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거기’는 강원도 강릉, 마을이 ‘부채끝’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이름이 ‘부채끝’이 돼버린 작은 마을의 작은 카페에서 시작된다.
어스름한 저녁물이 들 때 마을의 노총각들은 어김없이 하나둘 작은 카페로 몰려든다. 늘상 보던 얼굴인데도 수다가 이어진다. 모두들 부채끝에서 평생을 지내온 토박이들이다. 작은 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병도가 운영하는 카페로 몰려든 이들은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로 서로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가련하고도 청순한 젊은 여자 하나가 홀연히 나타난다. 남자들 틈바구니 속에 한 여자가, 그것도 심지어 ‘예쁜 여자’가 등장하자 노총각들의 눈에는 강렬한 불꽃이 인다. 남자들은 낯선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귀신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문을 두들겨 대는 귀신, 계단에 앉아 있는 귀신 등 갖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진다. 여자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한 ‘귀신 이야기’가 끝나자 여자는 또 다른 ‘귀신 이야기’를 들려준다.
여자의 ‘귀신 이야기’는 슬프다. 짠하다. 하지만 어딘가 가슴을 뜨끈하게 적시는 무엇인가가 있다. 맥주, 소주, 와인 등 오가는 술잔 속에 이야기는 무르익어가고, 이들은 서로의 이야기에 흠뻑 빠진 채 시간을 보낸다.
연극 ‘거기’
11월 25일(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연극 ‘거기’는 극단 ‘차이무’와 엔터테인먼트 ‘이다’가 만든 합작 연극 프로젝트 ‘이것이 차이다’의 두 번째 작품이다.
극작가 코너 맥퍼슨의 희곡 ‘The Weir’을 원작으로 한다. 코너 맥퍼슨은 이 작품을 통해 99년 올리비에상의 최우수희곡상과 평론가협회상, 이브닝 스탠다드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 공연은 극단 차이무의 예술감독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인 이상우가 맡는다.
이번 공연은 극단 차이무를 대표하는 배우들과 실력파 배우들의 함께 출연한다. 가장 나이가 많은 51세 ‘장우’ 역은 연극 ‘레드’, 드라마 ‘추적자’, ‘무신’ 등을 통해 잘 알려진 강신일을 비롯해 원창연, 김승욱, 김중기 등 관록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온천집 사장인 45세 ‘춘발’ 역은 민복기와 이대연이 출연하며 최근 드라마 ‘골든타임’을 끝낸 이성민이 새롭게 합류한다.
설비보수 가게 주인인 42세 ‘진수’ 역은 정석용, 오용, 송재룡이 번갈아 가며 출연한다. 네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가 모이게 되는 카페의 주인인 ‘병도’ 역은 진선규와 김훈만이 함께한다. 네 명의 남자를 사로잡은 묘령의 여인 ‘정’ 역으로는 송선미, 김소진, 오유진이 출연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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