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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과 눈물로 빚은 사랑,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 김경수, 이지숙 인터뷰①10월 2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의 무대 위에는 ‘죽도록 달리는’ 배우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미천해서 아름다운’ 남녀 한 쌍이 한 줄기 빛을 발하는 듯 울고 웃는다. 바로 구동과 자숙이다. 살구밖에 줄 것이 없는 사내와 사랑에 보답할 수 없는 여인의 애틋한 사랑이 객석에 안타까운 눈물꽃을 피운다.

뮤지컬 ‘왕세자 실종사건’은 2010년 초연 이후 긴박한 사건 전개와 독특한 연출로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아왔다. 지난해 경희궁 숭정전을 시린 사랑으로 채운 후 2012년에는 대학로로 무대를 옮겼다. 구동과 자숙으로 살기 위해 땀과 눈물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주연 배우 김경수, 이지숙을 만나 작품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대 위에서 많이 뛰고, 조아리고, 엎드리시던데요. 몸은 좀 괜찮으신지요?

김경수: 몸보다는 체력이 문제에요. 무릎은 연습 전부터 안 좋았는데 치료받고 괜찮아졌거든요. 뛰는 게 그냥 그때그때 느낌으로 뛰는 것 같아 보이실지 모르지만 연출님께서 하나하나까지 정확하게 계산을 해서 뛰고 떨어지도록 만들어주셨어요. 부상에 대한 위험은 생각보다 없는 편인데 체력이 문제네요.(웃음)

이지숙: 몸을 많이 풀고 공연에 들어가요. 그래야 안 다치니까요. 저도 체력이 문제에요. 2회 공연한 날은 정말 힘들더라고요.(웃음)

- ‘약속’이 정말 많은 공연

무대 위 배우들의 정확한 동선이 놀라웠어요. 동작과 소리의 절묘한 매칭이라든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명이 정확하게 움직이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연습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요?

이지숙: 약속이 정말 많은 공연이에요. 순간의 융통성이 통하지 않죠. 제가 한 걸음 걸을 때 누가 보이게 한 걸음 뒤로 가고, 내가 넘었을 때 이 사람들도 다 같이 넘고, 갑자기 과거로 돌아가고. 이런 약속이 너무 많기 때문에 처음에 연습할 때는 감정보다는 동선을 지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어요. 극복할 수 있는 건 백 번 천 번 연습하는 것밖에 없었죠. 우리 공연에서 특히 중요한 게 바로 ‘약속’인 것 같아요.

김경수: 저는 제가 몸을 잘 못 쓰는 배우라는 걸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알게 됐어요. 이 작품은 양식이 독특해요. 슬로모션이나 역모션 등 동작이나 몸 쓰는 게 처음에 신선하면서도 어색하더라고요. 몸을 잘 쓰시는 분들이 잘할 수 있는 움직임들이어서 힘들었지만 결국 연습이 해결해준 것 같아요.

똑같이 움직이는 배우들 안에서도 잘 보면 포커스가 있어요. 특히 슬로우모션에서 누가 먼저 움직여버리면 관객입장에서는 먼저 움직인 사람을 보게 돼요. 슬로우모션에서 과거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때 두 사람이 같이 움직이면 두 사람을 동시에 보게 되죠. 그러면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관객들이 전체적으로 총망라해서 볼 수 있도록 움직임을 맞췄어요. 시선이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하면서요.

배우들과 연출님이 대화를 통해서 계속 수정작업을 하셨나 봐요.

이지숙: 저희는 워낙 공연 전에 충분한 연습을 하고 들어가야 하는 작품이어서 끊임없이 점검하면서 맞추는 연습을 했어요. 연출님께 존경스럽다고 느끼는 부분이요. 정말 많이 공연을 해 오셨을 텐데 하루도 안 빼놓고 매 공연을 다 보세요. 꼭 코멘트를 해주시고요. 사실 지겨울 수도 있는데 항상 재미있게 봐주세요.

김경수: 저도 그런 연출님은 처음 봤어요. 그래서 공연을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연출님이 그렇게 열심이신데 배우들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어요? 연출님께서 리더십이 뛰어나신 것 같아요.

-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이게’ 하는 힘

객석에서 배우들의 일사불란한 동작과 몸짓을 보고 있자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무대에서 보이는 것들이 생겨납니다. 문지방이나 담 같은 것들이요. 배우들이 그리는 무대에는 어떤 장치들이 있을까요?

이지숙: 확실히 장면마다 필요한 대도구, 소도구들이 있어요. 문지방이라든지요. 그 부분에서는 배우들이 생각하는 게 똑같아요. 하나, 둘, 셋, 넷, 다섯 번째 칸은 문지방, 문턱이다. 앞에서 하나, 둘, 세 번째 칸은 담벼락 끝이다 하는 식으로 배우들이 다 같이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관객에게 보이듯이 전달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까 본인도 모르는 새 손을 모으고 서 계시더라고요. ‘구동이스러움’이 몸에 뱄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실제 두 배우분은 구동이와 자숙이의 내면을 어떻게 느끼고 계신가요?

김경수: 저는 착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최대한 구동이라는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평소에도 최대한 구동이처럼 착한 마음을 먹고 있죠.(웃음) 제가 예전엔 좀 까칠한 면이 있었거든요. 시크한 것도 아니고, 그냥 까칠했어요. 그런데 이번 공연을 통해서 좀 바보가 됐어요. 착해진 것 같아요.

이 작품 직전에 연출님과 쇼케이스로 했던 공연이 있었는데 제가 외국인 역할이었어요. 굉장히 유쾌하고 재치 있는 독일인 역할이었죠. 그런 역할을 은근히 많이 했는데 구동이는 기술적인 게 절대 들어갈 수 없는 배역이에요. 속부터 구동이처럼 살려고 하다 보니 절로 바보가 되네요.(웃음) 머리로 구동이를 주입하려 하기보다는 ‘구동이라면?’ 하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려고 해요. 그렇게 하니 오히려 그 상황에 맞는 대사와 톤이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이지숙: 저는 처음에 자숙이랑 제가 정말 안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제 성격은 활달하고 남자다운 성격도 있거든요. 자숙이는 중전마마, 왕, 구동이의 사랑을 받으면서 복잡한 감정이 많아요. 중전마마의 남편의 아이를 가졌으면서 중전마마를 어머니처럼 언니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죄송하면서도 내 뱃속의 아이는 소중하고요. 이런 나를 알면서 마음 써주는 구동이에게도 미안함, 애틋함, 속상함 등 너무 많은 감정이 있어요. 처음에는 움직임이나 약속에 맞춰가기 바빴지만 어느 정도 맞추고 나니 그런 상황이 들어오더라고요. 상황에 집중하면서 자숙이답게 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사라지고 몰입이 자연스러워졌어요.

- ‘소리가 살아 있어야’ 무대가 살아나는 작품

이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소리인데요. 공연 중에 끊임없이 북 소리, 바람 소리, 새 소리 등 수많은 소리가 들려오더라고요. 소리는 실제로 현장에서 내는 소리인가요?

이지숙: 일단 저희는 입으로 구동이는 강아지, 자숙이는 새 소리를 내요. 그밖에 귀뚜라미 소리, 부엉이 소리 등 여러 가지 소리가 굉장히 많아요. 귀뚜라미, 부엉이, 새 소리들은 신기하게도 사람이 다 입으로 내는 거예요. 바람 소리도 직접 입으로 하거든요. 다 라이브에요. 뒤에 악사분들이 계신데요. 북도 치시고, 손으로 불어서 소리도 내고, 즉석에서 매번 라이브로 소리를 들려주고 계세요.

김경수: 그러다 보니까요. 에피소드도 많아요. 노래로 치자면 음이탈이 나는 거죠. 워낙 라이브다 보니까요.

이지숙: 처음 등장을 할 때 부엉이 소리가 두 번 나고 등장을 해요. 그런데 어느 날 부엉이가 우우위~우 하고 음이탈이 난 거에요. 그땐 ‘어떻게 하지 처음부터?’ 하고 조마조마했어요.(웃음)

김경수: 새소리가 굉장히 허스키하게 난다거나 하는 일도 있고요.(웃음)

이지숙: 맞아요. 소리에 관해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아요. 제가 매를 맞는 장면에서는 북을 17번인가 18번 정도 때리면 끊어야 하는데 그날따라 오빠가 안 끊으시는 거예요.

김경수: 그날 결국 스물 네 대였나? 자숙이가 많이 맞았죠. 악사분도 ‘대체 언제 끝내지?’하고 당황했을 거예요.(웃음) 소리가 중요하다 보니 생기는 에피소드들이죠. 소리는 저희 공연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에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박세은 기자_사진제공 극단 죽도록달린다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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