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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할머니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주은, 유정민 인터뷰②8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대학로 예술마당

곳곳에 소외된 이웃과 가족이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식구를 찾아 헤매는’ 두 할머니의 여정은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진다. 따뜻하게 정을 나누고,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기댈 수 있는 우리의 ‘식구’는 어디에 있을까. 버겁고 힘든 일상 속에서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내 편이 절실해질 때, 작품은 소중한 존재가 되어가는 두 할머니를 통해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정한 ‘식구’의 의미란 무엇인지,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의 한 식구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어땠는지, 두 주연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요즘 노인문제, 이웃문제 등 현대사회의 소외문제가 커지고 있는데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배우의 입장에서 ‘식구’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주은: ‘식구’란 변치 않고 옆에 있어줄 수 있는 존재가 아닐까요. 이로우면 가져가고 아니면 버리는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서요. 미우나 고우나 옆에 있어주고, 힘들면 토닥여주고, 밥 한 끼 같이 해줄 수 있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죠. 가끔 만나서 좋은 말 해주는 사람은 많지만, 보기 싫을 때에도, 내가 형편이 안 좋을 때도 변치 않고 있어주는 존재는 귀하거든요. 꼭 혈연이 아니더라도요.

유정민: 우리 공연에서는 할머니들의 이야기,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가족’과 ‘식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요. 사실 개인적으로도 ‘식구’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꿈이 입양을 하는 거였거든요. 많은 아이는 아니더라도 제가 책임일 수 있는 한에서 기댈 곳 없는 아이의 울타리가 돼 주고 싶었어요. 이제 그 시기가 다가오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주변에서는 내 아이와 함께 키우기가 힘들 거라고 조언해주세요. 하지만 지금 딸을 키우면서도 아이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존중해야 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식구’는 피나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존중’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상생’을 만들어가는 관계가 바로 ‘식구’가 아닐까요.

- 작품과 ‘식구’가 되기까지

작품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주은: 바로 이분이(옆에 있는 유정민 배우를 바라보며) 전화를 하셨어요. 2010년 초반이었죠. 유정민 배우 부군이 여기 피디님이신데 피디님이 전화를 안 하고 이분이 전화를 하셨어요.(웃음) 대본을 하나 보낼 테니 읽어보라고 하더라고요. 읽다가 제가 홀딱 빠졌어요. 이건 뭐 두말없이 하자 싶었죠. 대본을 덮자마자 전화해서 ‘이거 누가 쓴 거야?’ 그랬어요.

유정민: 정확히 이러셨어요. “재미있네?”(웃음)

주은: 제가 그렇게 홀딱 잘 빠지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보통 대본을 읽고서 계속 작품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지 봐요.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싶으면 결정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 작품은 너무 재미있어서 ‘너무 좋다’, ‘하고 싶다’ 했어요.(웃음)

유정민: 처음에 저는 이 작품 작, 연출한 오미영 연출이랑 오준석 프로듀서랑 극단을 하고 있었어요. 신작 뭐 없을까 고민 중에 음향디자이너인 빈동준 씨가 감명 깊게 본 다큐멘터리라며 ‘들꽃처럼 두 여자 이야기’ DVD를 가져왔어요. 처음에는 할머니들이 일상이 지루해서 잤어요. 그런데 오미영 작가는 그 안에서 뭔가를 발견했어요. 작품 써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초고를 가져와서 리딩을 했죠. 초고에서는 지화자 할머니 역할이 ‘김치매’라고 말을 못하시는 분이었어요. ‘박복녀’가 모든 걸 다 했어요. 몽냥꼬의 대사도 다 읽어주시고, 할머니의 말도 이해해주시는 전지전능한 인물이었어요. 그러다 ‘지화자’란 캐릭터가 새로 만들어지고 지금에 가까운 작품이 됐어요.

저는 그 사이에 아이 낳고 복귀해서 다른 작품을 하다가 올해 계속 작품을 해보자고 연출과 피디가 제안을 했어요. 작품은 예쁘다고 칭찬을 받았고 아직 못 보신 분들도 많으니 힘을 보태는 마음으로 즐겁게 합류했어요.

- ‘할머니 파트너’가 된 두 여배우의 인연

두 분의 만남도 궁금한데요. 이 작품 이전에도 인연이 있었나요?

유정민: 저희 둘 다 극단 아리랑 출신이에요. 같이 활동하지는 않았지만요.

주은: 제가 91년부터 2001년까지 있었고요.

유정민: 제가 2001년 말에 들어왔어요. 나가실 때 딱 들어왔죠. 극단에서 공연하거나 워크숍할 때 꾸준히 봐주셨던 선배님이셨어요. 저도 언니가 밖에서 활동하시면 공연 보러 가기도 하고요. 저는 무대 위에서 선배님이자 배우로서 뵀기 때문에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에요. 연기 잘하시는데 많은 사람들이 언니를 알지 못해서 안타까웠거든요. ‘식구를 찾아서’로 주은이라는 배우가 관객과 더 많이 만나고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주은: 우리 둘은 이제 알아가는 인연인 것 같아요. 전에는 항상 극단에 가도 잠깐 여러 후배들 틈에서 스쳐가는 사이였거든요. 상대역을 하면서 이제야 ‘이런 사람이었구나’ 해요. 참 똘똘하고 야무지고, 건전하고, 든든해요. 제가 오히려 의지하면서 갈 수 있는 파트너죠. 저는 좀 덤벙덤벙하고 숭숭 빠진 데가 많은데 옆에서 턱 받쳐줘서 든든해요. 앞으로 좀 더 알아가게 되겠죠?

- ‘이 시대의 큰 위로’가 되는 작품

마지막으로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OOO다”라고 정의해주신다면?

주은: 아까 낮에 생각한 건데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다가 한두 마디에 큰 위로가 확 다가오는 느낌을 받았어요. 큰 위로를 받는 순간 너무 행복해서 갑자기 울었거든요. 우리 작품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제가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고요. 제가 누군가에게 잘 보여지는 배우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누구나 그런 위로가 필요한 것 같아요. 아무리 씩씩하게 사는 사람이라도 위로는 필요한 법이죠. 우리 작품이 그런 ‘이 시대의 큰 위로’였으면 좋겠네요.

유정민: 저는 좀 개인적인 의미가 있는데요. 저한테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할아버지의 목욕의자’예요. 무대 위에 그걸 놓고 한 달 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플라스틱 빨간색 의자는 거스러미도 올라오고 페인트도 묻어 있어요. 마당에서 햇볕 쬐러 불편하신 몸을 지팡이를 짚고 나오셔서 그 의자에 앉아계셨어요. 감사함도 있고 추억도 있는 의자에요. 의자를 보면서 나무 등걸처럼 누구나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놓고 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해요. 그런데 어느 날 제 딸이 24개월 됐을 무렵 대구에서 무대 설치를 하고 데려갔는데 척척 가더니 그 의자에 앉는 거예요. 참 신기하더라고요.(웃음)

할아버지의 의자를 알아봤나 봐요.

유정민: 그러게요. 할아버지가 앉으셨던 자리에 증손녀가 가서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이 작품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어도 따뜻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의자처럼요. 관객분들이 공연을 봤던 기억이나 추억이 일상생활에서 되살아나면 또다시 힘을 얻고요. 작품을 떠올리면서 울고 싶은 날에는 많이 울고, 깔깔대고 싶으면 깔깔대고, 그러면서 편안히 쉴 수 있는, ‘할아버지의 목욕의자’ 같은 작품이 됐으면 해요.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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