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벽을 뚫고 불쑥, 중절모를 쓴 신사가 걸어 나온다. 갑자기 벽을 뚫고 나타난 이 남자는 무섭다기보다는 로맨틱하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이라도 하려는 듯 정장에 빨간 나비넥타이, 한 손에는 빨간 장미꽃 한 송이가 들려 있다. 그의 입가에는 설레는 미소가 걸려 있고, 벽을 뚫고서 달려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포스터의 뒤편으로 눈을 돌리면 남자의 뒤로 흐릿하게 스케치 된 에펠탑과 작은 집들이 보이고, 극의 배경이 프랑스의 몽마르뜨 언덕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프랑스의 한 마을에서 불쑥 벽을 뚫고 나오는 신사를 보고 있자니 어딘가 달달하면서도 유쾌해진다. 한바탕 비밀스럽고 소란스러운 해프닝이 벌어질 것 같은, 하지만 이 남자의 미소와 로맨틱한 제스처를 닮은 따뜻한 감동스토리도 기대된다.

공연명은 빨간 글씨의 불어제목과 함께 ‘벽을 뚫는 남자’라고 적혀 있다. 듣기만 해도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연의 제목이 동화처럼 사랑스러운 일러스트 위에서 위트를 발한다. 과연 이 벽을 뚫고 가는 남자의 꽃을 받을 상대는 누구일까. 이 어딘가 독특하고 과감한 남자의 사랑은 순탄히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5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는 2006년 초연과 2007년 재연을 거쳐 5년 만에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의 국민작가라고 할 수 있는 마르셀 에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디디에르반 코웰레르가 각색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1996년 초연한 이 공연은 1997년 몰리에르상 최우수 뮤지컬상과 최우수연출상을 수상하며 크게 주목받았다.

작품은 주인공 듀티율이 어느 날 갑자기 벽을 통과해 드나들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을 얻게 되면서 평범했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뒤바뀌고 프랑스 전체를 들썩이는 사건의 주인공이 된다는 내용을 담는다. 1940년대 프랑스 몽마르뜨를 배경으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발랄하면서도 기발한 상상이 유쾌한 에피소드로 펼쳐진다.

‘벽을 뚫는 남자’는 대사 없이 극의 모든 내용을 노래로 풀어가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다. 단 4인의 라이브 밴드가 건반, 플루트, 알토 플루트, 피콜로,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색소폰, 실로폰, 비브라폰, 글로켄슈필, 차임, 비브라슬랩, 우드블럭, 카우벨 등 총 20여 가지의 악기를 연주한다.

이번 공연에는 임창정, 이종혁, 고창석, 임형준 등 영화와 드라마, 무대를 넘나드는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오소연, 구원영, 김대종, 강연종 등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들도 출연을 결정해 5년만에 오르는 이번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이번 시즌의 연출은 초연과 재연 당시 부장, 검사 역을 맡았던 임철형이 맡았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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