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나쁜자석’의 포스터에는 온갖 감각이 물감처럼 흩어져 있다. 꽃잎을 떨군 꽃과 풀의 떫고 달콤한 향기, 붉고 푸른 색감이 앳된 얼굴 위로 쏟아진다. 소년은 있는 힘껏 절규하고, 그 울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시각과 청각,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감각적인 포스터는 들릴 리 없고, 맡아질 리 없는 ‘붉고 푸른 절규’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9살에 만나고, 19살에 사랑하고, 29살에 내 인생이 되었다’는 포스터의 문구는 유년기로 출발해 청년과 성인으로 성장해가는 소년의 격정적인 이야기를 암시한다. 누구를 만나, 누구와 사랑하고 무엇을 인생으로 삼았는지에 관한 대상은 생략돼 있다. 하지만 지워도 지워내지 못한 누군가의 강렬한 존재감은 소년의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비극적인 인연을 연상시킨다.

무엇보다 포스터에서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것은 작품의 타이틀 ‘나쁜자석’이다. 본질적으로 인력과 척력을 가지고 있는 자석에게 본질을 거스르는 ‘배반’의 인격을 부여한 타이틀은 심플하지만 강렬하다. 본질을 버리고 스스로 나쁜자석이 되어야만 했던 누군가의 이야기는 베일을 벗기 전부터 관객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한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추민주 연출은 작품에 대해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외로움을 가지고 있다. 곁에 누군가가 함께 하기를 원하지만 완벽히 소통하고 온전한 하나가 되기란 쉽지 않다. 때로는 같은 극의 자석처럼 서로를 밀어낸다. 작품 속에 나오는 동화 ‘나쁜 자석’은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기 위해 자성을 없앤 자석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연극 ‘나쁜자석’의 원작은 주목받는 작가, 더글라스 맥스웰의 데뷔작이다. 더글라스 맥스웰은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그 기억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며, 우리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지에 대해 감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푸른 봉오리를 무참히 터뜨려 붉은 꽃잎이 피어나고, 다시 꽃이 분분히 낙하하며 쓰고 떫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소년도 아프고, 떫고, 추락하며 성장할 것이다.

연극 ‘나쁜자석(Our bad magnet)’은 오는 11월 7일부터 내년 1월 27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된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뉴스테이지  

<저작권자 © 뉴스테이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