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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공연계는] 예술인복지법, 사회적 안전망으로 정착하려면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장 이계창 배우 인터뷰

예술인의 지위와 권익을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를 확대 지원하기 위한 예술인복지법이 11월 18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예술인복지법(일명 최고은법)은 지난해 1월 지병과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숨진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 씨의 사건을 계기로 제정됐다.

예술인복지법의 시행을 앞두고 해당법 적용의 중심에 있는 공연계 종사자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예술인복지법이 배고픈 예술인들의 생계와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하는 사회적 안정망으로 정착하려면 어떻게 개선 발전되어야 할까.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이계창 위원장에게 예술인복지법에 대한 의견과 배우들의 입장,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었다.

예술인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배우분과에서는 어떤 논의를 해 왔는지?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에서 올해 초부터 내부적인 토론을 거쳤다. 현재 표준계약서에 들어갔으면 하는 내용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시한 상태다. 배우들이 좀 더 개선된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기 위해서는 표준계약서가 통용돼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표준계약서의 주요 내용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표준계약서에서 우선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제작사의 배우에 대한 임금체불 사태가 발생했을 때 여기에 대한 규제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이익에 대해 사전에 보호받을 수 있는 조항이 필요하다. 공연하는 배우는 갑을관계로 볼 때 을의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 배우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임금체불에 대한 사전보호 조항 외에도 정확한 연습기간 보장과 처우에 관한 것, 2차 저작권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조항, 초상권에 관한 것, 다쳤을 경우의 보험과 치료에 관한 문제 등이 있다.

을의 입장인 배우의 권익과 복지 확대가 이뤄지려면 표준계약서 그 자체가 아니라 표준계약서의 내용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 공연이 흥행에 실패했거나, 재정마련의 이유로 일방적으로 제작사 측이 조항을 파기했을 때 배우를 보호하기 위한 구제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임금체불 등 배우의 불이익 사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고 보는지?

지난해 여름, 출연 배우들의 임금을 체불해 문제가 된 뮤지컬 ‘코요테어글리’ 사건의 경우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한 상태다. 1심 판결에서 가압류 신청이 받아들여졌고, 임금지급명령이 내려졌으나 문제는 그다음이다. 결과적으로 재판에서는 승소를 했으나 제작자가 연락이 두절되고 임금지급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또한, 대부업체의 근저당 액수가 워낙 커서 배우들의 임금은 지급대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실질적으로는 받을 수가 없었다. 만약 체불된 임금이 정규직의 월급이었으면 어땠을까. 아마 우선순위가 그렇게까지 낮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확실하게 승소한 사건임에도 1년 가까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열악한 제작환경 속에서 제작사가 망하고 문을 닫으면, 배우는 체불된 임금을 받을 길이 없다.

표준계약서를 통용하고, 이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사회적으로 팽배해있어야 한다. 배우들이 바라는 핵심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의 제작사에 대한 제재방안이다. 예를 들어 표준계약서를 성실히 지키는 제작사에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든지, 창작지원금을 준다든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제작사는 그 대상에서 제외한다든지 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 예술인복지법이 예술인 복지 향상을 유도하는 권고안이다 보니 실효성 있는 법이 될 것인가가 문제다.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끊임없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가 열려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예술인 복지 현황이 어떠한가?

해외 선진국에서는 예술인, 배우의 권익과 복지의 개념도 철저하다. 배우조합이 있어서 제작자뿐 아니라 배우, 스텝들이 모두 계약서를 통용하고 있다. 배우조합은 가입된 배우, 스텝이 지불한 수수료를 받아서 운영된다.

조합에서는 가입한 회원들에 대한 복지가 지켜지도록 관리하며, 지키지 않으면 활동을 할 수 없도록 제재조치를 가한다. 게다가 조합의 1년 예산이 풍족해 노후지원과 주택자금 마련, 은퇴 후 복지 등 폭넓은 범위에서 복지혜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출연료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2주 분량의 임금을 미리 보유하고 있어야 무대를 올릴 수 있다든지 하는 세심한 조항을 마련해 두고 있다.

브로드웨이와 국내의 복지기반과 환경, 무엇이 다른가?

브로드웨이에서는 조합에 소속된 배우만이 무대에 설 수 있다. 오프브로드웨이의 경우에도 반절 가량이 조합에 소속돼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조합이 아직 태동하지 않았고, 한국뮤지컬협회가 존재하지만 현재 활동은 아직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협회 회원이 됨으로써 복지와 권익을 보장받고 보호막을 형성할 수 있는 단계를 목표로 차근차근 일을 하고 있다.

배우분과에서는 이번 예술인복지법의 시행이 사회적 안정망으로서의 기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배우들 스스로도 예술인복지법 제정과 시행에 대한 적극적인 반응이 필요하다. 현재 배우들 스스로도 과연 예술인복지법이 나에게 혜택을 줄 것인가 하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적극적으로 태도를 바꾸고,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스스로 아픈 구석이 있다면 나서서 적극적으로 희망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아직 시동 중인 예술인복지법, 그 중요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은?

예술인복지법의 올바른 정착은 자라나고 있는 배우들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동시에 열악한 상황 속에서 혜택을 못 받고 있는 처지에 놓인 배우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배우는 정규직이 아니기 때문에 무대에 서지 않는 동안 실업급여를 받지도 못하고, 정부에서 보조금이나 연금혜택도 받지 못한다. 설 자리를 잃은 배우들의 재취업, 재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다양한 범위에서 예술인복지법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제작사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미국과는 다른 우리의 현실에 맞춰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예술인을 위한 복지법과 복지재단을 만들고 이를 통해 합리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미국이 예술계 종사자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서 스스로 복지시스템을 마련했다면,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사회적 안전망의 의식을 가지고 정부 차원의 지원 대책 마련과 복지재단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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