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창작소 ‘불과 얼음’이 국내에서 유일한 뮤지컬 워크숍을 위한 전용극장을 개관한다. 그동안 뮤지컬 워크숍은 꾸준히 있어 왔지만 워크숍을 목적으로 하는 전용극장은 최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불과 얼음’은 개관을 기념해 11월 26일부터 12월 23일까지 제3회 단막뮤지컬 페스티벌을 개최할 예정이다. 작품은 뮤지컬 창작소 ‘불과 얼음’ 단원들의 작품들은 물론, 창작소 내에서 운영하는 창작아카데미의 수강생들의 작품들 중에서 선발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창작소 ‘불과 얼음’에는 9년째 한국 창작뮤지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창작인 양성 교육을 핵심으로 매진해 온 고성일 대표가 있다. 국내 뮤지컬 창작 인력을 육성해야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는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던 ‘불모지’에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뮤지컬 창작 교육과 독회, 워크숍 공연에 이어 뮤지컬 워크숍 전용극장을 개관하기에 이르렀다. 그가 걸어온 길이자, 그가 현재 느끼는 국내 뮤지컬 창작인력 양성의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뮤지컬 워크숍 전용극장 개관을 앞두고 있는 고성일 대표에게 개관 소감과 국내 창작 현실에서 창작 인력 양성에 꼭 필요한 것, 개선점은 무엇일지 물어봤다.

뮤지컬 워크숍 극장 불과 얼음의 개관을 축하드립니다. 개관 소감이 어떠신가요?

기쁘면서도 앞으로 극장을 어떻게 잘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도 동시에 느낍니다. 극장 개관을 위해 그동안 지나온 길에 대해 얘기하려 해도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어서 어디에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라 말이 나오지 않네요. 한편으로는 그렇게 애쓴 결과가 이렇게 초라하고 완벽하지도 못하다는 생각에 부끄러움도 느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9년여 동안 국내 창작인력 양성에 힘을 쏟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창작인력 양성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

1999년, 뉴욕대 뮤지컬 창작과에서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처음에는 저 개인적인 꿈, 즉 뮤지컬 작가가 되기 위한 공부가 목적이었지만, 결국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양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뮤지컬 창작 교육과 독회, 워크숍 공연이 이어 워크숍 전용극장까지 욕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국내 창작인력 양성의 환경과 해외 환경의 수준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요? 미국 뉴욕의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불과 얼음’에서 어떤 부분을 도입해서 어떻게 커리큘럼이 이뤄지는지 궁금합니다.

뮤지컬 창작인 양성을 처음 시작할 때는 그야말로 ‘불모지’,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차이랄 것도 없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불과 얼음’ 뿐 아니라 다른 곳들에서도 뮤지컬 창작인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계속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해봅니다. 뉴욕대 뮤지컬 창작과의 가장 중요한 수업인 뮤지컬 작곡과 작사의 기초 과정과 파트너와 주어진 과제를 발표하고 함께 평을 나누는 랩이 중심이 됩니다. 뮤지컬 역사와 공연예술이론도 저희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독회 발표회와 전문가 특강도 있고요. 11개월 동안 초급반, 중급반, 고급반으로 과정이 올라갑니다. 뉴욕대에서도 저희를 주목하고 있어서, 저와의 인터뷰 기사를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단막뮤지컬 페스티벌’이 창작인력 양성 과정 전체에서 어떤 역할에 기여하게 될지 궁금합니다. 이 페스티벌을 개최하시는 의의에 대해서 말씀해 주신다면?

뮤지컬 창작을 배운 창작인들이 제작자를 만나 현장에서 자신의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제작자 입장에서는 경험이 없는 신인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적어도 창작인이 작은 극장에서라도 자신의 작품을 올리면서 현장에서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단막 뮤지컬 페스티벌은 신인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제3회 단막 뮤지컬 페스티벌은 신인 뿐 아니라 이미 활동하고 있는 불과 얼음 단원들의 작품도 포함돼 있습니다. 제 작품도 있고요. 뮤지컬 워크숍 극장의 개관 기념 공연이기 때문에 조금 욕심을 내보았습니다.

현재 공연계에는 전문 육성 프로그램을 이수한 창작자보다는 극단 출신이나 연극 관련 종사자가 유입돼 창작자로 참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창작인력 전문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예술 창작이라 것이 반드시 어떤 특정한 교육 과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뮤지컬 창작을 위해서 이해하고 있어야만 하는 기본적이고 전문적인 요소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하겠다는 욕심이 있다면 뮤지컬 창작을 위한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이수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뮤지컬 창작인력 육성에 있어서 뮤지컬 전문 작사가와 작곡가의 중요성, 단막뮤지컬을 통한 워크숍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그 이유는?

한국의 많은 창작뮤지컬들이 창작의 과정 직후 바로 현장에서 공연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급조되지 않을 만한 창작 기간과 창작 이후 작품의 가능성을 살펴볼 만한 독회와 워크숍 공연이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좋은 작품이 탄생되기 위해서는 그러한 인큐베이팅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뮤지컬 전문 작사가와 작곡가가 양성될 수 있고요. 워크숍 과정이 거의 없는 것이 한국 공연계의 현실에 맞춘 것일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핑계대기 보다는 현실을 고쳐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창작뮤지컬의 활성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내 창작뮤지컬의 세계적인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발전가능성과 개선점에 대해 말씀해주신다면?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더 발전할 것이라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죠. 하지만 반드시 개선해야만 그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것들을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각각의 시각으로 그 점들을 꼬집을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창작인인 저로서는 여전히 뮤지컬 대본과 가사 그리고 음악을 쓰는 창작인의 양성 과정이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새로운 작품을 풍부하게 써내야 연출가, 배우, 디자이너 등 다른 협력 예술가들도 함께 양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뮤지컬 창작에 관심이 있는 미래의 젊은 창작자를 위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공부하십시오. 그리고 예술을 통해 얻어질 부와 명예를 추구하기 보다는 예술가로서 걷는 그 길 자체의 의미를 발견하십시오. 또한 뮤지컬 창작을 넘어 ‘그보다 훨씬 넓고 큰 무엇’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시기를 바랍니다. 뮤지컬이라는 것은 그것을 위해 선택한 하나의 작은 오솔길에 불과하니까요. 저 역시 그 길을 여러분과 함께 걷겠습니다.

뮤지컬 워크숍 전용극장 ‘불과 얼음’ 개관 기념 제3회 단막뮤지컬 페스티벌은 11월 26일부터 12월 23일까지 개최된다. 약 90분가량의 러닝타임동안 관객들은 기존의 장편 뮤지컬이 아닌 소극 형식의 짧은 단막 뮤지컬 6편을 따뜻한 라이브 연주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공연되는 작품들은 일반적인 장시간 공연의 하이라이트가 아닌, 완결된 기승전결 구조를 갖춘 작품들이다. ‘할시온의 노래’, ‘함께 여행을 떠난 당나귀와 개’ 등 이솝우화를 소재로 한 우화적인 작품들과 ‘좋은 개를 고르는 방법’과 같이 노인문제를 다룬 공연 등이 다양하게 무대에 오른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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