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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눈물로 빚은 사랑,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김경수, 이지숙 인터뷰②10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을 소리와 몸짓으로 만들어내는 힘이 있는가 하면, 중요한 진실을 보이지 않게 감추는 의미심장한 의도도 숨어 있다. 제목이 ‘왕세자 실종사건’인 것처럼 궁내에서 왕세자는 보이지 않는다. 감쪽같이 사라진 왕세자 대신 화제가 되는 것은 일개 내관과 나인의 관계다. ‘궁에서 가장 미천한 사람들의 사랑’과 ‘한 나라의 왕세자의 실종’, 그 어림없는 무게감의 차이가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가볍지 않은 무대의 중심에 선 ‘구동’과 ‘자숙’에게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의 주제에 대한 생각과 커튼콜의 기억, ‘손에 쥔 살구’의 정체 등을 물어봤다.

무대에는 왕도 있고 중전도 있어요. 하지만 중심은 구동이와 자숙이죠. 이렇듯 작품은 ‘미천한 사람들의 위대한 사랑’을 깊이 조명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주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지숙: 구동이가 칼에 베이고 보모상궁이 들어와서 ‘악’하고 소리를 질러요. 왕의 왜 그러냐 묻자 ‘저는 그저 세자마마를 찾고 있었을 뿐입니다’ 하고는 ‘아, 맞다 세자마마’ 하면서 다들 퇴장하죠. 저는 그 장면이 너무 슬퍼요. 왜냐하면 물론 중요한 것은 왕세자가 사라졌고 그를 찾는 것이지만, 사실 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을 버려두고 사소한 것에 연연하는 일이 많잖아요. 중요하지 않은 것들로 인해 정말 중요한 것을 못 보는 거죠. 자숙을 따라 궁에 들어온 내관 구동의 이야기가 사건에 휘말려 화제의 중심이 되지만 다시 바람처럼 잊혀지는 상황이 너무 슬펐어요. 그 부분이 배우로서도 가장 공감이 가는 장면이고요.

김경수: 제목 자체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종의 트릭이라고 생각해요. 여러분은 정말 중요한 본질을 잊고 있지는 않는가 하는 질문을 던지죠. 제가 칼에 맞고 부상당해 있는 중인데도 왕세자가 없어진 사실을 한참 후에야 다시 깨닫는 것처럼요. 본질, 그것이 작품이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것 같아요. 보모상궁이 바로 무대에서 그 본질을 지켜주는 유일한 존재고요.

신분이 높은 왕과 중전이 부러운 적은 없었나요?

이지숙: 중전 옷이 예뻐요. 아, 그리고 양말도 신으세요.(웃음)

김경수: 저희는 양말도 없어요.

이지숙: 구동과 자숙은 버선을 안 신거든요. 가장 미천한 사람들이니까요. 우리 둘만 안 신어요. 속바지도 없고요.

김경수: 그런 부분마저도 저희를 미천하게 만들어주시는 연출님의 디테일함에 감사하죠.(웃음)

안 보이는 부분까지 미천하지 않으셔도 좋을 텐데요.(웃음)

김경수: 아뇨.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정말 미천한 사람이구나 하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평소에도 이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손 모으고 있어요.(웃음)

연습이 힘들었던 작품이니만큼 공연 후 보람도 남다를 것 같은데요.

이지숙: 관객분들이 잘한다 해주시면 물론 보람 있죠. 커튼콜 때 관객분들 눈빛을 보면요. 배우와 같이 울고 울어서 촉촉해져 있어요. 그 눈빛에서 위안을 많이 받죠. 공연 끝나면 마음이 정말 힘들거든요. 관객 눈을 보면서 치유를 받아요. ‘알아. 나도 너희 같은 사랑을 알아’ 하시는 인정과 공감의 눈빛이 큰 위안이 돼요. 그리고 커튼콜에서 구동이를 볼 때는 참 슬퍼요. 이미 저한테는 죽어 있는 사람이라 마치 환영을 보고 있는 것 같아서 슬프고 힘들더라고요.

김경수: 저는 커튼콜 때 자숙이를 보면 좋아요. 다시 봐서요.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은 거죠. 저는 구동이니까요.(웃음)

보면서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마술 부리듯이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살구가 신기하더라고요. 손 위에 없던 살구가 뛰고 나면 생기던데 어떻게 된 거죠?

김경수: 이거 말씀드려도 되려나? 실은 주머니가 있어요, 살구를 숨겨놓는.

아, 전혀 몰랐어요.

김경수: 다행이네요. 연습을 많이 해야 돼요. 티가 안 나게요. 그래서 처음에 살구를 꺼내는 시점을 가장 조심해요. 너무 부스럭거리면 안 되니까 눈속임을 하는 거죠. 꺼내는 반대쪽 손을 움직여서 시선을 끈다거나 해요. 아직까지도 좀 불편한데요. 노력 중입니다.(웃음)

살구의 진짜 정체는 무엇인가요?

이지숙: 진짜 살구는 아니고요. 살구모형이에요. 아주 딱딱하지는 않고 살짝 겉이 말랑해요. 평소에 하도 구동이가 만지작거리니까 살구가 때가 타서요. 연출님이 어느 날 살구가 너무 까맣다고 나 같으면 줘도 안 먹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오빠가 그날 세면대에서 뭘 열심히 닦고 있어서 보니까 살구를 빡빡 닦고 있더라고요. 짠하고 내미는데 살구가 반짝반짝했어요.

김경수: 그동안 내가 너무 살구에게 무심했구나 싶더라고요. 제가 봐도 까맸거든요. 자숙이도 연기하기 굉장히 불편하겠다 싶어서 미안했죠.(웃음)

- 우리들의 ‘만남’과 ‘인연’ 이야기

이 작품과 만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한데요.

이지숙: 원래는 다른 역할이었어요. 작년에 궁에서 공연할 때 중전 역할을 제안하셨는데 그때 발목수술을 해서 걷는 게 좀 힘들었어요. 그 사실을 말씀드리면서 상태를 보여 드리러 갔는데 다행히 공연에는 문제없겠다 하셔서 안심했죠. 그런데 그날 저녁에 중전을 못하게 됐다고 연락이 온 거에요. 무대 위에서의 모습이 강해 보여서 중전역으로 생각했는데 실제 만나서 얘기해보니 자숙이 더 잘 어울리겠다시면서 자숙 역할을 주신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의 속에 있는 내면을 먼저 보신 것 같아요. 절 잘 아는 사람들은 자숙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지난 공연 모습만 본 분들은 중전이 어울린다 하시거든요. 결과적으로 다른 역할, 다른 작품을 할 수도 있었는데 자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얘랑 나랑 인연이 있구나 싶어요.

김경수: 저는 원래부터 연출님 팬이었어요. 연출님 작품인 ‘호야’랑 ‘오이디푸스’를 봤는데 연출님 양식 자체가 너무 독특해서 인상 깊었어요. 보면서 배우들이 굉장히 힘들겠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도 저렇게 힘들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쇼케이스 작업으로 연출님과 처음 만나뵙게 됐는데 짧지만 재미있는 작업이었어요. 그때 절 좋게 봐주셨는지 이 작품 출연에 제안을 해주셨고, 저는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두 분의 인연도 궁금한데요. 이번 작품이 첫 만남이신가요?

김경수: 이 작품이 완전 처음이에요. 저는 이 친구 첫인상을 잊을 수가 없어요. 조금 늦게 합류했는데도 이 친구의 연기가 이 작품의 대단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줬어요. 저는 공연이 끝나면 연기를 다 까먹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는 작년에 공연하고 일 년 만에 처음 온 건데 왕와 자숙의 씬에서 바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처음 보는 배우들도 있었고, 어색할 수 있는데도 바로 눈물을 흘리는 걸 보고 ‘이 작품의 정서가 정말 짙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또 그걸 계속 기억하고 있던 게 놀랍고 대단해 보였고요. 제가 캐릭터를 잡지 못해 힘들었을 때도 이 친구가 옳은 방향으로 인도해주고 잘 이끌어줘서 고마웠어요.

이지숙: 저는 오빠가 이렇게 느꼈다는 걸 나중에 들었어요. 당시 저는 다 잊어버렸겠지 생각했는데 지난 공연에서 연습을 엄청나게 해서인지 몸이 기억하고 있더라고요.(웃음) 일 년이 지났는데 나도 모르게 하고 있는 거예요. 그땐 저도 너무 신기했어요.

서로를 곁에서 보면서 어떤 배우라고 생각하고 있으신지요.

이지숙: 굉장히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땀을 더 흘리는 걸 보니까요. 오빠는 공연처럼 똑같이 연습을 하고 들어가니까 하루에 두 번씩 공연하는 것과 같아요. 보면서 나도 열심히 해야지 하는 자극을 받아요. 다른 작품으로도 계속 만났으면 좋겠어요.

김경수: 저도 정말 좋은 파트너를 만났다고 생각해요. 잘 이끌어주고요. 꼭 인터뷰를 하면 파트너에 대해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이 작품 외에도 공연계에서 소중한 인연이 있으시다면?

이지숙: 저는 선우 배우요. 남자의 자격으로 알려졌고, 지금은 ‘셜록홈즈’하고 있는 친구에요. ‘돈주앙’ 오디션에서 처음 만났어요. 저는 그 작품을 하게 됐고 어쩌다 보니 그 친구는 못하게 됐지만 사이가 멀어지지 않고 오히려 가까워졌어요. 성격도 참 잘 맞고 선우가 배려심이 많은 친구거든요. 작품 할 때마다 서로 응원해주고, 힘들어할 때마다 힘이 돼 줬어요. 선우가 제가 힘들어할 때 ‘너는 제일 좋아하는 친구지만 배우로서도 정말 존경하는 배우’라고 말해줘서 큰 힘이 됐어요. 아직 같은 작품을 한 적이 없어서 조만간 같은 작품을 꼭 하고 싶어요.

김경수: 저는 ‘그리스’라는 작품에서 만난 인연을 꼽고 싶어요. 이 작품만큼 힘들고 많이 배웠던 작품이었는데요. 특히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어요. 보통 공연하면서 동갑내기 친구 하나 만나기가 힘든데 그때 동갑내기를 4명이나 만났어요. 2008년도에 처음 만났는데 지금까지도 너무 친해요. 지금은 다들 드라마나 영화 쪽으로 진출하고, 뮤지컬도 하고 있어요. 뮤지컬 ‘라카지’ 했던 이동하 배우, 악동클럽 출신 임대석과 이아청이라는 친구도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고 있는데 정말 친한 친구들이에요. 작품 안에서만 친한 게 아니라 고향도 전부 경상도라 마음까지 다 터놓고 지내는 사이에요.

앞으로도 두 분의 소중한 인연, 다른 작품으로도 이어가시길 바라면서 마지막 질문 드릴게요.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은 OOO이다’하고, 이 작품을 한 단어로 표현해 주신다면?

김경수: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은 ‘고단함’이다.

이지숙: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은 ‘눈물땀’이다.

김경수: 이러니까 너무 괴로움만 강조된 것 같은데요. 이건 어떨까요? ‘고달함’이요. 쓰지만 달달한 작품이란 뜻으로요. 땀과 눈물이 모여서 쓰지만 달콤한 ‘고달함’이 되는 작품, 그게 바로 뮤지컬 ‘왕세자실종사건’이 아닐까요.

 

박세은 기자_사진제공 극단 죽도록달린다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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