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연 프로그램북에 기재된 참여 스태프들을 유심히 보면 대부분의 이름이 비슷하게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문득 ‘전문 인력이 얼마나 부족하기에…’라는 의문이 스친다.

공연예술계 전문 인력 부족의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역사가 길지 않은 공연계에서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진 것도 비교적 최근 일이다. 대학 등의 교육기관에서 관련 인력들을 양성하고 있지만 실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취업 위주의 기능적 교육 현실이 드러난다. 이론과 기능 위주의 수업은 ‘현장 경험’의 중요성을 배제한 채 이뤄져, 현장에서 겪는 문제점과 어려움에 대해서는 약점을 갖게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젊은 전문 인력들이 문화예술계를 조기에 떠나는 일들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 한국 공연계의 공연예술 인력 개발 문제와 방향성에 대해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이창윤 원장을 말을 들어봤다.

- 공연예술계 전문 인력 부재에 대한 우려의 말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여전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공연예술계 전문 인력 상황은 어떤가.

새로운 인력들이 공연예술계로 계속 유입되고 있지만, 전문 인력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에는 서울, 경기뿐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문화행사 및 공연장들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 양적으로는 문화예술 인력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 양질의 문화적 콘텐츠를 생산해 낼 수 있는 전문 인력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공연시설의 경우 2007년 662개에서 2010년 820개로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공연시설 종사자 수도 2007년 9,037명에서 2010년 9,623명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공연시설 당 종사자 수는 11.7명으로 공연스태프, 기획자, 경영인력, 행정인력 등을 감안했을 때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다.

- 문화예술 전문 인력 양성의 문제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현장에서 요구하는 전문 인력은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기초 지식’, ‘풍부한 활동 경험’, ‘문화예술의 흐름을 읽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이들을 말한다. 대학, 문화예술 등의 교육기관으로 인해 인력들이 갖추고 있는 ‘문화예술 기초 지식’과 ‘기술적인 능력’(연기, 춤, 디자인 등)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하지만 최근 예술대학의 ‘미학, 인문학, 철학과 같은 예술의 기초 소양을 소외하는 경향’과 ‘예술의 기능적인 면에 치중한 교육’ 등은 문화예술 분야의 전문 인력 부재라는 문제점을 야기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문화예술 인력이 꾸준히 유입된다 해도 현장에서 필요한 전문 인력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요즘 지역자치단체에서도 공연장을 계속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공연장을 운영하기 위한 공연예술분야의 매개자인 기획자, 공연장 스태프, 문화예술 행정 인력들을 배출할 수 있는 전문 교육기관이 많이 부족하다. 창작자의 경우에도 예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교육환경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 현재 우리나라 공연계 인력 양성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공연예술 인력들의 개인적인 문제라기보다, 학교 교육이 가진 문제점이란 생각이 든다. 요즘은 졸업생들의 취업 실적으로 각 대학들이 평가받는다. 각 대학들이 취업에 활용되는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공연예술 전문 인력은 교육 사업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단기간에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발굴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마음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인 문화예술 인력 육성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적자금이 투여되는 공공기관에서 학교와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 또한, 간접지원과 문화예술 인력들이 지속적으로 자기 계발과 전문능력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생애 주기적 관리’도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 있다면?

현재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권영빈 위원장이 선언한 2012년 예술위원회 7대 중점과제에 따라 신진 예술인력 육성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와 새로운 방향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 중에 있으니 관심 있게 예술위원회를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

- 전문 인력의 부재를 위해 아르코예술인력개발센터가 하고 있는 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에서는 ‘무대예술 전문교육’과 ‘공연예술분야’ 해외 거장들을 초빙하고 있다. 공연예술분야 종사자들의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신진 예술가들 중 연출가, 희곡작가, 안무가를 육성하기 위한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사업이 주요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 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현재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은 무대예술전문인과 신진 예술가, 문화행정가 등을 대상으로 한 6개의 기초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중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무대예술전문교육’과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 사업이다.

문화예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대상사업은 광범위하다.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이 담보해야 할 대상은 보유한 시설(교육용 극장 ‘실험무대’, 작화 및 세트제작 공간 ‘무대미술스튜디오’, 연습실, 숙소 등)과 예산, 인력들을 고려했을 때, 현재 무대예술 전문가들과 신진 예술가들을 양성하는 것이 우선 과제가 아닐까 한다.

- 향후 조금 더 폭넓은 방향의 전문 인력 양성을 할 생각은 없는지?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은 조명, 음향, 무대 등 무대기술 분야의 전문 인력을 육성하기 위해 ‘무대예술전문교육’을 이어가고 있다. 지속적으로 현장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 공연예술현장에서 우수한 공연을 만들어나갈 인재를 육성할 것이다. 동시에 해외 거장들을 초빙하는 ‘국제공연예술전문가시리즈’로 축제기획, 테크니컬 디렉터, 공연영상분야 등 미개척된 분야로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현재 연출, 희곡, 안무분야로 구성된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은 2013년부터 전통예술과 음악분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한국을 이끌어갈 국제적 위상을 갖춘 젊은 예술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교육 콘텐츠 개발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문화예술분야의 전문 인력육성을 위해 노력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예술인력개발원 교육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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