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국가대표 운동선수들이 국민에게 런던올림픽에서 종합메달순위 5위라는 영예를 안겨주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일명 ‘엘리트 체육’이라고 불리며 재조명받은 우리나라 훈련시스템의 배경에는 각 선수들의 열정은 물론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육성시스템이 있었다. 수년간 높은 수준의 목표를 가지고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육성해 온 국가적인 정책과 지원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편,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이러한 체계적인 육성과 지원정책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국내의 문화예술 향유율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는 편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과학 등 하드파워는 평균을 넘어섰지만, 문화예술 등 소프트파워는 평균이하인 수준에 있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문화예술의 경제적·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문화예술에 대한 가치가 전 국민적으로 확산되고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이 자연스럽게 향유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예술은 우리가 심고 가꿔야 할 나무와 같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권영빈)는 지난 6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7대 중점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7대 중점과제의 가장 서두로 제시된 ‘예술나무 심기 운동’은 바로 문화예술이 ‘우리가 심고 가꾸어야 할 나무’와 같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예술 가치 확산을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다. 국내의 낮은 문화예술 향유율을 극복하고 문화예술의 가치를 분명히 인식하게 하려는 의도다. 최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이 ‘예술나무 심기 운동’의 구체화를 위해 주요 언론사 문화부장들이 참여한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의 확산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눔부 관계자에게 직접 물어봤다.

‘예술나무 심기 운동’이 문화예술 가치에 대한 전 국민의 인식 및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구체적으로 ‘예술나무’가 가리키는 내용이나 대상을 쉽게 설명해주신다면?

사람이 먹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닌 것처럼, 절대적 빈곤이 해결된 상대적 빈곤시기에 접어든 지금 우리에게는 ‘행복’으로 요약할 수 있는 삶의 질, 자아실현 등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러한 관점에서의 ‘예술’의 중요성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행복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날 수 있지만, 그 핵심에는 인간으로서의 품격과 같은 정신적인 삶의 가치가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가치를 우리의 실질적인 삶의 ‘HOW’로 구현시켜주는 생각과 행동이 바로 ‘문화’이고 ‘예술’입니다.

결국 예술의 힘을 키우고 가치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범국민적 관심’과 ‘인식전환’이 필수조건입니다. 이른바 시장실패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순수예술분야에서, 공공의 지원이 없이는 결국 멸실할 우려가 많은 다양한 장르의 수많은 예술을 뒤로하고 ‘선택과 집중’이란 명목으로 기존 지원의 손길을 거둬들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예술의 긍정적 효과와 가치를 온전하게 인식하고 확산시키는 활동에 참여하는 일반국민, 예술가, 기업인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공공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에 저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예술의 가치 확산을 ‘우리가 심고 가꾸어야 할 나무’로 콘셉트화해서 ‘뿌리내리기-나무키우기-열매맺기’로 이뤄지는 범국민적 ‘예술나무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하신 ‘뿌리내리기-나무키우기-열매맺기’의 구체적인 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해주신다면요.

먼저 ‘뿌리내리기’에서는 예술의 가치 확산 정책 발표 및 파트너십 기반 조성에 주안점을 뒀습니다. 대표적 디자이너인 김영세 작가의 재능기부로 예술나무 BI를 개발했으며, ‘예술나무 포럼 발족 및 아트 앰버서더(9월)’, ‘예술의 가치 확산 1천인 선언(10월)’ 등의 대국민 운동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또한, ‘나무키우기’에서는 개인, 기업, 예술가의 참여에 의한 예술기부 확산 단계로  ‘소액 대중모금 크라우드펀딩’(2012년 12개 사업 1억 3천만 원으로 확대), 소액기부(1인 3천 원 이상)를 통해 예술나무펀드를 조성하는 ‘1인 1예술나무 키우기’, 예술단체와 중소기업을 연계하는 매칭펀드 사업 ‘1기업 1예술나무 키우기’, 예술인 재능나눔 활성화를 위한 ‘재능나눔 버스’ 등이 중점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특히, 1기업 1예술나무 키우기 사업은 2013년까지 100개 기업으로 확대, 지속가능한 나눔체계를 만들고자 우수기업 인증마크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열매맺기’는 예술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확산하는 기부금사업을 신설하거나 예술위 내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단계로 민간 재단 및 학교의 예술영재 사업과 연계한 ‘꿈꾸는 예술나무 육성’, 예술위 내 공공미술 사업과 연계한 ‘예술로 우리동네 가꾸기’ 등 민·관·재계간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기부금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언급한 자료에 의하면, 국내 국가브랜드 전략으로서 문화예술에 의한 소프트파워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경제적 가치 인식이 낮은 결정적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50~60년대 절대빈곤의 시기를 지나 유례가 없는 양적 성장을 구가했던 2007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예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면에는 예술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한 현실이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경험적으로 더 빠르고 크게 회수가 가능한 제조업이나 IT 산업과 같은 분야에 대부분의 공적 투자가 이루어졌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무엇보다 예술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매우 미약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2010년 문화향수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32.8%가 예술행사 관람경험이 전무한 실정이고, 실제 관람경험이 있는 67.2%의 국민조차도 영화 40.5%, 콘서트 5.1% 등을 제외하면 순수예술분야에 대한 관람률은 21.6%에 불과한 게 우리의 현 주소입니다.

이제는 ‘아바타’ 한 편의 부가가치가 얼마라는 식의 경제적 관점의 가치(수익)로서만이 아니라 ‘유엔 세계행복보고서 국가 순위 56위’, ‘OECD 국가 중 청소년 자살률 1위(유일한 자살률 증가국)’라는 정신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서 예술의 가치를 발견하고 확산해야 할 때입니다. 문화예술은 개인과 사회를 풍요롭게 할 뿐만 아니라 창의력 발현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원천이 되고 각종 사회적 문제에 대한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을 낮추는 데 기여하는 결정적인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술의 가치를 발견, 확산하는 방안으로 예술분야의 기부·후원 활성화를 추진하고 계신데요. 사회적으로 예술분야의 기부·후원을 공론화하기 위해 가장 좋은 홍보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예술분야의 기부·후원 활성화와 사회적인 공론화를 위한 최적의 홍보방법은 무엇보다 예술의 가치에 공감하는 예술가, 예술애호가, 후원인 등의 힘을 모아 이를 효과적으로 엮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예술의 가치에 공감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1천인 선언’, 대중예술가가 함께하는 후원조직인 ‘아트 앰버서더’, 지속적인 가치 확산 운동을 위한 ‘예술나무 포럼 발족 및 운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예술의 가치 확산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확인하는 ‘1천인 선언문’을 마련하고자 박정자(연극), 김주영(문학), 송승환(뮤지컬), 김선정(미술) 등의 현장예술인과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기초위원회를 구성해 내용의 심층성과 확장성을 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예술나무 운동’의 효과적인 브랜딩을 위해 대표적 디자이너인 김영세 작가의 재능기부로 예술나무 브랜드 개발을 추진 중에 있으며, 개발이 끝나고 나면 향후 홈페이지 구축, 기부자 뱃지, 브로셔 제작 등 범국민적인 홍보를 위해 활용할 예정입니다.

지난 회의(언론사 문화부장들이 참여한 자문회의)를 통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된 과제나 수행방안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언론사 문화부장과의 회의를 통해 얻은 것이라면, ‘언론과의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위원회의 활동이 결국 언론을 통해 일반국민과 기업인, 예술가에게 전달되는 것이기에 이런 깨달음은 금번 ‘예술나무 운동’사업 뿐만 아니라 위원회의 모든 활동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나무 운동’이 뿌리내리기 위해 그밖에 어떤 구체적인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나요?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계획이 있는지요.

실효적이고 지속가능한 예술나무 운동을 위해 ‘예술나무 포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술나무 포럼’의 구성과 관련해서는 현재 장르별 대표적 예술가와 기업인, 학계와 언론계 등의 오피니언 리더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준비하고 있고, 오는 10월 19일 발족식을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예술원,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민족예술단체총연합 등의 회장단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예술나무 운동의 취지 공감과 참여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술나무 운동’은 조성과 확대, 그 결과에까지 이르는 방대한 여정이라고 생각됩니다. 추진 과정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어떤 다짐이나 각오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예술나무는 곧 ‘예술이 창조하는 가치’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예술나무를 ‘심고’(예술의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 및 나눔 활동의 시작 단계), ‘가꾸어’(예술의 가치에 대한 확산 및 나눔 활동 확대 단계), ‘숲을 이룸’(예술의 가치 확산으로 사회적, 경제적, 정신적 가치의 동반 상승 단계)의 상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박세은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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