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배경은 1947년 프랑스 파리, 전쟁의 기억은 이곳저곳에 남아있지만 사람들은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아간다. 우체국 민원 처리과 듀티율은 소박하고 어느 곳 하나 특이할 것 없는 독신남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일과를 마무리한 그가 집에 돌아갔을 때 문을 열지도 않고 집에 들어와 있는 것을 알게 된다. 황급히 정신과의사를 찾아가지만, 의사는 그에게 태연히 병명을 일러주고, 힘들 때 먹으라며 약을 처방해준다.

돌연 ‘벽을 뚫는 남자’가 되어버린 듀티율은 당황하며, 보통의 사람으로 돌아가 평범한 공무원이 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문득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보고 싶어진 그가 빵집의 빵을 훔친 것을 계기로 자신의 ‘특기’에 자신감을 갖게 된다. 그는 결국 보석점의 벽까지 뚫고, 도적 ‘벽을 뚫는 남자’가 되어 신문지상을 놀라게 하는 존재가 된다. 하지만 그가 정작 원하는 것은 같은 거리에 살고 있는 아름답지만 불행한 부인 ‘이사벨’이다. 그는 이사벨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점점 더 유명해지려고 한다.

듀티율은 경찰에 의해 체포되지만 그의 정체가 알려지자 몽마르뜨의 주민들은 친구를 구출해 내기 위해 힘을 모아 일어선다. 듀티율은 그들의 목소리에 응답하기 위해 철창을 뚫고 나와 이사벨의 집으로 향한다. 듀티율은 이사벨에게 함께 도망치자고 말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사벨의 남편인 검사가 그녀를 감금하자 듀티율은 생각 끝에 재판을 받기 위해 다시 형무소로 돌아간다. 검사는 그에게 사형을 구형하지만 그는 은행에 들어가 가져온 비밀서류로 검사의 죄를 폭로한다. 자신을 기다리는 이사벨의 집으로 향하며, 기운을 내기 위해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마신 듀티율. 과연 ‘벽을 뚫는 남자’의 간절한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2012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 어떤 작품?

2006년 2월 국내 처음 소개돼 큰 화제를 몰고 왔던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원제: Le passe-muraille)’는 몽마르뜨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벽을 뚫는 남자의 유쾌 발랄한 사랑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몽마르뜨 언덕의 사랑예찬’이라는 부제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이 작품은 시종일관 유쾌한 재미와 발랄한 유머를 잃지 않으면서도 가슴 찡한 정서적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평을 받아왔다.

작품은 프랑스의 국민작가이자 20세기 대표 단편소설가 중의 하나로 꼽히는 마르셀 에메의 동명의 소설(Le passé-muraille)을 원작으로 한다. 디디에르 반 코웰레르가 각색하고, ‘쉘부르의 우산’, ‘007 시리즈’,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등으로 3번의 아카데미상 영화음악상과 5번의 그래미상을 수상한 영화 음악가 미셸 르그랑이 곡을 붙여 완성했다. 1996년 11월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해 이듬해인 1997년 프랑스의 몰리에르상 최우수 뮤지컬 상과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벽을 뚫는 남자’는 대사 없이 극의 모든 내용을 노래로 풀어가는 송스루(Song-through) 스타일의 뮤지컬이다. 단 4인의 라이브 밴드가 건반, 플루트, 알토 플루트, 피콜로, 클라리넷, 베이스 클라리넷, 색소폰, 실로폰, 비브라폰, 글로켄슈필, 차임, 비브라슬랩, 우드블럭, 카우벨 등 총 20여 가지의 악기를 연주한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객석 앞 쪽 양 옆에 연주자들의 단을 만들어 객석에서 바로 연주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는 임창정, 이종혁, 고창석, 임형준 등 영화와 드라마, 무대를 넘나드는 스타들과 오소연, 구원영, 김대종, 강연종 등 국내 대표 뮤지컬 배우들이 출연을 결정했다. 이번 시즌 연출은 초연과 재연 당시 부장, 검사 역을 맡았던 임철형이 맡는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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