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삼천’은 올해 10월 초연 무대에 오른 따끈따끈한 한국 창작뮤지컬 신작이다.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밀당의 탄생’ 등을 선보였던 서윤미 연출가의 최신작이다. 작품은 백제의 마지막 ‘의자왕’ 시대를 배경으로 삼천궁녀가 삼천 명의 궁녀가 아닌 ‘삼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 한 명의 궁녀였다는 상상 아래 작품을 풀어간다. 역사에 기록된 사건을 색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흥미로운 소재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아래는 뮤지컬 ‘삼천’을 관람한 기자 2인이 관객의 입장에서 느끼고 토론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Up↑ &Down↓’은 관객의 입장에서 작품의 장, 단점을 스스럼없이 토해냄으로써 작품의 발전을 도모하고 한국 뮤지컬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 원 세트, 심플! 심플?

Up↑ 간단한 장치만으로 다양한 장면 연출 가능한 무대

뮤지컬 ‘삼천’의 무대는 가장자리를 따라 가느다란 실 장막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있다. 객석 쪽에서 봤을 때 장막과 왼쪽에 위치한 계단 하나, 무대 뒤편에 위쪽으로 솟아오르는 통로가 무대 장치의 전부다. 작품은 사극에서 흔히 사용되는 디테일한 소품 대신 간단하고도 명료한 디자인으로 무대를 꾸민다. 변화되는 무대 장치 없이 오로지 조명과 배우들의 연기만이 상황을 그려낸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무대는 ‘팩션’을 ‘판타지’의 틀로 전환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비어있는 무대 위 뿌려지는 조명들은 ‘무녀’, ‘과거’, ‘욕망’, ‘외로움’들이 주는 이미지를 그림 그리듯 그려내는 데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다. 여기에 보일 듯 말 듯 드러나는 실 장막 속의 실루엣도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작품의 신비로움을 더하는데 한몫했다.

Down↓ 가끔은 변화도 필요하다

작품의 무대는 조명과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그 색을 달리한다. 하지만 뮤지컬 ‘삼천’이 이끄는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간혹 무대가 단조로워 보일 때가 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이미지가 유지되면서 비슷한 무대 연출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무대변화나 소품의 재배치를 통해 느끼는 극적인 잔재미가 적어 아쉬웠다.

- 역사 비틀기의 ‘재미’ 혹은 ‘익숙함’

Up↑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본 ‘의자왕과 삼천궁녀’

‘역사 비틀기’는 사극 드라마, 영화 등을 보는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광해 : 왕이 된 남자’ 역시 관객이 역사 속 인물에게 품고 있는 호기심과 심리를 가장 잘 들여다본 ‘역사 비틀기’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삼천’은 백제의 멸망의 한 가운데 있었던 ‘의자왕’과 그 멸망을 더욱 극적으로 만드는 ‘삼천궁녀’의 이야기를 소재로 극을 풀어나간다. ‘삼천궁녀’가 ‘삼천’이라는 이름을 가진 단 한 명의 궁녀였다는 가설은 ‘삼천 명의 궁녀’로 당연시 여겨졌던 역사적 편견을 무참히 깨뜨린다. 여기에 ‘의자왕’은 나라를 잃은 무능력하고 쇠약한 왕이 아닌, 신라를 적극적으로 수복하려는 호전적인 젊은 왕으로 등장한다. 도처에 도사리는 위험과 외로움에 맞서 싸워온 고독한 왕의 절규도 ‘역사 비틀기’의 재미를 선사한다.

Down↓ 들여다보면 거기 있는 클리셰

뮤지컬 ‘삼천’은 공개 전부터 독특한 소재로 많은 이들의 흥미를 자극했던 작품이다. 그만큼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작품을 들여다보면 시놉시스가 주는 흥미로움과 달리 그 안은 익숙한 코드들로 채워져 있다. 예를 들어, 진장군과 연화와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나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패자로 기록된 왕들의 재조명 등의 코드는 기존의 콘텐츠들을 통해 수없이 반복되어 온 것이다. 이는 기존 노래에서 사용해온 익숙한 기타 코드 반주를 듣는 것처럼 편안했지만, 큰 매력을 주지는 못했다. 

- 한국적 감성이 묻어나는 바람 같은 음악

Up↑ 이야기를 노래하다…4인조 국악 밴드 매력적인 라이브 연주

작품의 음악은 한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다. 동양풍의 정적인 선율은 바람처럼 스치듯 인연을 만들고 풀며 인물들의 관계를 표현했다. 서윤미 연출가가 그동안 자신의 작품에서 직접 작곡해 선보였던 ‘대사를 읊는 듯한 뮤지컬넘버’는 작품의 이해도와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도움을 줬다. 의자왕의 솔로곡은 ‘왕이 가진 슬픔과 고뇌’를 극대화했고, 진장군과 연화의 듀엣곡의 두 사람의 아릿한 가슴앓이를 더욱 애틋하게 만들었다. 특히, 무대 위에서 라이브로 연주되는 4인조 국악 밴드의 음악은 뮤지컬 ‘삼천’의 신비롭고 판타지적인 분위기를 견고하게 했다.

Down↓ 무거운 분위기의 연속, 자칫 집중력 떨어뜨릴 수 있어

뮤지컬 ‘삼천’의 음악은 전체적으로 진지하고 무겁다. 다섯 명의 인물 간에 오가는 감정이 무거워 작품의 음악도 자연스럽게 낮은 보폭으로 흘렀다. 계속 이어지는 무거운 음악은 관객들의 감정을 환기시키고 집중력을 높여줄 수 있는 쉼표를 마련해 놓지 않아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했다. 음악을 비롯해 작품 전반적으로 위기와 절정이 확실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집중력을 한 번 잃으면 다시 극의 흐름을 찾기가 어렵게 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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