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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복합적 언어, 시대상 담아낼 것”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성기웅 연출가11월 27일부터 12월 30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이 연출가 성기웅과 함께 2년 만에 두산아트센터 space111의 무대에 오른다. 작품은 구보 박태원이 자신의 하루를 담은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원작으로 한다. 2010년 초연 당시 1930년대를 영상기법으로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며 제47회 동아연극상 무대미술기술상을 수상했다. 연극은 올해 한층 더 매끄러워진 이야기로 관객들을 찾을 예정이다.

연출가 성기웅은 그동안 연극 ‘깃븐우리젊은날’, ‘소설가 구보씨와 경성사람들’ 등의 작품을 통해 1930년대를 무대로 옮겨오는 작업을 해왔다. 이번 공연에서는 원작 소설의 재구성과 연출을 맡아 당시의 복합적인 언어와 시대상이 더욱 섬세하게 드러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2010년에 이어 다시 오르는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 대해 연출가 성기웅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 이번 공연은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두 번째 무대다. 2010년에 이어 2년 만에 오르는데 소감은 어떤가.

다시 공연하게 돼서 좋다.(웃음) 지금 초연을 본다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당시로써는 연극적인 실험과 시도를 많이 담고 있는 작품이었다. 연극 속에서 소설 문장을 그대로 말하면서 연기한다는 것도 거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영상 효과도 당시에는 굉장히 새로운 시도였다. 그런 점들이 좋게 평가받았던 것 같다. 당시에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었는데 그래서 더 그 결과가 좋았던 것 아닐까 한다. 이번 재공연은 많이 업그레이드하려고 한다.

- 이미 한 차례 공연을 치렀던 작품이다. 지난 공연과 비교해서 달라지는 점이 있나?

전반적으로 조금 더 업그레이드하고 보완하려고 한다. 배우도 한 명 늘었다. 이를 통해 조금 더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게 됐고, 무대 운영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대본상으로도 조금 더 매끄러워졌다. 초연 당시에는 중편 소설을 두 시간 반짜리 연극에 담다 보니 이야기 진행에서 거칠었던 부분이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는 소설의 세계를 효과적으로 무대에 옮기기 위해 다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또한, 당시 구보 박태원의 세계와 1934년의 사회적인 배경도 강조하려고 한다.

-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소설로 워낙 잘 알려진 작품이다. 성기웅 연출가가 느낀 소설의 매력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1934년은 정치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굉장히 민감했던 시기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오히려 작가가 자신의 ‘사소하고 개인적인 생각’들을 솔직하게 담고 있다. 그게 매력인 것 같다. 우리가 읽었을 때 그 시대를 살았던 한 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오히려 더 공감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 연극을 본 오늘날의 젊은이들도 1930년대 젊은이들의 내면 풍경을 봄으로써 자기 내면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 연극으로 풀어냈을 때의 매력이나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는 소설 문장을 그대로 가져와서 연기하는 장면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하면 문장을 대사로 각색해서 연기한다. 이 작품은 소설 문장을 그대로 무대로 옮기는 부분이 많다. 소설은 한 사람의 눈에 비친 당시의 경성과 생각을 담고 있다. 이런 점을 여러 배우가 나눠서 연기하는 게 연극적으로 독특한 실험이었던 것 같다.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소설의 문장을 풍부한 상황으로 보여주게 된다. 소설의 문장을 무대에 옮긴다는 게 딱딱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보면 유머러스하고, 독특하고 참신할 거라고 생각한다.

-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현실 속 인물 ‘박태원’과, 박태원의 분신인 ‘구보’가 등장한다. 이렇게 캐릭터를 나눴던 이유가 있나.

원작 소설의 구조 자체가 그렇다고 생각했다. 박태원이 ‘구보’라는 분신을 통해서 1인칭이 아닌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를 쓴 것 같더라. 자기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 남의 얘기인 듯 말한다. 소설에서 드러나는 그런 점들에 착안했다. 실제로도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소설 안에는 박태원 자신도 들어가 있고, 자기를 포장하고 윤색한 캐릭터도 들어가 있다. 그래서 두 명의 소설가를 내세움으로써 나타날 수 있는 연극적인 효과를 노렸다.

- 성기웅 연출가는 1930년대를 다룬 작품들을 그동안 꽤 해왔다. 사실 우리는 당시를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이지 않나. 그 시대를 구현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당연히 어렵다. 구보 박태원의 소설 매력 중 하나가 서울 토박이가 등장한다는 점이다. 그의 소설에는 당시 서울 사람들이 쓰던 말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반영돼 있다. ‘서울 방언’이랄까. 지금 우리가 쓰는 표준어의 근원이 된 말이기도 하다. 이전에 했었던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구보씨와 경성 사람들’을 통해 1920년~1930년대 서울 방언에 대한 공부를 했었다. 늘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를 바탕으로 지금과는 다른 당시의 서울 방언을 잘 살리려고 했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서울 방언뿐 아니라 당시 언어 풍습도 볼 수 있다. 1930년대는 여러 문물이 들어오면서 다양한 언어가 함께 쓰이던 시대였는데, 그게 흥미로웠다. 지식인들은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서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구보 박태원은 한시에 조예가 있어 작품에 한시도 등장한다. 따져보면 서울 방언, 영어, 일어, 한자까지 네 가지 언어가 등장하는 셈이다. 혼란스러운 시대만큼 복잡했던 언어의 양상을 드러내려고 했다. 이런 양식은 그동안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여러 작품을 하면서 사용해 왔던 양식이기도 하다.

- 무대에 영상이나 일러스트를 사용한 이유가 있나.

연극에 영상을 사용하려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연극 쪽에는 배우 신체를 중심으로 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연극의 이야기에 잘 맞고, 이야기를 도울 수 있다면 영상 효과를 쓰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왔었다. 그래서 배우의 몸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시대상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면 좋지 않을까 했다.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초연 때까지만 하더라도 영상을 사용하는 작품이 거의 없었다. 우리 작품의 영향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초연과 재공연 사이에는 영상을 사용하는 작품이 많아졌다. 그전에는 영상을 틀어놓고 배우가 맞춰서 연기하는 방식이었다면, 연극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은 배우의 연기를 오퍼레이터가 따라가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영상에 배우가 맞추다 보면 배우의 연기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번 공연은 실력이 뛰어난 미술감독, 영상디자이너, 기술감독이 참여해서 영상이 배우를 도와줄 수 있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것이 우리 작품의 영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상이 많으면서도 배우의 연기가 묻히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는 것 같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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