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누구도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귀신을 목격하거나 유에프오를 대면하거나 죽었다가 살아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은 특별한 것 같지만 일종의 해프닝에 가깝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가 정말 경험하고 싶은 특별한 만남이 있다면 무엇일까. 연예인 혹은 아이돌? 대통령?

여기에 ‘신’을 만난 남자가 있다. 그는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그의 존재를 모르는 이가 없는 ‘예수 그리스도’와 대면했다. 게다가 그는 ‘예수 그리스도’와 밥도 먹고 술잔도 나누었다. 예수와 직접 테이블을 맞대고 종교와 신에 대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게 과연 상상조차 할 수 있는 일인가. 바로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의 주인공 남궁선의 이야기다.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평범한 주인공이 예수를 직접 만난다는 독특한 설정으로 기독교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공연이다. 하지만 안을 좀 더 들여다보면 작품은 ‘예수를 대면’한다는 경이로운 체험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인간과 신, 일상과 행복에 대해 종교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가슴에 품었던 고민을 대화를 통해 풀어낸다. 예수를 전면에 등장시키지만 기독교인을 위한 종교적이고 편협한 작품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나사렛 예수와의 만찬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연극의 주인공 남궁선은 ‘예수와의 만찬에 초대한다’는 수상한 한 장의 초대장을 받는다. 초대장에는 보내온 주소도 회신요청도 없다. 신용카드 신청서와 광고지 다발 속에 섞여 들어온 이 수상한 초대장을 남궁선은 대수롭지 않은 친구들의 장난으로 여긴다. 하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남궁선이 정작 초대장을 들고 레스토랑의 문을 열었을 때 그곳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남궁선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모두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다. 과거 교회에 열심히 다닌 경력이 있는 그는 현재는 신에 대해 의심을 품으며 비기독교적 성향을 보이기도 한다. 끊임없이 그는 “왜 신은 인간이 이렇게 되도록 만들었나?”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은 이에 깊이 공감하며 예수의 반응과 답을 기다린다. 예수에게 거침없이 궁금증을 풀어내며 힐책하듯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남궁선은 곧 관객의 대변자인 셈이다.

우리들의 ‘진심’을 깨닫는 순간

남궁선은 일반적인 회사원이자 가장의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쉽게 말할 수 없는 인간 내면의 정직한 본심을 드러내 의미심장한 깨달음을 주기도 한다. 극의 초반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욕망이 무엇인가’를 묻는 예수에게 주인공 남궁선은 ‘사랑받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답한다. 얼떨결에 사랑받고 싶은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고만 남궁선의 모습은 관객에게 불편한 동시에 따뜻한 위로가 된다. 사랑받으며 살아간다는 것, 바쁜 일상 속 소외받아왔던 우리들의 ‘진심’을 깨닫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윤당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예수와 함께한 저녁식사’는 일상에 지친 직장인, 어깨가 무거운 가장을 비롯해 아버지, 어머니, 수험생 등 세대를 불문하고 관객에게 위로가 될 만한 공연이다. 어린 시절 짓궂은 장난으로 타인을 상처 입히고 꾸중을 들은 아들 남궁선이, 죽음의 위기 속에서 출산하는 아내의 고통을 나누며 한마음으로 기도하는 남편이 되고, 어린 딸이 잘못된 선택으로 큰 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사랑으로 용서할 아버지가 되어간다. 남궁선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남편을 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우리 모두의 ‘진심’과 맞닿아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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