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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용계는] “현 무용계, 대중과의 소통이 쟁점” 정혜진 예술감독①장르 간의 결합, 최근 무용계 트렌드로 떠올라

무용은 예술의 근간을 이루는 순수 예술 분야 중 하나다. 움직임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고행과 깊이가 필요한 장르다. 무엇보다 관객과 무용수, 무대의 교감이 중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무용계는 그동안 내실을 다져오느라 부족했던 대중과의 소통에서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예술단의 예술감독이자 ‘제33회 서울무용제’의 총감독을 맡고 있는 정혜진을 만나 지금 무용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현재 무용계의 가장 큰 화두는 무엇인가?

지금 무용계에서 가장 많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대중과의 소통’이다. 그동안 무용하는 이들끼리 모여서 오랫동안 달려오느라 대중들을 이끌어 가지 못하는 점들이 있었다. 뮤지컬이나 발레는 대중화가 많이 돼 있지 않나. 뮤지컬의 경우, 외국뮤지컬이 들어오면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지금은 티켓 가격이 비싸도 보려고 하는 마니아층이 많이 생겼다.

최근 무용가들은 앞으로 무용 장르가 어떻게 해야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작품을 낼 수 있으며, 춤으로서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요즘은 그런 노력들이 서서히 이어지고 있다. 무용 단체들이 작품을 할 때 대중을 굉장히 염두에 두고 한다. 예전에는 ‘내가 좋은 것’이 우선이었다면, 지금은 ‘내 작품이 대중에게 어떻게 보일 수 있을까’가 먼저다. 사실 춤을 추는 데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정말 큰 자기희생이 따라야 한다. 수많은 자기희생을 통해 얻은 춤을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하면 안 되지 않나. 요즘에는 춤을 연마하면서도 어떻게 작품을 알릴까 하는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 대중과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생각해  봤던 것들이 있나.


자신의 장르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춤이 많이 혼합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춤의 ‘정체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예를 들면, 고전 무용 같은 경우는 늘어지면서 멈춘 듯 느린 동작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대중들은 스피드를 선호한다. 외국의 것들을 많이 받아들이다 보니 정적인 것은 줄어들고 빠른 것들이 많이 사랑받는다. 그렇다 보니 ‘저게 무슨 한국무용이냐’하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춤이라는 고집을 무너뜨리면서라도 좋은 작품으로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흐름이 생기고 있다.

- 장르 간의 결합이 ‘최근 무용계의 트렌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맞다. 발레도 현대무용과 결합해서 하고, 발레를 뮤지컬스럽게 하기도 한다. 한국무용도 현대무용처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시립무용단에서도 ‘백조의 호수’를 하지 않나. 그것도 한 실례다. 외국 작품을 한국 무용으로 풀어낸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 최근 정혜진 예술감독이 참여했던 국립발레단의 ‘아름다운 조우’도 그런 흐름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처음 시도한 거다. 준비 시간이 짧아서 더 다채롭게 하지는 못했다. 토슈즈를 신으면서 한국적인 호흡을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시간이 있다면 더 다듬어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대중의 입장에서 봤을 때 참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한국적인 소재로 만든 발레’와 ‘발레를 통해 한국무용과 국악을 표현하는 것’은 참 다르더라.

발레는 전형적인 동작이 있다. 그게 들어가야 ‘발레’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경우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다양한 동작을 보여주다 보니 새롭게 느껴지는 거다. 발레로 한국적인 동작이 나오니까 참 좋았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참 행복한 작업이었다.

- 그렇다면 정혜진 예술감독이 생각하는 현 무용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안무가의 독창성’이 가장 큰 문제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여건이 충족돼야 한다. 예를 들어, 안무가 본인은 자기는 이렇게 하고 싶은데 무용수들이 못 해줄 때가 많다. 무용수들은 고용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 달 안에 작업을 끝내야 하기 때문이다. 춤을 익히고 이 안무가의 스타일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한데 그럴 시간이 없다. 그래서 안무가는 장미를 원하는데 무용수들은 매화를 줄 수밖에 없는 거다. 그래서 무용수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달라지기도 한다. 무용수들은 안무가에게 춤을 배워야 한다. 촉박한 시간 속에서 하던 대로 하려고 하다 보니 작품의 색이 비슷해지고, 개성도 없어진다.

- 인프라의 문제나 안무가, 무용수들에 대한 문제를 듣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육 문제가 떠오른다.

무용수에 대한 교육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안무가를 길러 내는 교육들이 부족하다. 무용이라는 것은 너무나 많은 세월을 동작을 연마하는데 써야 한다. 춤의 연마와 병행해야 하는 게 ‘창의성의 계발’이다. 현재는 똑같은 춤을 추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지금의 결과물이 흡족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것을 쌓아가야 한다. 그걸 바탕으로 자신의 색이 만들어진다.

- 교육 커리큘럼의 부족 문제라고 생각하나.

대한민국 교육 전체의 문제다. 현 시스템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풍토이기도 하다. 그 사람이 지금 당장 못하더라도 인정해줘야 한다. 무용수가 용기를 갖게 해줘야 하는데 자꾸 쳐내기만 하니까 역량 있는 사람들이 무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깊이의 강요’라는 책도 있지 않나. 위 세대가 젊은 세대들이 하는 것들을 인정해 줘야 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한다. 지금의 우리는 너무 성급하다. 참고 기다려주지 않는다.

어떤 교육이든 마찬가지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뒤처지는 것 같으면 몰아세우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가 즐길 수 있는 만큼의 여유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 줘야 한다. 계속해서 몰아세우면 이 일이 싫어지고 더 못하게 된다. 기다려주는 게 중요하다. 창작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줘야 한다. 창작하는 이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②편으로 이어집니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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