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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출가의 고충,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뮤지컬 ‘쌍화별곡’ 이란영 연출가뮤지컬 ‘쌍화별곡’으로 연출가 첫 데뷔해

뮤지컬 ‘쌍화별곡’으로 첫 연출 데뷔를 한 이란영은 원래 ‘안무가였’다. 한국 창작 작품과 라이선스 작품을 가리지 않고 ‘이란영’ 만의 안무 스타일을 구축하며 여러 번 안무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의 손을 거친 작품만 해도 뮤지컬 ‘모차르트!’, ‘하드락카페’, ‘영웅’, ‘몬테크리스토’, ‘피맛골연가’ 등 관중을 사로잡는 안무로 잘 알려진 작품들이다.

그런 이란영이 지난해부터 ‘안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안무만’은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자신에 들어온 안무 의뢰를 정중하게 거절해 온 그녀는 최근 뮤지컬 ‘쌍화별곡’을 통해 첫 연출가의 꿈을 이루게 됐다. 연출가로서 자신을 찾아준 첫 작품이자, 처음이기에 가장 ‘이란영’스러울 수 있었던 뮤지컬 ‘쌍화별곡’에 대해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봤다.

안무가 ‘이란영’의 첫 연출가 데뷔 비하인드 스토리

안무가 ‘이란영’이 연출가로의 변신을 시도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이란영이 연출을?’이라는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냈다. 안무가로서 큰 명성을 얻고 있던 그녀였기에 궁금증과 관심은 더욱 컸다. 더욱이 첫 연출작을 창작뮤지컬 초연작으로 한다 했을 때에는 주변의 더 큰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란영이 첫 연출작부터 짊어져야 할 짐이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뮤지컬 ‘쌍화별곡’은 20억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였음에도 제작 기간이 길지 않았고, 검증된 텍스트도 없는 상황이었다. 무수한 창작 작품에서 안무를 해 왔던 그녀지만 초보 연출가로 감당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큰 것이 사실이었다.

“처음에는 엄청 부담됐죠. 다들 왜 이 뮤지컬을 첫 작품으로 하느냐고 말들을 많이 했었어요. ‘안무를 잘하고 있는데 왜 연출을 하려고 하지’ 그런 시선도 있었고요. 어느 정도 마음을 비웠을 때 결정할 수 있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것들이 많아서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비우고 갔어요. 이 작품을 통해서 내가 앞으로 연출하는데 무엇이 부족한지 배울 수도 있을 것 같았고요. 만약 그렇게 비우지 않았다면 이 작품을 선택하지는 못했을 거예요”

그녀가 처음으로 안무를 하고 싶었던 것은 ‘자신의 그림’을 명확하게 그려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안무’와 ‘연출’이 전혀 다른 분야가 아니라는 믿음도 있었고,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기에 더 매끄러운 작품이 탄생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있었다.

지금은 캔버스에 첫 선을 그었고, 더 그려야 할 ‘선과 면’이 수없이 많이 남은 그녀지만 연출가로서의 출발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연출가로의 데뷔를 꿈꿔왔지만 기회가 쉽사리 찾아오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제가 안무만 하는 작품은 안 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몇 작품을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었고요. 그 때문에 그동안 쉬는 기간이 조금 있었어요. 연출 참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다가 공연이 미뤄지면서 확정이 안 된 작품도 있었고요. 제가 연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이 작품이 들어왔어요”

얼마 전 열린 뮤지컬 ‘쌍화별곡’의 첫 공연 당시 이란영은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했다. 자신의 첫 연출작이 무대에 오른 것을 본 소감이 어땠는지 묻자 “떨렸어요. 하지만 생각보다 떨지는 않았어요. 첫 공연인데 실수가 없어서 정말 감사했죠. 매끄럽게 흘러가서 마지막은 관객 입장에서 편하고 재미있게 봤던 것 같아요.(웃음)”라고 말했다.

 

뮤지컬 ‘쌍화별곡’을 만들어 가는 동안

첫 연출작인 뮤지컬 ‘쌍화별곡’을 무사히 무대에 올릴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이란영은 “스태프들의 공이 컸다”고 말했다. 극작 이희준, 작곡 장소영, 조명 구윤영, 분장 채송화, 무대 오필영까지 비슷한 나이대의 스태프들이 함께 이야기하고 풀어나갔기 때문이다. 이란영은 이 작품에 함께하는 창작진들을 ‘상하조직’이 아닌 서로 ‘동등한 입장’에서 대하며 많은 아이디어와 생각을 나누고 공유했다.

“이 팀의 호흡이 정말 좋았어요. 제가 화를 잘 안 내서 늘 분위기가 좋아요.(웃음) ‘아메리칸 스타일’이라 상하조직이 아닌 친구처럼 일을 진행해요. 친구니까 충고도 해줄 수 있는 거고요”

이번 공연은 이란영이 스태프로 작품에 참여했던 경험도 유용하게 작용했다. 연출가가 스태프를 믿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스태프가 일하다 보면 풀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어요. 그럴 때 저에게 물어보면 대답해 주죠. 저도 안무가로 일했을 때 가장 그림이 잘 나오는 경우가 연출가가 저를 믿어줄 때였거든요. 제 그림을 펼칠 수 있을 때요. 장면이나 작품의 느낌은 제가 말해주지만, 너무 확실하게 말하진 않아요. 그런 점이 스태프의 발을 묶을 때도 있어서요. 대신 스태프가 가져온 아이디어가 마음에 걸릴 때는 여러 번 생각해요. 이 사람이 왜 이렇게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해서요. 그리고 계속 마음에 걸리면 바꾸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죠”

뮤지컬 ‘쌍화별곡’을 만들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냐 묻자 “연출로서 불편한 점은 하나도 없었어요”라고 단번에 말한다. 그녀가 안무가로 일하며 수많은 배우와 스태프들을 직접 경험해 온 탓에 함께 일하는 이들과의 마찰은 없었기 때문이다. 의외로 그녀는 가장 어렵고 난감했던 부분으로 “잠”을 꼽았다.

“잠 못 자는 거?(웃음) 체력적으로 힘든 게 가장 난감했어요. 일은 즐거우니까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저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소재로 작품이거든요.(웃음)”

뮤지컬 ‘쌍화별곡’은 ‘해골물 일화’로도 잘 알려져 있는 신라 시대 승려 ‘원효’와 ‘의상’이라는 두 인물을 소재로 한다. 이란영은 이미 뮤지컬 ‘원효’에서 안무로 먼저 이 소재를 접했다. 그녀는 같은 소재의 두 뮤지컬에 대해 “뮤지컬 ‘원효’와 뮤지컬 ‘쌍화별곡’은 서로 말하는 게 달라요. 보는 관점이 다르죠. 큰 줄기는 같지만 원효와 요석과의 사랑, 희로애락 등을 바라보는 초점이 달라요. 뮤지컬 ‘쌍화별곡’은 승려인 원효와 의상을 조명하는 게 아니에요. 사실 이들에겐 ‘승려’가 직업이잖아요. 이 뮤지컬은 이들이 하는 일을 목적으로 두는 게 아니라 ‘인간이 갖는 감성’을 중점적으로 다뤄요. 인간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이요. 우리 작품의 인간들은 좋은 쪽으로 일을 해결해 나가죠. 죽이거나 미워하거나 해치는 것이 아니라, 설상 질투하고 미워하더라도 결국엔 반성하고 승화시켜요”라고 전했다.

시작 전부터 가타부타 말이 많았던 제목에 대해서도 그녀는 ‘정말 마음에 든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등장인물을 ‘꽃’에 비유한 것과 ‘별곡(別曲)’이라는 글이 주는 이미지가 좋았다는 설명이다. “이 작품 제목에 대해 말이 많았어요. 제가 만약 싫었으면 바꾸자고 했을 텐데.(웃음) 처음 들었을 때 느낌이 정말 좋았어요. 한국적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좋았어요. 사람들이 제목에 대해 말할 때마다 못 들은 척 하고 가만히 있었어요.(웃음) 그건 우리가 이 작품을 잘 만들면 제목과는 상관없이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아요”

“연출가의 고충, 이제야 이해하게 됐다”

최근 이란영에게는 달갑지 않은 말이 생겼다. 바로 ‘안무 잘한다’는 소리다. 그녀에게 ‘칭찬이자 질책’이 동시에 느껴지는 이 말은 연출가로서 인정받고 싶은 그녀의 바람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출했는데 안무 잘한다고 하면 어쩐지 안무만 할 줄 아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스태프들이 작품을 보면서 ‘안무 좋다’고 한마디씩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정말 기분 좋은 말이었을 거예요. 근데 이미 나는 연출가더라고.(웃음) 제가 안무를 했지만 전 안무가가 아닌 거죠. 스스로에게 질투를 하고 있는 게 되게 묘해요(웃음)”

첫 연출작을 경험하면서 이란영은 이제야 ‘연출가의 고충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연출가는 음악, 조명, 무대, 배우 등을 아울러야 한다. 다양한 분야의 협업을 조정하는 위치로서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외로움과 고충을 깨닫게 된 것이다.

“제가 배우를 했던 사람이라 ‘박수’를 받는 것에 대한 ‘카타르시스’가 있었어요. 하지만 안무가를 하면서 저는 ‘늘 뒤에 있는 사람’ 같이 느껴지더라고요. 그 때문에 1~2년여를 굉장히 괴로워한 적이 있었어요. 아무도 봐주질 않으니까 힘들었죠. 그러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뒤에 있는 게 편해지게 됐어요. 이번에 이 작품을 하면서 연출은 안무가보다 더 뒤에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정말 외로운 직업이더라고요”

인터뷰의 끝자락, 연출가 이란영의 향후 계획에 대해 물었다. 그녀는 “안무만은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앞으로의 10년 정도는 연출가의 길에 매진해서 열심히 한 번 해볼 생각이에요”라고 답했다.

연출가로 변신한 이란영이 말한 ‘앞으로의 10년’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초심자의 열정’ 때문이다. 그녀의 꿈은 이제 막 시작됐고, 열정은 오래 달릴 만큼 충분해 보인다. 쉽게 식지 않을 것 같은 이란영의 ‘연출 열정’을 오랫동안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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