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는 ‘공연의 메카’이자 ‘공연예술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지역에서 공연장들이 지어지기 시작하고, 공연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학로는 점차 기존의 모습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전의 대학로가 순수예술로서 ‘공연의 메카’였다면 지금은 상업적인 흐름 속에 탄생한 작품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이처럼 달라진 대학로의 공연 동향에 대해 위성신 연출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 최근 대학로의 공연 동향은 어떤가.
여전히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스타들이 출연하는 작품들이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최근 대학로의 모습을 봤을 때, 작품성을 갖춘 작품보다 가벼운 연극과 스타급 배우들을 섭외한 공연들이 꾸준한 강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 이런 공연 동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개인적으로 ‘얇다’고 생각한다. 대중의 기호를 따르는 추세가 강해지면서 작품성 자체가 얇아졌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현재의 대학로는 상업성이 너무 짙어졌다. 상업적인 프로덕션과 작품이 거의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 대학로가 상업적으로 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가장 큰 이유는 주변에 극장이 많이 생겼기 때문이다. 필요 이상의 극장이 생기면서 ‘생존의 경쟁’이 아주 심해진 거다. 극장도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나. 그렇다 보니 예술성이나 작품성을 따지기 전에 상업 쪽으로 손을 뻗게 되는 것이다. 예술성으로 작품에 접근하다 호되게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이 봤다.
- 겉으로 보기에는 대학로 공연이 굉장히 다채로워 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예전에 올랐던 작품들이 조금 더 세련되게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많이 본 것 같다.
신작을 많이 공연하기보다 예전에 공연됐었던 작품을 앵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앞서 말했듯이 극장들이 ‘생존의 경쟁’을 하다 보니 위험부담을 줄이려고 한다. 그러면서 인지도가 있는 예전의 작품을 새롭게 정리해서 올리는 경우가 잦아진 것 같다.
- 최근에는 오프 브로드웨이를 연상하게 하는 ‘Off 대학로’라는 말도 생겼다. 이런 흐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대학로는 극장 확대로 인해 포화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찾을 수 있는 활로는 ‘대학로의 차별화’나 ‘대학로 주변부 세력화’다. 대학로에서 동인 시스템으로 뭉치듯이 대학로 주변부가 세력과 크기를 관객이 인식하기 편리한 방법으로 모이는 거다. ‘탈 대학로’를 하는 사람들은 ‘대학로와 차별을 두기 위해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작품을 하기 위해서’, ‘저렴한 제작비를 위해서’, ‘대학로의 상업성에 반대해서’, ‘실험성이 강한 문제작들을 보여주기 위해서’ 등의 경향성이 강할 것이다. 이런 흐름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그 안에서도 상업적인 공연을 하는 집단도 있을 거다. 그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 이런 움직임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대학로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극장이 만들어질 공간이 없다. 또, 대학로 안에서 제작비가 많이 높아졌다. 배우, 대관료 등이 다 올랐다. 최근 물가 자체가 많이 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제작비가 높아진 것 같다.
- 그렇다면 위성신 연출가가 생각하는 가장 큰 대학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너무 심한 ‘무한경쟁 체제’다. 공연장을 찾는 수요는 뻔한 데 공급은 과잉이다. 이 수요를 채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공연 인구가 공연을 봐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관객이 없으니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 이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사실 물가가 오르다 보니 자연스럽게 공연계도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영화계처럼 한 번 정도는 침체기가 온 뒤 다시 올라와야 하지 않을까. 극장들도 한 번은 어느 정도 정리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 마지막으로 현 대학로 공연의 가장 긍정적인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세계에서 이렇게 공연 인프라를 갖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 미국과 영국, 한국 정도가 이런 공연 인프라를 갖고 있다. 그런 점에서 대학로가 갖고 있는 의미는 아주 크다. 전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부분일 것이다. 활성화돼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관객 개발이 굉장히 어렵다. 영국이나 미국은 관객의 절반 이상이 관광객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은 일본 관광객 정도지 않나. 아직은 수요 자체가 한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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