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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꾼들의 혼을 실은 무대 볼 수 있을 것” ‘제33회 서울무용제’ 정혜진 총감독 인터뷰

예술의전당 오페라전당에 위치한 서울예술단의 예술감독실. 문을 열자 활짝 웃는 얼굴의 정혜진 총감독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서울예술단과 ‘제33회 서울무용제’를 오가는 바쁜 일정에도 구김살 하나 없는 밝은 얼굴이었다.

정혜진 총감독은 ‘제33회 서울무용제’ 총감독이자 서울예술단의 예술감독으로, 무용가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무용제’와는 제30회 때부터 인연을 맺어 올해로 4년째 연이어 함께하고 있다. “대인 관계 면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4년 연임을 겸연쩍어 한 그녀는 올해 또 다른 모습으로 무용 팬들을 찾아가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제33회 서울무용제 준비에 한창인 정혜진 총감독과 함께 무용제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국내 무용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서울무용제’”

올해로 4년째. 정혜진 총감독은 서른세 살의 ‘서울무용제’의 적지 않을 부분을 함께해 왔다. 지나온 세월만큼 ‘서울무용제’의 크고 작은 부분에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그녀는 총감독으로서 무용제 전체의 진행을 맡고 있다. 운영위원회가 경연에 참여할 단체를 선정하는 과정부터 기획, 행사 집행 등의 대소사를 도맡고 있다.

4년째를 맞이한 감회를 묻자 그녀는 처음으로 행사를 맡았던 해 기자간담회 현장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해 본 적이 없어 정말 책 읽는 것처럼 딱딱하게 했었다. 그날 유명 뮤지컬의 행사가 있는 줄도 몰랐던 탓에 기자 분들도 거의 안 오셨다. 정말 그때 눈물을 흘렸다.(웃음) 그 다음 해가 돼서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알겠더라. 그렇게 삼 년이 흘렀다”고 말했다.

‘서울무용제’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춤’이 아닌 ‘순수 예술로서의 춤’의 질을 더욱 높이 평가한다. 무용수들에게 주어진 40분은 새롭고 신선한 시도와 무용수들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진다. 무대 이곳저곳에서는 ‘혼이 실린 움직임의 향연’이 펼쳐진다.

정혜진 총감독은 “‘서울무용제’가 춤의 질을 높이는 작업이라 무용을 접하지 않으셨던 분들이 보신다면 흥미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춤을 추는 사람의 진정성을 보실 줄 아는 분이라면 춤의 매력이 흠뻑 빠질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쇼적인 작품이 아닌 속에서 우러나오는 춤을 볼 수 있는 무용제다”고 전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서울무용제’는 무용계의 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하고, 창작성을 높일 수 있게 해준다. 정말로 춤을 잘 추는 사람들이 춤을 추기 때문에 무용에 대해 정말 새롭게 눈을 뜰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용은 ‘대중의 요구’와 ‘순수 예술로서의 정체성’ 사이에서 수많은 고민을 해온 장르다. ‘서울무용제’ 역시 작품성을 기반으로 한 신선한 창작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성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혜진 총감독은 ‘서울무용제’를 즐겁게 보는 법에 대해 “‘서울무용제’ 출품작의 경우, 관람 시간이 길지 않아 지루할 틈이 별로 없다. 오히려 일반관객이 보면 굉장히 좋아하신다. 춤 자체는 사실 어렵지 않다. 춤은 굉장히 추상적이지 않나. 무용수가 춤을 추면 자신의 인생과 결부시켜서 보면 된다. 연극 같은 경우는 대사가 있어서 주제가 확실히 드러나지만, 무용은 ‘시의 언어’로 춤을 춘다. 자신의 삶에서 느꼈던 것을 대입시켜 보면 감동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울무용제’는 무용인들이 유달리 욕심을 내는 무대기도 하다. 국내의 모든 무용단이 참여할 수 있을 만큼 큰 행사기도 하지만 ‘국내 무용계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서울무용제’를 통해 주목받은 무대와 안무 구성은 무용가들 사이에 퍼져 또 다른 작품의 탄생에 좋은 영향을 미치며 동반 성장의 효과를 불러오기도 했다.

무용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최고의 무대 ‘서울무용제’

‘서울무용제’는 경연 형식이 가미된 국내 유일무이의 무용 축제다. 여타 페스티벌처럼 즐기기 위한 무대가 아닌 경연으로 펼쳐져 더욱 수준 높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최고 기량의 무용수들이 자신의 최고작을 내놓는 무대인만큼 뛰어난 작품과 스타 무용수가 많이 탄생하는 축제로도 유명하다.

이 무용제는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을 망라한 무용계의 실력자들이 모이는 자리라 ‘대상’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서울무용제’의 대상은 안무와 구성뿐 아니라 무대 전체를 보고 관객들의 마음을 꿰뚫을 수 있는 통찰력과 센스를 갖고 있는 이들에게만 주어진다. 1년에 단 한 팀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이다. ‘서울무용제’가 관객에게 축제라면, 무용수들에게는 많은 번뇌를 갖게 하는 일종의 큰 관문인 셈이다.

정혜진 총감독은 “‘서울무용제’를 통해 수많은 무용가, 교수, 단장이 탄생했다. 예전에는 이 무용제에서 대상을 받으면 작품성과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지역무용단 단체장으로 가기도 했다. 어느 일을 하더라도 굉장히 탄탄한 경력이 된다. 특히, 한 장르만이 아닌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를 모두 아울러 ‘대상’을 수여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무용가로서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무대다”고 말했다.

올해 ‘서울무용제’는 대학을 주축으로 하는 쟁쟁한 무용단들이 많이 참여한다. 특히, 전문가들이 평소에 많은 기대를 했던 단체들이 출전해 눈길을 끈다. 뛰어나고 안정된 기량으로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정혜진 총감독은 2012년 ‘서울무용제’의 초청공연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현했다. 그녀는 “이번에 축제를 기획하면서 지난 서울무용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팀들을 모아서 무대에 올려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초청공연으로 예전에 어떤 팀들이 대상을 받았는지 보여 드리자는 의도였다.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20분 정도로 컴팩트하게 만들어져 올라오는 무대인데도 왜 이 작품이 대상을 받았는지 알겠더라. 이미 지나간 작품을 다시 하는 데도 그 느낌 그대로라는 게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이러한 작품들이 다양한 무대에 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용 공연은 재정적인 문제로 재공연이 쉽지 않은 편이다. 좋은 작품임에도 본 공연 이후 무대에서 자주 볼 수 없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정혜진 총감독은 “정책적인 차원에서 지원을 해주면 이런 작품들이 묻히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개인의 힘이 아니라 전체의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무용제를 통해 나를 알리게 된 것, 그 자체로 큰 의미”

정혜진 총감독은 ‘서울무용제’와 인연이 깊다. 1979년 무용수로 첫 ‘서울무용제’를 경험한 이후, 2000년에는 자신의 작품을 출품하며 그해 대상을 수상했다. 첫 도전에 대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려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녀는 이후 무용계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이름을 떨쳐왔다.

‘서울무용제’와 끈끈한 인연을 이어온 정혜진 총감독에게 이 축제는 어떤 의미일까. 그녀는 “서울무용제에 출전하기 전까지 내게 이 축제는 정말 어마어마한 경연이고 무대였다. 경험해보겠다고 나온 무대에서 운이 좋아 대상을 받게 됐다. 그렇게 서울무용제를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됐다. 그것 자체가 정말 큰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이 무용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활동하지는 않았을 거다. 그렇게 인연이 닿아 여기까지 왔다. 무용계를 위해 이런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영광이다. 후배들도 좋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이 무용제를 통해 이뤘으면 좋겠다. 서울무용제를 통해 많은 이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새로운 무용이 탄생하게 되는 그런 통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33회 서울무용제’는 10월 29일(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에 들어간다. 경연작들은 10월 30일(화)부터 11월 17일(수)까지 만날 수 있다. 폐막식 및 시상식은 11월 19일(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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