 느낌을 준다. 아내와 춤을 추는 장면도 어딘가 미국인 부부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기독교에 대해 오해나 편견을 가진 관객이라면, 기독교가 서양의 종교이자 서양의 믿음이라는 오해를 굳혀 더욱 예수와 멀어지게 할지도 모른다.

- 캐릭터 대결, 보통 남자 vs 절대신 창조주

Up↑ 보통 남자의 의문에 공감, 창조주의 카리스마에 끌려

주인공 남궁선은 적당히 가정에 불성실하고, 일상에 적당히 불만을 가진 평범한 까칠남이다. 기독교에 반감을 품게 된 까칠남이 핸섬한 젊은 예수를 앞에 두고 당당히 의문을 제기하는 모습은 객석에 공감과 함께 대리만족을 안겨준다. 신을 만난다는 것도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조목조목 ‘어디 한 번 신이 맞나 내가 맞나 보자’는 식의 딴지걸기 태도가 지켜보는 이를 흥미롭게 한다.

예수의 캐릭터도 매력적이다. 나비넥타이에 백팩을 매고 나타난 젊고 핸섬한 예수 그리스도는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단호하게 남궁선의 의문에 당황하지 않고 논리적인 답을 내놓는다. 마치 이 시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듯한 예수의 캐릭터는 공감보다는 동경을 품게 하며 관객을 사로잡는다.

Down↓ 까칠했던 보통 남자가 회개하는 급감동 결말

보통의 평범한 남자가 신에 대항해 신의 굴복을 받아내는 식의 획기적인 반전 결말은 이 작품에 없다. 결국 까칠했던 보통남자도 예수의 말에 흔들리고, 지난 과오를 돌이켜 반성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 종교를 초월해 진정한 믿음이라는 것은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 감동적이긴 하지만 어찌 보면 좀 뻔한 급감동 마무리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기독교적이지만 한편으로 상당히 비기독교적인 양면적인 작품이다. 끝까지 신과 대결하는 구도나 획기적인 반전을 예상했다면 실망하겠지만 편안하고 솔직하게 위로와 감동을 받고 싶은 관객이라면 결말을 통해 충분한 만족을 얻을 수 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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