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높은 푸른 가을 하늘을 닮은 색의 벽 앞으로 촘촘하게 각이 잡힌 쇠철창이 있다. 그 위로는 한 장의 포스터가 엉성하게 붙여져 있다. 은색 테이프로 아무렇게나 붙여진 이 포스터에는 페인트로 대충 그린 붉은 하트에 큼지막하게 뮤지컬 ‘브루클린’이라고 쓰여 있다.

사진 속 등장하는 포스터는 마치 작은 인디밴드의 공연인 듯 심플하고 엉성하다. 포스터는 바람을 막아주는 다른 벽도 없었는지 한쪽은 크게 찢어졌고, 심지어 포스터의 가운데 부분은 휑하니 바람이 드나들 만한 구멍도 숭숭 나 있다.

포스터의 아래쪽에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우리 노래를 들어봐’라고 쓰여 있다. 의미심장한 이 문구는 무언가 간절하게 전하는 외침 같기도 하고, 당돌한 도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우리‘들’이라고 지칭하는 말에는 이 공연에서 노래를 들려줄 이들이 여럿이라는 사실을 짐작하게 한다.

뮤지컬 ‘브루클린’은 원작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거리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작자 마크 쉔펠드는 1982년 베리 맥퍼슨이라는 여가수의 재능을 발견하고 함께 작업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마크는 절망에 빠져 이혼까지 하게 되고 길거리 생활을 시작한다. 거리의 음악가로 살아가던 그는 우연히 뉴욕의 브루클린에서 베리를 만난다. 두 아이의 엄마로 평범하게 살아가던 베리는 마크를 집으로 데려와 함께 음악을 시작한다. 이후 마크와 베리는 몇 곡의 노래를 함께 작곡한 뒤 ‘길거리 동화’라는 이름을 붙여줬다. 마크는 음악들을 뮤지컬화 하고자 노력했다. 그의 노력에 힘입어 브로드웨이 연출가 제프 칼훈이 참여해 뮤지컬 무대에 오르게 됐다.

작품은 다섯 명의 거리 가수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다. 가수를 꿈꾸는 미국 청년 테일러는 프랑스에서 발레리나 페이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미국으로 돌아간 테일러는 연락이 끊기고, 페이스는 혼자 브루클린을 낳아 기른다. 성장한 브루클린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자신의 이름과 똑같은 지역 브루클린으로 떠난다.

뮤지컬 ‘브루클린’은 젊은 거리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하는 만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등장한다. 작품에는 총 23곡의 R&B, 소울, 펑크, 하드록, 팝 등의 곡들이 등장한다.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보컬은 물론이고 높은 솔(high G)를 넘나드는 폭발적인 가창력도 있어야 한다.

초연 당시 작품에는 김소현, 문혜영, 홍지민, 강필석, 이필승, 홍미옥, 이찬미 등 폭발적인 가창력을 갖춘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올해 출연 배우들은 까다로운 캐스팅 절차를 거쳐 무대에 오른다. 이번 캐스팅은 약 2개월간의 비공개 오디션을 거친 뒤 4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배우들의 역량을 확인했다.

2012년 뮤지컬 ‘브루클린’에는 떠오르는 신인과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함께 앙상블을 이룬다. 아버지를 찾으려는 ‘브루클린’ 역에는 난아(전나혜)와 박은미가 캐스팅됐다. ‘브루클린’의 라이벌 가수이자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는 ‘파라다이스’ 역에는 이영미, 김경선이 함께한다. 브루클린에서 활동하는 길거리 연주자의 리더 ‘클리반트’ 역에는 이주광이, ‘브루클린’이 찾는 아버지 ‘테일러’ 역에는 조형균이 출연한다. ‘브루클린’의 어머니 ‘페이스’ 역은 소정화가 맡는다.

뮤지컬 ‘브루클린’은 11월 28일부터 12월 2일까지 프리뷰 공연 기간을 거쳐, 12월 4일부터 2013년 2월 24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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