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지난 9월 2일 공연을 마지막으로 초연 무대를 마무리했다. 작품은 2000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2010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창작지원 공연부터 차근차근 제작돼 온 뮤지컬은 2012년 7월 14일, 역사적인 초연 무대에 올랐다. 오랜 시간을 거쳐 관객의 앞에 선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는 원작 영화 같은 감성, 다른 느낌으로 관객과 만났다.

이 작품이 관객의 사랑을 받는 데 가장 큰 몫을 한 요소 중 하나는 ‘음악’이다. 작곡가 윌 애런슨의 음악은 작품 전체의 감성을 아우르며 몰입도를 높여줬다. 특히, 메인 테마곡인 ‘Waltz’는 영화 속 쇼스타코비치의 왈츠와 또 다른 매력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았다.

기자의 수다 :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가 처음 공개됐을 때 가장 먼저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끌었던 것은 바로 작곡가 윌 애런슨의 음악이었다. 첫 공연을 보고 온 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에는 공통적으로 ‘윌 애런슨’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먼저 공연을 확인한 이들의 ‘입소문’을 듣고 있자니 직접 두 눈으로 무대와 음악을 확인하게 될 생각에 몸이 달았다. 원작 영화의 이야기와 작품 속 흐르는 음악들을 정말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원작 영화의 이야기를 어떻게 압축했을까’, ‘어떻게 무대화했을까’, ‘외국 연출이 한국적인 감성의 이 작품을 제대로 해석했을까’ 등 온갖 궁금증이 머리를 맴돌았다. 거기엔 ‘도대체 음악이 어떻기에 사람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을까’에 대한 궁금증도 포함돼 있었다.

공연을 보러 가기 전 작곡가 ‘윌 애런슨’이 ‘쇼스타코비치의 왈츠(Jazz Suitz No.2)’가 아닌 자신의 왈츠로 승부를 건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는 영화 속 ‘태희’와 ‘인우’가 춤을 추는 장면에 등장했던 음악이다. 두 사람이 석양을 뒤로 한 채 바닷가에서 손을 마주 잡고 발을 맞추던 이 장면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됐던 명장면이기도 하다. 정말 탁월한 음악 선택이라 믿었기에 ‘새로운 왈츠’의 등장은 사실 꽤나 충격적이었다. 드디어 공연을 직접 확인하는 날, 무대에서 작품의 감성을 모두 품고 흐르는 아름다운 선율을 온몸으로 체감하며 생각했다. ‘아, 이 사람 정말 천재구나!’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를 위해 ‘윌 애런슨’이 만든 ‘10여 개의 왈츠’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에 ‘태희’ 역으로 출연한 배우 최유하는 “처음 들었던 곡은 듀엣곡이었고, 두 번째 들었던 곡이 ‘프롤로그부터 왈츠까지(메인 테마)’였어요. 그때 한 방 맞았죠. 만든 사람이 정말 천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굳이 ‘윌 애런슨’이 ‘내 왈츠’로 하고 싶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윌 애런슨’은 다양한 버전의 왈츠를 작곡했다. 뮤지컬해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거의 왈츠 앨범 하나를 제작할 정도”의 곡을 썼다는 후문이다. ‘윌 애런슨’이 작곡한 약 10여 개 정도의 왈츠는 모두 제각기 다른 멜로디와 색을 띠는 곡들이었다. 이번 공연 무대에 오른 왈츠는 여러 개의 왈츠 중 이번 무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곡으로 심사숙고 끝에 결정돼 무대에 오를 수 있었다.

무대에서 확인한 ‘윌 애런슨’의 음악은 그의 자신감이 무색하지 않게 작품을 한층 아름답게 하는 데 성공했다. 현악기를 중심으로 한층 풍부한 소리를 들려주며 넓은 무대 공간을 감성으로 채웠다. ‘감성으로 승부’를 거는 이 작품에 진정한 ‘신의 한 수’는 ‘윌 애런슨’의 음악이 아니었을까.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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