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약품(주)갤러리가 오는 11월 29일까지 현실에 대한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시선을 담은 황지희의 개인전 ‘전시상황(Exhibition & War)’전을 연다.

황지희 작가는 전시장이 곧 작가에게 전쟁터이며, ‘전시(展示, exhibition)상황’이 곧 ‘전시(戰時, war)상황’과 같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상황’전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 속에 미술이 함몰되어 가는 현실 속에서 전시를 앞둔 작가가 대치, 혹은 격전 상황을 맞아야 하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현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전시상황’

전시장 내에는 문제적인 설치 작품 ‘작품과 전리품’을 비롯해 ‘타겟되기’, ‘진품과 가품’, ‘작가와 능력자’ 등의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을 통해 황지희 작가는 현재 국내에서 미술이 이루는 각각의 조건들과 맞서며, 조용하면서도 뜨겁고, 차갑고도 치열한 몸싸움을 벌인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설치 작품 ‘작품과 전리품’은 작가가 직접 입으로 씹어서 만든 신문지 덩어리와 손으로 만들어낸 신문지 덩어리가 아가리를 벌린 종이 상자에서 토해져 나오듯 섞여 흩어져 있다. 미디어를 통해서는 씹거나 혹은 손으로 뭉치는 각각의 제작 과정이 이분 분할되어 동시 상영된다.

작가는 전작인 ‘신문을 구토하다’(씹은 신문지, 5분 12초 영상, 가변설치, 2011)에 착안하여 ‘작품과 전리품’을 제작했다. 비슷한 시기에 전시 일정이 겹친 작가의 실제 현실을 반영해 기존 작품의 콘셉트를 유지하면서도 새롭게 변형된 문제작을 탄생시켰다. 이를 통해 작가는 ‘서로 다른 전시를 목전에 두고 각각의 작품에 임하는 작가의 치열한 현실’을 대조와 융합, 중첩을 통해 비틀어 담아냈다.

‘작가와 능력자’(100원짜리 동전, 비비탄, 2012)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돈이 필요한 ‘현대 미술의 조건’을 차갑게 꼬집은 작품이다. 글자 ‘IDEA’를 겨누는 것은 백 원짜리 동전으로 겨우 윤곽을 구성한 권총이다. 글자 ‘IDEA’는 새하얀 비비탄으로 빼곡하게 채워 구성했다. 작가는 “아이디어가 아무리 거창하더라도 결국 돈이라는 현실과 미술의 조건에 구애받고 제한될 수밖에 없는 작가의 작업 현실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불특정 다수의 타겟화, 혹은 스스로 타겟되기

이번 전시에서 또 다른 인상적인 작품으로 동명의 두 개 작품 ‘타겟되기’가 있다. ‘타겟되기’(거울아크릴, 다트핀, 시트지, 2012)는 전시장 건물 외벽에 설치돼 있어 지나는 사람을 그대로 타겟화하며 비춘다. 반대로 동명의 다른 작품 ‘타겟되기’(캔버스에 아크릴, 다트핀, 2012)는 전시장 내에서 관람객의 타겟이 된다. 작가는 “외벽에 설치된 ‘타겟되기’는 거리를 지나면서 작품에 관심 없이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참여하게 되는 불특정다수를 생각하며 제작했다. 전시장 외부의 ‘타겟되기’가 관람객을 타겟화하는 작품이라면, 전시장 내부의 ‘타겟되기’는 작품 자체가 관람 대상으로서 관람객의 타겟이 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진품과 가품’은 유사한 작품을 매 전시 때마다 찍어내듯이 반복하는 비창조적인 작가들의 현실을 위트 있게 비판한 작품이다.

황지희 작가는 “전시를 통해 작가는 생각에 대한 발전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들 중에는 또 이 작품인가 싶게 유사한 작품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도 지금 내가 작품을 위해 작업하고 있는 것인가, 전시를 위해서 작품을 하고 있는 것인가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결국 새로운 창작적 시도는 작가의 양심이며, 작품에 대한 의식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던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제작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황지희 작가는 경성대 미술학과(조형)와 동 대학원(입체조형)을 졸업했다. 2009년 경성대 제2미술관에서 첫 번째 개인전 ‘독한이미지’전을, 2011년 부산 대안공간 반디에서 ‘나>너 나는 너보다 무겁다’전을 개최했다.

단체전으로는 ‘쌍쌍파티’전(해양자연사박물관, 2008)을 시작으로 ‘프랑스 파리 작가 연계 오픈스튜디오’전(파리, 도로시갤러리, 2008), 국제영상행위설치 페스티벌 ‘Light&Site&Text’전(부산 시민회관, 2008), ‘Pumping Heart’전(베이징, MK2 ART SPACE, 2009), ‘텍스트의 반격’전(대안공간 반디, 2010), ‘24도씨에 반응하기’전(소울아트스페이스, 2010), ‘21세기 풍경:Emptiness’전(성곡미술관, 2011), ‘소통을 말하다’전(일산 롯데백화점갤러리, 2012) 등 약 14개의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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